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성원·양대근 기자] 지나 러먼도 미국 상무장관은 글로벌 반도체 부족 사태를 해결한다며 주요국 반도체 생산 업체에 공급망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주문한 마감시한 당일인 8일(현지시간) “데이터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추가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추가 조치” 시사한 미국, 반도체 공급망 재편 속도= 러먼도 장관은 이날 로이터 인터뷰에서 “반도체 업체와 공급망에 있는 다른 회사가 오늘 마감을 앞두고 상무부에 자발적으로 데이터를 제출한다고 확신한다. 낙관적”이라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미 정부는 제너럴모터스(GM) 등 자국 자동차 업체부터 애플과 같은 핵심 제조사가 반도체 부족 탓에 생산라인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자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9월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나서 글로벌 유력 반도체 업체 등과 백악관에서 회의를 하며 해답찾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제시된 게 반도체 업체에 고객사 정보 등 산업기밀 사항까지 제출하라고 한 방안이었다.
당시 러먼도 장관은 필요하면 강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 “데이터가 공급망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것이고, 목표는 병목현상이 있는 곳을 식별해 문제를 예측할 수 있도록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체가 난색을 표하자 민감한 정보는 배제해도 되는 쪽으로 정리가 됐다고 알려졌다.
러먼도 장관은 “지난 2주 동안 삼성과 SK, (대만의) TSMC를 포함해 공급망에 있는 모든 최고경영자(CEO)와 통화를 했다”며 “강력하고 완전한 데이터 흐름을 제출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그들은 모두 협조적이었고, 우리가 요청한 것으로 보내겠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백악관과 러먼도 장관은 미국의 반도체 제조를 촉진하기 위해 연말 전 의회가 520억달러의 지출안을 승인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러먼도 장관은 이와 관련, “긴급한 사안”이라며 “(지출안 승인이) 있어야 한다. 국가안보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삼성·SK하이닉스 “상황 예의주시”, 반도체 업계 “정부가 나서야”= 미 워싱턴D.C. 현지 소식통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고객정보·반도체 재고량 등의 핵심 정보를 빼고 제출 자료 모두를 기밀로 표시, 일반인은 볼 수 없도록 한 채 관련 자료를 냈다.
SK하이닉스는 민감하다고 판단하는 자료를 제외하고, 일부 자료는 기밀로 처리해 제출했다. 재고량도 제품별이 아닌 산업별로 구분해 표시한 걸로 전해졌다.
세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1위 대만의 TSMC도 기밀 정보를 제외하고 지난 5일 비공개로 자료를 제출했다.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 이스라엘의 파운드리 기업 타워세미컨덕터 등도 동참했다.
앞서 미 정부는 민감한 정보까지 아울러 26개 항목의 설문을 제시하며 이날까지 답하라고 요구했는데, 주요 업체가 기밀 공개에 난색을 표해 민감 정보는 제외하는 식의 ‘절충안’을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기업들은 이날 러먼도 장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추가 조치 등을 놓고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 측의) 공식적인 요청이 없는 상황에서 관련된 이야기를 지금 할 단계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세계 반도체 시장이 미국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상황에서 미국 측의 추가 자료 요구에 반대 입장을 밝히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상무부에) 자료를 제출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면서 “상무부에서 요구하는 자료가 앞으로 더 수위가 높아질 수 있는 점이 우려스러운데 정부 측에서 적절하게 조율을 해 줄 필요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한국 반도체 기업의 공급망 정보 제출 후속 상황 등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문 장관은 오는 11일까지 2박 3일 동안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러먼도 장관과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 등을 만날 예정이다. 문 장관은 러먼도 장관에게 한국 기업이 낸 자료를 소개하면서 영업 기밀 등의 이유로 추가 자료를 내기 어려운 사정 등을 설명하며 이해를 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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