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정부 원안 확정에 강력반발
“그렇게 속도조절 원했지만...”
세제개편 등 先지원방안 있어야
문대통령 출국 英행보에 시선
국제사회 글로벌 탄소동맹 주목
2050년까지 국내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최종 확정되면서 재계는 초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이를 대외 공표하고 연말 유엔에 공식 제출한다.
국제사회에 공언하는 만큼 이젠 돌이킬 수 없다. 가야 할 길임을 알지만, 연착륙할 수 있도록 부담완화와 속도조절을 호소했던 재계의 요구는 끝내 묵살됐다. ▶관련기사 3·8면
재계는 이미 탄소중립 경영을 생존전략으로 체감하고 있다. 기업마다 앞다퉈 탄소포집저장(CCU)기술, 친환경 대체에너지 개발, 수소환원제철, 스마트공장 구축 등에 뛰어든 상태다. 탄소중립 사회를 대비해야 한다는 건 오히려 정부보다 일선 기업이 더 절실히 체감하고 있다.
관건은 속도다. 재계는 정부에 속도조절을 호소했다. 기업의 자발적 노력에 보조를 맞춰 현실성 있게 추진해달라는 요구였다. 유럽이나 미국 등은 1990~2000년대 초반에 온실가스 배출 정점을 기록했다. 산업화가 뒤진 한국은 2018년에서야 최고 배출량을 기록했다. 유럽이나 미국 등은 이미 20~30년 간 탄소중립을 철저히 대비했다. 한국은 이제 막 시작단계다.
탄소중립 기술 수준도 수십년 간 앞서 준비한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진 상황이다.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 정부 지원 규모도 비교하기 힘든 수준이다. 녹색기술센터에 따르면, 미국은 탄소중립과 관련 총 1870조원을, 유럽연합(EU)은 1320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반면, 한국은 내년도 탄소중립 연구개발 예산 1조5531억원, 이후 2030년까지 6조7000억원을 책정했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 과정에서 필요한 지원책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당장 정유업계나 석유화학업계는 사활 자체를 고민해야 할 위기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라 전환·매몰비용 100조원, 2050년까지 매출 손실 비용 700조원 등 정유업계가 감당할 총 피해 비용은 800조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에 필요한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S·CCUS) 기술 확보 등에도 200조원 이상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발전 선구자’에서 일순간 ‘탄소배출 주범’으로 낙인된 현실 앞에 일선 기업들은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도 부담이다. 석유화학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탄소중립을 노력하는 건 당연히 기업도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지만, 제대로 타당성 조사를 하고 현실성 있게 추진하는가의 문제”라며 “지원방안 등 유인책 대신 규제 중심으로 가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전날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관련, “국내 실정을 고려하지 않고 산업계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최종 확정돼 유감”이라고 입장을 발표했다.
경총을 포함, 주요 재계단체들은 이미 수차례 탄소중립 속도 조절을 요구하는 입장을 발표해왔다. 한 재계단체 관계자는 “이미 정부에 건의도 하고 관련 세미나도 수차례 열며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며 “이젠 사실상 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산업연구원, 대한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탄소중립 산업전환 전략포럼’을 출범했다. 전문가 20여명이 참여해 연말까지 포럼을 개최, ‘탄소중립 산업대전환 비전·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재계는 이 포럼을 거쳐 향후 윤곽을 드러낼 탄소중립 실행 세부 방안 및 지원책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은 “탄소중립은 분명 어렵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며 “정부는 산업계의 부담을 버려두지 않고 정책적·재정적으로 총력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산업부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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