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동남아 일부 국가에서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급증하는 와중에 돈 많고, 권력 있는 이들이 백신 부스터샷(추가접종)을 선점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상당수 국민이 백신 미접종인 상태에서 유력층이 이런 행보를 보이면서 국가 전체의 예방 접종 전략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다.
3일 블룸버그는 인도네시아·태국·필리핀 등이 백신 부족 현상으로 고전하는 때에 불평등이 악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일부 지역 주지사를 포함한 유력 정치인이 최근 부스터샷에 대해 얘기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대통령 비서실이 운용하는 공식 채널의 행사 생중계를 통해 전파를 탄 것이다.
이 나라 보건 당국은 보건 근로자에게만 부스터샷을 허용한다고 밝혔는데, 허가받지 않은 이들이 새치기를 논한 셈이다.
생중계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화이자가 만든 백신을 기다리고 있어서 부스터샷을 접종하지 못했다’고 말하는 대목이 포함돼 있었다고 전해졌다.
블룸버그는 위도도 대통령 측과 주지사는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고, 문제의 영상은 삭제됐다고 했다.
태국은 백신 접종 규칙을 어겼다는 의혹을 받는 병원 두 곳의 원장과 의사를 조사 중이다. 이들은 임신부와 보건 근로자가 맞아야 하는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가족과 측근에게 제공한 혐의가 있다.
그런가 하면 필리핀의 산 후안시(市)를 지역구로 하는 로날도 자모라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공개적으로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으로 화이자 백신에 대해 얘기했다. 그는 지난해 당국이 승인하지도 않았는데 중국 시노팜 백신을 맞은 바 있다.
자모라 의원의 아들이자 산 후안시의 시장은 이후 부친이 면역력이 떨어져 의사 처방에 따라 백신을 맞은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부스터샷은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이슈다. 델타 변이로 각 국에서 확진자가 늘어나자 백신을 추가로 더 맞는 게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피해를 줄이는 방안이라는 논거가 나오면서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나서 부스터샷의 접종 기간을 마지막 백신 접종 시점을 기준으로 애초 8개월에서 5개월로 단축하는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를 두고 선진국은 빈국이 백신을 얻을 때까지 부스터샷 접종을 보류하라고 촉구하는 국면이다.
부국이야 그렇다쳐도 동남아는 백신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연줄’이 있는 이들을 위한 부스터샷은 보건 분야 근로자나 취약 계층에게 돌아가야 할 백신이 부족해 진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필리핀·말레이시아·태국은 신규 확진자가 기록적 수준에 이르고, 인도네이사의 코로나19 사망자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부 테크 추안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백신 대기줄에서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는 건 도덕적으로 매우 미심쩍은 일”이라며 “장기적으로 인구 전체를 바이러스의 더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부스터샷을 접종함으로써 스스로를 더 안전하게 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바이러스가 계속 사회 전체에 전파하고, 돌연변이하도록 놔두면 더 많은 변이와 감염이 생길 거고, 백신을 아무리 많이 맞아도 충분한지 확신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블룸버그는 동남아가 특히 부스터샷에 대한 논쟁의 복잡성을 상징한다고 했다. 인도네시아·필리핀 등이 중국이 만든 백신에 크게 의존했다면서다. 모더나·화이자의 백신보다 효과가 덜 하다는 연구결과를 이 매체는 거론했다.
동남아 국가는 백신 접종이 목표치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처지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는 인구 대비 백신 접종 비율이 13%다. 베트남과 태국은 각각 10%, 11%라고 블룸버그는 썼다. 필리핀은 부스터샷을 아직 승인하지 않았고,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우선 접종 대상을 선정해 승인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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