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플레이션 정점 지나…연준 내년초 테이퍼링 가닥
ECB는 자산 추가매입 가능성 열어 놔…美와는 다른 길
中 강한 봉쇄정책 생산·소비 타격…글로벌IB 성장률 ↓
인민은행 성장둔화 저지 위해 대출실탄 추가확보 나서
3분기들어 美 백신접종자 중심 소비자심리지수 급락
전문가 조심스런 낙관에도 불안감 확산 ‘지갑 꽁꽁’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위력을 떨치면서 세계 경제의 향후 경로를 놓고 우려가 쌓인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백신 접종이 빠르게 이뤄져 경제 회복은 시간 문제라고 봤던 희망 섞인 전망이 있었는데,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심리가 중첩하고 있다.
세계 최대 경제국 미국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 사이에선 자산 매입 축소(테이퍼링)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증한다. 경제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에 풀던 돈을 거둬 들여야 시장이 오작동을 하지 않는다는 계산이다. 금융 시장의 상당수 전문가도 이런 판단에 힘을 싣고 있는 분위기다. 델타 변이가 경제에 미칠 파급력은 제한적일 거라고 보는 셈이다.
그러나 경제 회복의 온기가 고르게 퍼지지 않을 거라는 징후도 적지 않다. 유력 글로벌 투자은행(IB)은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를 양분하는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내려 잡고 있다. 미국인이 7월 이후 경제를 바라보는 심리가 이전보다 크게 악화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코로나19와 델타 변이 탓에 세계 경제의 항로는 오리무중이다.
미 경제 매체 블룸버그는 최근 자체 분석을 통해 세계 경제가 3분기(7~9월)에 전 분기 대비 1.8% 성장한다고 예측했다. 미국 소매 판매부터 중국의 공장 생산량까지 수백개의 데이터를 모아 짚어낸 결과다.
이런 추정만 보면 2분기의 견조한 회복 속도에 이어 3분기에 더 개선한다는 것이다. 세계가 델타 변이 때문에 지난해 침체에서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릴 거라는 우려를 떨쳐낸다는 얘기다. 소비자 물가도 ‘덜 골치 아픈 속도’로 상승할 것이라고 이 매체는 설명했다.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뜯어보면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도달했고, 몇 달 뒤 정상 수준으로 돌아갈 거라는 관측이 많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비욘 반 로이 이코노미스트는 “델타 변이 상황은 빠르게 바뀔 수 있다”면서도 “현재로선 글로벌 경기 회복이 가속화하고 인플레이션이 완화하면서 각종 수치가 3분기에 긍정적인 출발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가별 회복은 서로 상이한 단계다.
바이러스를 신속하게 통제하는 중국과 대규모 부양책을 쓰는 미국은 경제 활동 생산량을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전의 정점 이상으로 끌어 올리고 있다. 세계 경제 회복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일본은 백신 출시가 늦어져 회복이 더뎌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 매체는 특히 인도의 성장률 전망을 근거로 델타 변이가 상황을 얼마나 급변시킬 수 있는지 보여준다고 했다. 그래프만 봐도 ‘지그재그식’ 급락·급등세가 그려진다. 중국도 견조한 성장세가 예상되긴 하지만, 델타 변이 확산 억제를 위해 정부가 나서면서 새로운 위험에 직면해 있는 상태다.
경제 상황에 따른 각국 중앙은행의 처방법도 관심인데 각자 사정에 따라 델타 변이의 영향을 반영하는 정도가 다르다는 게 읽힌다.
블룸버그는 미 연준이 내년 초부터 테이퍼링을 시작할 걸로 예상한다고 했다. 오는 26일 시작하는 연준의 연례 경제·통화정책 학술 토론회인 잭슨홀미팅에서 더 확실해 질 거라는 설명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연준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인플레이션을 더 용인하겠다는 신호를 발신했고, 자산 매입 확대 가능성도 열어놔서다.
중국 중앙은행은 이미 은행이 대출할 수 있는 자금을 더 많이 확보했다. 성장 둔화를 막으려는 의도다. 델타 변이 탓에 중앙은행이 더 많은 일을 할 수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관측했다.
