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정영학 녹취록 제출 계기로 전담수사팀 꾸려
유동규 압수수색 직후 압수물 분석 끝나기 전에 체포
‘창밖으로 던진 전화기’ 놓고 수사팀 해명 거짓 판명도
김만배 조사 귀가 당일 본격 구속영장 청구했지만 기각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대장동 의혹 수사팀의 수사속도는 사건 규모에 비해 무척 빨랐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내실을 다지지 못한 채 전담수사팀을 꾸린지 16일만에 주요 피의자 구속에 실패하며 한계를 드러냈다.
검찰이 전담수사팀을 꾸린 것은 지난달 29일이다. 같은달 27일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회계사 정영학 씨가 자진해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나눈 대화 녹취록을 검찰에 제출한 지 이틀 만이다. 정씨가 녹취록을 제출한 날, 김씨와 아들이 50억원을 수수한 곽상도 의원, 딸이 아파트 분양을 받은 박영수 전 특별검사, 화천대유 고문으로 이름을 올린 원유철 전 의원 등이 고발됐다.
전담 수사팀을 꾸린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29일 화천대유 본사와 성남도시개발공사, 김만배씨 자택,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의 주거지 등을 동시에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압수물 분석이 채 끝나기도 전인 10월1일, 검찰은 검찰 출석 예정일에 병원을 찾은 유동규 전 본부장을 전격 체포하며 수사에 속도를 냈다.
이튿날엔 화천대유로부터 50억원의 퇴직금을 받은 곽상도 의원의 아들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유 전 본부장은 체포 이틀만인 3일 구속됐다. 하지만 유 전 본부장이 압수수색 이전 주거지를 옮기고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검찰이 제대로 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이 전화기를 창밖으로 던졌다는 보도가 나왔고, 검찰이 의도적으로 증거물 확보를 소홀히 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자 서울중앙지검은 4일 이례적으로 입장을 내고 “창문이 열린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지난 7일 유 전 본부장의 증거인멸 혐의 고발이 들어오자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고,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유 전 본부장이 창밖으로 던진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검찰이 낸 입장이 3일만에 거짓으로 들통난 결과였다. 검찰은 “CCTV를 철저하게 확인하지 못한 수시팀 불찰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머리를 숙였다.
검찰은 이로부터 4일 뒤인 지난 11일 사건 핵심 인물인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를 본격 소환해 14시간에 걸친 조사를 벌였다. 김씨가 귀가한 12일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14일 영장심사가 열렸지만 법원 판단은 ‘혐의 입증 부족’에 따른 영장 기각이었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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