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필수품 리튬·코발트도 급등
완성차·광산업체 ‘가격연동제’ 등 공동 대응
정유·석유화학업계도 공급선 다변화 모색
다급한 업계 ‘친환경 정책’ 속도조절론 제기
탄소중립의 역풍,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 Green+Inflation)’이 산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그린플레이션은 친환경을 뜻하는 ‘그린(Green)’과 물가상승의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탄소중립 등 친환경 정책으로 주요 원자재 공급이 줄어들고 수요가 증가해 원자재 값이 상승하는 현상을 뜻한다.
그린플레이션으로 당장 원자재값 상승 압박에 직면한 기업들은 고심이 늘고 있다. 원자재값 상승이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가격 경쟁력 하락 및 소비자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다. 탄소중립이 돌이킬 수 없는 대세인 만큼 하루빨리 그린 기술을 확보하는 데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원유, 알루미늄, 아연, 니켈...치솟는 원자재 가격 = 산업계 전반에 영향이 큰 석유는 최근 역대급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지난 5일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장중 80달러를 돌파하며 201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지금도 80달러대로 강세다. 석유가 급등하면서 석유 대체제인 천연가스도 급등하고 있고, 최근엔 석탄 가격까지 심상치 않다.
각종 광물 가격도 고공행진이다. 배터리 생산에 필수인 구리나 니켈은 전기차 대중화로 수요는 급등한 반면, 친환경 규제 등에 따라 주요 생산국의 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구리는 최근 한 달만에 10% 이상, 니켈도 8% 이상 올랐다. 알루미늄, 아연, 주석, 코발트 등 종목을 가리지 않고 일제히 상승 중이다.
▶원자재→배터리→전기차, 도미노 파급에 기업들 고심 = 당장 배터리·전기차업계의 고심이 크다. 배터리는 크게 리튬, 니켈, 코발트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들 원자재 모두 그린플레이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배터리업계는 이를 대비, 배터리업체 외에 완성차업체, 광산업체 등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 연쇄적인 생산·공급 구조) 차원에서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가격연동제 도입 등이 그 예다. 또 계약을 중장기로 체결, 가격 상승에 따른 여파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원자재 중 특히 코발트가 배터리 가격에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을 어떻게 대응할 지가 배터리업계의 시급한 과제”라고 전했다.
배터리 가격 상승은 전기차 가격까지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산업계 전반에 걸친 완성차업계의 특성 상 배터리 뿐 아니라 전기료, 철강 등 그린플레이션의 여파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지난 상반기 포스코나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사는 자동차 강판 가격을 톤(t) 당 5만원 인상했다. 반도체 수급난까지 겹치면서 전기차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전기차나 자율주행차는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전력 반도체 비중이 높다.
자동차업계는 내년 연식 변경 시점을 계기로 주요 차종 가격에 원가 상승분을 반영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인프라 확산도 그린플레이션을 고민해야 할 상황이다. 주요 에너지원 중 신재생에너지의 전력 생산 단가가 가장 비싼데, 탄소중립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일수록 전기료 상승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는 전기차 보급 확산 속도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 입장에선 원가를 차량가격에 반영해야 하지만 가격에 따른 예상 판매량과 원가율을 잘 계산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유·석유화학업계도 비상 = 정유업계도 원유 가격 상승이 부담이다.경기회복과 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 상승이 아니라 친환경 정책으로 석유 가격이 왜곡된 형태로 급등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주요 석유 생산국에서 가격 조정에 나설텐데 친환경정책 여파로 그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중국 전력난 사태에서 볼 수 있듯 친환경정책도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석유화학업계 역시 비상이다. 유가가 상승하면서 납사(naphtha, 원유 증류 제품 중 하나로 석유화학원료 생산에 쓰임)나 LPG 등 석유화학재료 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는 납사 등을 정유업체로부터 구매, 고온 열분해를 거쳐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스타이렌 등을 생산한다. 업계는 국내외 생산기지 원료 다변화 등을 통해 일단 대응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온실가스 감축 압박이 거센 철강업계도 그린플레이션 대응에 나섰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원가 부담을 줄이는 스마트 원자로 개발, 철광석 광산 직접 투자 등을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철광석이나 아연 등 주요 원료를 장기계약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타격은 없다”면서도 “최근 그린플레이션이 산업의 구조적 변화인 만큼 근본적 차원에서 체질 개선 노력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산업부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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