신흥 시장의 경우 경제활동 회복이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졌다. 상당한 재정 부양책 덕분이다. 많은 중앙은행이 정책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는데, 브라질과 러시아가 이미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블룸버그의 대체적인 전망과 달리 내로라하는 IB는 델타 변이 때문에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중국 특유의 봉쇄 위주 방역이 경제 활동을 막을 거라는 우려가 바탕에 깔려 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델타 변이로 인한 중국 경제의 충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봤다. 이 때문에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기존 8.7%에서 8.2%로 내려 잡았다. 골드만삭스도 중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8.6%에서 8.3%로 낮췄다.
JP모건은 중국의 성장 전망을 9.1%에서 8.9%로 하향했다. 일본의 노무라도 8.9%에서 8.2%로 내렸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앞서 지난달 말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8.4%에서 8.1%로 조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당국이 델타 변이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하고 있지만 전염력이 훨씬 강하고 통제가 어렵다는 게 문제”라며 “조기 통제에 실패하면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의 생산활동에 제동이 걸리면 전 세계를 경제를 뒤흔든 공급망 붕괴가 재차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델타 변이로 인한 중국의 봉쇄 조처가 중국 내 소비에 타격을 줄 것”이라며 3분기 소매 판매 증가율 전망을 기존 12%에서 8.5%로 내렸다.
미국 경제의 향방을 놓곤 연준·시장의 전문가와 달리 미국인은 불안감을 감추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 여론조사업체 모닝컨설트가 최근 내놓은 8월 미 경제 전망에 여실히 담겨 있다.
핵심은 ‘코로나19 급증이 경제 회복을 위협한다’로 수렴한다. 7월 이전만 해도 정상으로의 복귀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델타 변이가 미국 경제 성장을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모닝컨설트가 자체적으로 산출하는 소비자심리지수(ICS)는 코로나19 확진자와 델타 변이에 대한 우려가 급증하면서 7월 초 이후 급격히 하락(-4.6%)한 것으로 나타났다. ICS는 지난 3월 9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모닝컨설트 측은 “이런 감소는 코로나19 3차 유행이 미국 대부분의 지역을 휩쓸던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급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델타 변이 우려로 식당이나 카페에서 외식을 즐기는 성인의 비율은 7월 24일 현재 68%로 줄었다고 한다. 7월 초보다 3%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ICS가 급락한 건 미래 사업 조건에 대한 기대가 크게 악화한 게 결정적으로 풀이된다. 향후 12개월간 사업 조건 기대치는 -7.2% 하락했다. 가계의 살림살이에 대한 우려보다 외부 경제활동이 델타 변이로 지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것이다.
ICS 하락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성인에게서 가장 심각하게 나타났다. -5.6%에 달했다.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 터널을 빠져 나갈 거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델타 변이로 상황이 여의치 않아지자 낙담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된다.
모닝컨설트가 세계 주요 15대 경제국의 ICS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의 7월 ICS가 가장 많이 떨어졌다. 멕시코와 호주가 각각 ICS 하락 2·3위를 기록했다.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은 7월 ICS가 2~3% 상승한 것으로 나왔다. 인구 당 신규 확진자의 7일 평균 변화율에 변동이 없거나 감소한 영향이다.
인플레이션에 관해선 전문가는 미 노동부가 얼마 전 내놓은 7월 CPI를 근거로 정점에 도달했다고 분석하고 있지만, 실물 경제를 헤쳐 나가는 민심은 여전히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느끼는 중이다.
나이가 많을수록 향후 12개월간 가격 상승을 전망하는 의견이 많다. 전 연령층에서 인플레이션을 걱정한다는 답이 80%에 육박하는 가운데 65세 이상에선 비율이 92%나 됐다. 연금·퇴직금 등 한정적인 수입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물가 상승에 한층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모닝컨설트는 “델타 변이와 이에 따른 코로나19 확진자의 증가는 7월 경제 활동을 둔화시켰고, 장기 전망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홍성원 기자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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