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정책에 원자잿값 폭등
기업들은 생산단가 상승 직면
소비자 가격상승 압박 이어져
정부 차원 지원대책 마련 시급
전지구적으로 거세게 불고 있는 ‘탄소중립’ 열풍으로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 Green+Inflation)’ 공포가 산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대부분 주요 원자재 값이 일제히 폭등하면서 기업들은 당장 생산단가 상승에 직면했고, 이는 소비자들에게 가격 압박으로 이어질 조짐이다.
그린플레이션은 친환경을 뜻하는 ‘그린(Green)’과 물가상승의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탄소중립 등 친환경 정책에 따라 원자재 값이 급등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관련기사 3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 이후 위축된 세계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고 친환경 정책으로 각종 금속류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반면, 탄소중립에 필수적인 재생에너지 공급은 아직 수요이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석유나 석탄 등 화석연료 공급도 탄소중립 기조에 막혀 있다. 공급은 부족하고 수요는 급증하니,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기업들은 초비상이다. 리튬, 니켈, 코발트 등 배터리 주요 원자재마다 가격이 급등하면서 배터리 생산 단가도 인상이 불가피하다. 이는 전기차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결국 소비자까지 그린플레이션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연쇄 작용이다.
석유 가격 상승으로 석유화학업계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납사(naphtha, 원유 증류 제품 중 하나로 석유화학원료 생산에 쓰임) 가격 상승으로, 이는 에틸렌이나 프로필렌 등 관련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정유업계도 철강업계도 시급히 대응 마련에 나선 상태다. 기업들은 가격 연동제, 공급처 다변화, 공급·생산업체 비용 분담, 장기 계약 체결 등의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그린플레이션에 따른 전기료 상승도 기업엔 압박이다. 배터리나 완성차업계는 전기차 대중화를 앞두고 높은 전기료가 인프라 확산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한다. 다른 업종들 역시 전기료 상승은 곧 생산단가 상승으로 직결된다. 재생에너지 효율이 아직 기존 화석연료에 미치지 못하면서 친환경 기술이 고도화되기 전까진 전기료 상승은 피할 수 없는 ‘기회비용’이 됐다.
기업들은 자체적인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한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주요 선진국에 비해 한국 정부의 지원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25일 녹색기술센터에 따르면,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탄소중립과 관련해 총 1870조원 규모의 연구개발(R&D) 및 인프라 구축 지원 계획을 밝혔고, 유럽연합(EU)은 독일이나 프랑스 등 핵심국가를 중심으로 총 1320조원 기술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일본 역시 178조원 규모의 자금 집행을 예정했다.
우리 정부는 내년도 탄소중립연구 개발 예산을 1조 5531억원으로 책정했다. 2023년부터 2030년까지 탄소 다배출 업종 혁신 사업 등에 6조7000억원을 투입한다. 하지만 이 역시 주요국에 비해선 크게 부족한 수준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그린플레이션이 탄소중립 시대에선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기업은 이를 불가피한 리스크로 여기고 그에 맞춰 대비책을 마련하고 정부 역시 과감한 지원으로 기업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상수 기자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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