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민성기 기자]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장악했다. 미국이 아프간에서 철군하기 시작한 지난 4월 29일 이후 약 3개월 여 만이다.
15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압둘 사타르 미르자크왈 아프간 내무부 장관은 이날 "과도 정부에 평화적인 권력 이양이 있을 것"이라며 탈레반에 사실상 항복을 선언했다.
탈레반은 지난 5월 미군이 철군을 시작하자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기 시작해 3개월여만에 아프간을 다시 장악했다. 예상보다 빠른 탈레반의 아프간 권력 장악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철군 지시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전망이다.
탈레반은 현재 아프간 정부와 권력이양을 두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아프가니스탄 권력이양기 과도정부 수반에는 내무장관을 지냈던 정치인이자 학자 알리 아흐마드 자랄리(81)가 임명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이 외교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탈레반이 자랄리를 과도정부 수반에 앉히는 데 최종동의한 것은 아니지만 '수용할 만한 절충적 인사'로 본다고 설명했다.
자랄리는 1940년 카불에서 태어났고 1987년 미국 시민권을 획득했다. 그는 1982년부터 미국 연방정부 산하 '글로벌미디어국'(USAGM)이 운영하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에서 20년간 일하기도 했다.
자랄리는 미국의 아프간 침공으로 수립된 과도정부 내무장관으로 2003년 1월 임명돼 아프간에 돌아왔다. 이후 2004년 12월 하미드 카르자이 정권에서 내무장관에 재임명된 뒤 2005년 9월까지 자리를 지켰다.
당시 카르자이 대통령이 내각 구성원들에게 이중국적을 포기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에 자랄리도 현재는 미국시민이 아닐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아프간 등 중동지역 정치안보 문제에 관한 저작이 많은 학자이기도 하다.
한편 아프간 사태가 급박하게 전개되자 현지 한국대사관은 잠정 폐쇄됐다.
외교부는 이날 밤 공지를 통해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어 15일 현지 주재 우리 대사관을 잠정 폐쇄키로 결정하고 공관원 대부분을 중동지역 제3국으로 철수시켰다"고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아프간에 체류 중인 재외국민 1명의 안전한 철수 등을 지원하기 위해 현지 대사를 포함해 약간 명의 공관원이 현재 안전한 장소에서 본부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
외교부는 "정부는 이들의 안전한 철수를 위해 미국을 포함한 우방국들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간에 체류했던 교민 대부분은 정부가 지난 6월 철수를 요청한 이후 현지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min365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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