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창사 45년만에 파업 위기
막판 협상 부결 쟁의행위 가시권
승선계약 연장거부 가능성 높아
해운동맹 내 상사 분쟁 가능성도
수출 물류대란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국내 최대 국제원양선사 HMM이 창사 이래 최초로 파업 위기에 몰렸다. 실제 쟁의행위가 현실화될 경우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에도 큰 타격이 우려된다.
지난 18일 HMM 육상노조가 사측의 최종 임금 협상안을 찬반투표를 통해 거부하면서 해상노조 역시 21일로 예상되는 찬반투표에서 협상안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측과 채권단이 어렵게 마련한 협상안이 물거품으로 돌아가면서 사상 초유이 해운업 파업이 가시화되고 있다.
노조 측은 승선 계약 연장 거부 등으로 쟁의행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선원법에 따르면 운항 중인 선박이나 외국 항구에 있는 선박에서는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 해외에서 파업이 발생할 경우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생긴 법적제한이다.
그러나 노조는 승선계약 연장을 거부하는 방식을 택하면 이같은 제한을 피해 실질적인 파업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선원들은 통상 6개월의 승선 계약을 맺고 승선한 뒤 계약 기간이 끝나면 다음 항구에서 내린다. 다만 교대할 선원이 없을 경우 계약을 늘려 최대 1년 간 배에 머무를 수 있는데 그동안은 관행적으로 계약 연장을 해왔다.
문제는 수출 물류 대란 와중에 쟁의행위에 나서는 것에 대한 산업계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늘어난 전자상거래와 각국의 경기 부양책에 따라 글로벌 물동량이 크게 늘어났다. 그 결과 글로벌 해운 운임 가격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4000포인트를 넘어서며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 중소 수출 기업은 높은 운임을 지불하더라도 화물을 실을 배를 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른 글로벌 선사들이 중국 항구에서 대부분 화물을 선적한 뒤 부산항을 거치지 않고 유럽이나 미국으로 운항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HMM은 우리 수출기업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지금까지 총 39회의 임시선박을 운항해 왔다. 이달부터는 미국 서안 항로 정기선박에는 주당 1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임시선박에는 600TEU의 중소기업 전용 선복량을 배당해 수출기업을 도울 예정이었다. 그러나 파업이 진행되면 HMM을 이용하던 수출기업들은 다른 국가의 선사들을 찾아다니며 화물을 실을 배를 구해야 할 판국이다.
글로벌 해운업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파업이 진행될 경우 국제 상사 분쟁 소지도 생긴다. HMM이 글로벌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THE Alliance)’에 소속돼 자체적으로 확보한 물동량 외에 동맹선사들이 의뢰한 물동량도 책임지고 운송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HMM이 대체 선박 투입 등 노력을 경주하겠지만 그럼에도 사태가 장기화되서 동맹선사 물동량의 배송 지연 등 문제가 생길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할 책임을 지게 된다”며서 “이 경우 해상보험에서도 보장해주지 않아 손실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원호연 기자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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