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복합쇼핑몰의 역사는 20여년에 불과하다. 최초의 복합쇼핑몰은 2000년 문을 연 삼성역 지하에 있는 코엑스몰(현재 스타필드 코엑스몰)이다. 18만2675㎡에 달하는 거대한 지하 공간을 판매 및 오락시설로 만들어 공간 혁명을 불러온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필자는 2003년 제주도 국제 자유도시 추진을 위한 7개 선도 프로젝트 중에서 ‘쇼핑 아웃렛 사업’에 대한 타당성 용역을 수행한 바 있다. 결과만 소개하면 제주시 상인들의 적극적인 반대로 사업은 무산됐다. 현재 제주는 골프장만 30개 이상 운영되는 골프 아일랜드로 성장했으나 우천시 마땅히 갈 곳이 없다. ‘한국 최초로 프리미엄 복합쇼핑몰이 제주에 만들어졌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크다.

최근 들어 복합쇼핑몰도 대형마트처럼 월 2회 의무휴업해야 한다는 입법 논의가 뜨겁다. 복합쇼핑몰 규제를 어떤 관점에서 보아야 하는가?

첫째, 코로나 비상 상황을 경험하고 있는 최근 2년간 게임의 룰이 완전히 바뀌면서 오프라인 쇼핑만을 규제하는 것은 실효성도 명분도 부족해졌다. 코로나 이전 상거래(Old Commerce)는 오프라인 쇼핑 기반의 쇼핑이다. 주로 2030 MZ세대들 중심으로 50세 이하가 이커머스 주력 소비자들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5060을 포함해 거의 모든 소비자가 모바일 쇼핑에 참여하고 있다. 이커머스가 전체 소비시장의 30%(B2B에서는 이미 50% 넘어) 이상을 점유하기 시작했다. 네이버와 쿠팡 등을 이용하는 모바일 쇼핑에다가 30분 배송으로 알려진 퀵커머스까지 가세하는 소위 새로운 상거래(New Commerce)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대형매장과 중소상인을 제로섬(zero-sum)으로 가정해 만들어진 모든 정책은 이제 현실과의 괴리가 너무 커졌다.

둘째, 복합쇼핑몰은 거대한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숨겨진 가치가 있다. 재미있는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사회적 가치를 말하는 것이다. 복합쇼핑몰은 도시인들에게 집과 직장 등에서 만족할 수 없는 ‘재미’와 ‘몰입’이라는 고객가치를 제공하는 제3의 장소로 기능하고 있다. 최근 출점하는 백화점들도 복합쇼핑몰을 지향하면서 단순 판매공간보다는 수목원, 휴양지와 같은 힐링 공간을 도심에 탄생시키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에는 잡히지 않는 복합쇼핑몰의 편익과 가치도 크다. 쇼핑, 외식, 여가 및 문화라는 3가지 활동을 원스톱으로 해결하는 공간은 다른 곳에는 없기 때문이다.

셋째, 복합쇼핑몰은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활성화에 가장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복합쇼핑몰은 일종의 초미니 도시로 평균 5000명 이상의 상시 고용을 창출하고 수만명의 방문객들에게 재미를 제공하는 공간이다. 모바일 쇼핑이 제공할 수 없는 극한의 공간 만족 체험을 제공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다. 지역 주민들에게도 프라이드를 주고 있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에는 주요 관광지이자 세수원으로서의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 주고 있다.

복합쇼핑몰은 판매시설만을 가지고 있는 대형마트, 대형 슈퍼마켓 등과는 전혀 다른 가치를 제공하는 공간이다. 구더기 무서워 된장그릇을 깨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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