여당 내부가 시끄럽더니, 다음엔 야당이 분란이다. 여야 당대표가 모여 합의했다고 발표하니 야당이 쑤셔놓은 벌집이 됐다. 여기에 정부 부처까지 “우리도 여기 있소” 하고 나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여야 합의에 동의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렇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말고, ‘곳간 열쇠를 쥔’ 홍 부총리도 있었다. 필부필부는 제대로 알기 어려웠거나 알 필요도 없었던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의 이름 석 자를 만방에 각인시킨 윤석열과 최재형, 두 전직 인사의 행보가 참고가 됐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럴 일은 없다고 믿지만 말이다. 역시 정치에서 ‘인지도’야말로 가장 막강한 ‘자본’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와 규모를 두고 여야, 당정 간 혼란상이 극에 달하고 있다. 여야 ‘정치의 빈곤’과 관료들의 ‘행정적 자의식 과잉’ 때문이다. 국민의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그것은 다만 심리적인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 사회의 갈등이 더 커지고 이를 감당할 유·무형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다. 재난지원금, 이렇게까지 질질 끌 문제인가? 국민에겐 당장 아쉬운 게 한푼이다. 정책의 우선순위를 가릴 때 판단과 집행이 빠를수록 좋은 안건이라는 얘기다. 그렇다고 인생을 바꿀 큰돈인가 하면, 그건 아니다.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손실보상금과 달리 재난지원금은 당장 아쉽긴 하지만 평균 소득과 생계비에 비한다면 없어도 그만, 있어도 그만이라고 할 정도의 ‘임시방편’이다. 몇만원 더 받든 덜 받든, 소득이 낮아 좀 더 받든 연봉이 높아 못 받게 되든 당장 불만과 불평이 나오겠지만 국민이 감당하고 수용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라는 얘기다. 어느 쪽이든 빨리 판단하고 갈등과 행정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광의의 정치는 자원을 배분하고 설득과 타협을 통해 갈등을 조정하는 행위다. 국가 위기상황에서 재난지원금의 지급 범위와 규모를 결정하는 것이야말로 정치 본연의 역할에 해당하는 일이다. 그러나 ‘정권 획득’이라는 협의의 정치에 매몰돼 여야는 각 당내에서조차 제대로 된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잡음을 계속 내고 있다. 의회 내 혼란은 ‘정치의 빈곤’과 ‘권력욕의 과잉’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기획재정부 수장은 여야 간 명목상 합의마저도 수용하지 못하겠다고 완강하게 버티고 있다. 물론 나라살림을 담당하는 입장에선 최악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이모저모 따져 보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최종적으로는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이 합의로 결정한 사안을 행정 논리를 들어 거부하는 것이 맞는 일인지 모르겠다. 정부 관료들은 국민을 위해 국가재정이 있는 것인지, 국가재정을 위해 국민이 있는 것인지 잘 생각해볼 일이다. 정치 본연의 역할을 망각하고 관료들이 ‘행정적 자의식’에 매몰돼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전 국민에 줘야 할지, 하위 80%에만 지급해야 할지 정답이 있는 문제는 아니다. 장단점이 다 있고, 그것은 지금까지의 논의 과정에서 다 지적되고 토론됐다. 그렇다면 이제 하루라도 빨리 국민 뜻에 따라 결정하고 미진한 부분에 대해선 양해를 구하고 차후에 보완하면 된다. 만약 국민 뜻이 무엇인지 정 자신이 없다면 다 자리 내놓고 여론조사로나 결정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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