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간부가 야권 인사에 고발장을 전달해 여권 인사를 고발하도록 사주했다? 검찰총장이 이를 지시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직권남용이니, 공무상 비밀누설이니 언론에 언급되는 ‘범죄가 성립하느냐 않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라 검찰권을 오용한 국기문란에 해당한다. 만일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가 사실이라면 과거 국가정보원이나 국군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 민간인 불법 사찰에 버금가는 권력기관의 엄청난 비위임이 분명하다.
당시 검찰총수였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현재 지지율 1~2위를 달리는 유력한 야권 대선후보다. 정치권의 공방이 점차 거세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여권은 윤 전 총장이 핵심 수사 대상이라면서 사실상 사건에 관여된 것으로 보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야권은 박지원 국정원장이 제보자와 의혹에 쌓인 만남을 근거로 여권이 관여된 정치공작이라고 반격을 가하고 있다.
진상을 밝히기 위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전면에 등장했다. 공수처는 언론에 제보한 조성은 씨가 텔레그램으로 전달받은 자료의 발신자 정보와 손준성 검사(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의 휴대전화 번호가 일치한다고 보고, 손 검사와 고발장을 전달받은 것으로 보도된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대선을 눈앞에 두고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가 연루된 의혹이 제기된 사건인 만큼 공수처는 철저하게 정치적 중립을 지켜가며 수사를 이어가야 했다. 그러나 공수처는 수사의 첫 단추를 끼우는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이라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했다. 무엇보다도 윤 전 총장에 대해 아무런 증거도 없이 피의자로 입건했기 때문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윤 전 총장 입건 이유에 대해 “(사건) 당시 검찰총장이었다. 언론에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은 검찰총장의 오른팔이라고 하지 않았나. 윤 전 총장도 (기자회견에) 나와서 ‘나를 수사하라’고 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지 모르겠다.
그동안 공수처는 1500건이 넘는 고발 내지 진정 사건 중 선별해서 입건했다. 이번 사건은 13번째다. 검찰과 달리, 말이 되는 사건만 피의자로 입건했다. 따라서 국민은 공수처가 피의자로 입건했다고 하면 어느 정도 범죄 혐의가 증명된 것으로 본다. 당연히 윤 전 총장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 공수처가 아무런 증거도 없이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국민의 선택을 왜곡시키고 있다. 더구나 공수처가 이 사건을 여당 의원 보좌관 출신이자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기소된 여당 전·현직 의원의 변호인단에서 활동한 김모 검사에 배당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정치적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공수처는 최모 부장검사에게 배당했다고 해명했지만 김모 검사에게 입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기초 조사를 맡기는 등 김모 검사가 수사에 관여하고 있는 사실은 시인했다. 공수처 스스로 외관상 정치적 편견을 초래하고 있다.
선거는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핵심 제도다. 특히 앞으로의 5년을 책임질 대통령선거는 가장 중요한 선거임이 당연하다. 공수처는 더는 국민의 선택을 왜곡시켜서는 안 된다. 정치적 배경으로 인해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김모 검사도 더 늦기 전에 수사에서 배제해야 한다.
그리고 대선이 6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이므로 공수처는 최대한 신속하게 수사, 늦어도 야권 대선후보 경선이 끝나기 이전에 윤 전 총장이 고발 사주 의혹에 관여됐는지를 공개해야 한다. 즉, 윤 전 총장의 혐의가 인정되면 기소하고, 혐의가 없으면 즉각 불기소해야 한다. 만일 공수처가 이번 사건을 대선까지 질질 끌게 되면 공수처야말로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정치적 중립을 명분으로 도입된 공수처가 오히려 정치에 개입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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