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DSR 조기 확대 시행 예고에
“대출 반 토막 어쩌죠”
내 집 마련 앞둔 실수요자 당혹감
매수심리 제약해 주택거래 줄어들듯
전세시장 부담·월세화 가속화 우려도
가격 안정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
[헤럴드경제=김은희·이민경 기자] “퇴거자금대출도 규제받겠죠? 내년 4월이 전세계약 만기라 1, 2월에 대출을 신청해야 합니다. DSR 40%가 적용되면 받을 수 있는 돈이 반 토막 날 것 같은데 어쩌죠.”
“정부만 믿고 기다리다 늦게나마 내 집 마련을 계획했는데 2억원 대출로 집을 어떻게 사나요.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미리 ‘영끌’할 걸 그랬어요. 내 집 마련은 물 건너간 것 같아요.”
정부가 26일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조기 확대를 골자로 한 가계부채 보완대책을 발표하면서 실수요자들이 다시금 혼란에 빠졌다.
실수요자는 보호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지만 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대출규제가 강화되면 저소득층 서민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정부의 대출 조이기 여파로 주택시장 분위기가 가라앉은 가운데 당분간 거래가 끊기는 등 시장 전반에 한파가 몰아닥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당장 잔금일을 앞두고 있거나 은행들의 대출 총량이 ‘리셋’되는 내년 1월을 목표로 내 집 마련을 준비해온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집값 급등으로 필요자금이 늘어난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대출 중단에 대출한도까지 조이면 집을 사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는 것 아니냐고 토로한다. 특히 제2금융권까지 DSR 영향권으로 들어오면서 서민들이 음성화된 불법 대출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이번 DSR 규제에서 제외한 기분양주택 잔금 대출이나 신용대출 만기 연장을 앞둔 수요자도 혹시나 대출이 막히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부동산업계는 이번 조치가 주택 매수심리를 제약해 거래량을 감소시키는 등 시장 분위기를 더욱 가라앉힐 것으로 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영끌 빚투’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현금부자나 증여를 많이 받는 금수저가 아니고서는 주택 마련이 힘들어질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주택 거래가 둔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거래량 감소가 가격 안정화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집값 상승 피로감과 겹치며 매수세가 줄겠지만 가격대, 구매 여력 등에 따라 이번 규제의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다소 우세해 보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주택 매수를 억누르더라도 집을 사겠다는 의향 자체가 살 필요가 없다는 것으로 바뀌는 건 아니다”며 “주택 매매가 상대적으로 감소하더라도 신고가 체결은 계속되는 양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특히 시장 양극화 현상이 짙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현금부자만의 리그가 된 고가 아파트 시장은 ‘마이웨이’를 이어가고 중저가 아파트 시장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얘기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DSR 관리로 소득이 낮은 분들의 구매력이 줄어 저가 아파트 시장이 상대적으로 더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주택가격대별 양극화 현상은 물론 지역별 양극화도 심화될 것”이라고 했다.
전세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매매수요가 감소하면서 일부 수요가 임대차로 옮겨가며 전세시장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전세대출 규제도 동반되고 있어 임대인의 전세보증금 증액 요구에 응답하지 못할 경우 울며 겨자 먹기로 보증부 월세를 찾는 등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