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팔도 ‘도시락’ 상표의 키릴어 표기인 ‘Доширак’이 러시아에서 225번째 저명상표로 등록됐다. 우리 기업의 다양한 제품이 러시아에서 큰 인기를 얻었음에도 저명상표로 등록된 한국 기업 브랜드는 팔도 ‘도시락’이 최초다.
어떤 제품이 큰 인기를 얻게 되고 그 제품에 사용된 상표가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면 ‘저명상표’로 인정받을 수 있는데 대부분 국가는 저명상표를 일반 상표에 비해 두텁고 강하게 보호해준다. 상표가 사용된 상품과 유사하지 않은 상품·서비스에까지 상표의 보호범위가 확장돼 상품·서비스와 관계없이 제3자의 동일·유사 상표의 등록을 방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 같은 제3자의 모방 상표 사용에 대해서도 법적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저명상표 인정에 관한 제도는 국가마다 다른데, 한국과 같이 별도의 등록제도를 두지 않고 건마다 저명상표임을 인정받아야 하는 국가가 있는가 하면, 러시아와 같이 저명상표임을 인정받은 후 이를 별도의 등록부에 등록해 관리하는 국가도 있다.
러시아의 저명상표 등록은 상표를 사용하지 않는 제품에 관한 브랜드 모방행위에 대해서도 법적 제재가 가능하므로 모방 상표에 대한 매우 효율적인 대처 방안이 될 수 있다. 저명상표로 한 번 등록되면 일반적인 상표와는 달리 별도의 갱신 절차 없이도 반영구적으로 등록이 유지되는 장점도 있다. 물론 저명상표로 인정받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도시락’도 저명상표로 등록받기 위해 러시아 연방대법원까지 이어진 2년에 걸친 지난한 노력이 있었다.
‘도시락’이 러시아에 진출한 지 30년 가까이 됐고, 러시아 ‘국민 라면’으로 자리 잡았는데도 등록이 쉽지 않았던 이유는 러시아 특허청이 저명상표 등록과 관련해 권리자, 권리자와 상표의 관계 및 권리자와 상표에 대한 인지도 조사 결과를 비롯한 저명성 입증자료에 대한 해석방법, 판단 기준 등에 관한 까다로운 심사 관행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인데 러시아 특허청은 ‘팔도’의 현지화 정책으로 인해 러시아의 도시락 제품에는 ‘팔도’라는 표시가 없어 러시아 소비자들이 도시락이 ‘팔도’ 상표라는 것을 잘 알지 못하는 사정을 이유로 저명상표 등록을 거절했다.
그러나 팔도는 특허청의 거절 결정에 불복해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신청 전부터 특허청의 심사 관행 극복을 위해 미리 구성해놓은 법리를 전개, 결국 러시아 지식재산권 법원과 연방 대법원으로부터 도시락은 저명상표로 등록돼야 한다는 판결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저명상표로 인정받기가 어려운 만큼 일단 인정받게 되면 법률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희소성으로 인한 광고 효과는 물론 브랜드 가치가 제고되는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전 세계로 진출해 각국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한국 기업들의 제품이 늘어나는 만큼 우리 기업의 브랜드를 모방하는 사례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마켓에서 브랜드 보호의 중요성이 날로 커져가고 있는 요즘, 현지의 높은 벽을 넘어 저명상표로 등록된 팔도 ‘도시락’의 사례는 브랜드가치를 향상시키고 모방 상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많은 한국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클 것으로 생각된다.
장홍석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리사
bon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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