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란은행의 채권매입 부작용 인정
천문학적 돈, 자산가격 상승 촉발
저임 근로자 실직...부유층 돈불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에서 양적완화(시중 통화공급 확대) 정책을 설계했던 인물 가운데 한 명이 “그 수단은 결코 이상적이지 않은 결과를 내기 때문에 자주 사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영란은행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 충격에서 벗어나려고 2009년 양적완화를 시작할 때 통화정책 부문을 책임졌던 찰리 빈 부총재(2008~2014년)는 “정책이 불평등을 가중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돈을 풀어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입장에 섰던 인물이 시중 금리 억제를 위해 중앙은행이 채권 매입에 나서는 행보의 부작용을 뒤늦게 인정한 셈이다.
블룸버그는 빈 전 부총재가 불평등은 물가상승률을 2%에서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 이상이기 때문에 영란은행은 분배효과를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7년 한 연설에서 “정부가 거시경제 안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통화정책의 ‘나쁜 부작용’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면 적절한 완화적 재정 조치를 취하는 게 더 나아 보인다”고 말했다.
세계 주요 중앙은행은 10여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와 현재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동안 경제 부양에 도움을 주고, 금융부문 안정을 회복하려고 국채 등을 사들이는 양적완화를 택했다.
천문학적 돈이 시중에 흘러 들어가 자산가격 상승을 촉발하면서 양적완화를 둘러싼 논란은 커졌다. 저임금 근로자의 실직이 속출하는데 부유층의 자산 가치는 되레 부풀어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영국 재무부 산하 예산책임처(OBR)에 적을 두고 있는 빈 전 부총재는 “양적완화엔 분배적 결과가 있기 때문에 이상적이지 않은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며 “덜 중요한 부분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영란은행이 그동안 양적완화가 인구의 다양한 부분에 미치는 영향이 대체로 중립적이라고 주장해왔다고 지적했다. 자산 보유자의 부를 증대시키는 동시에 일자리도 보호한다는 논리를 댔다면서다.
영란은행은 다음달 자산매입을 완료할 예정이다. 보유 채권의 양은 8950억파운드(약 1429조원)에 달하게 된다. 팬데믹 이후 4500억파운드 늘었다. 여기엔 200억파운드(약 31조9400억원)의 회사채도 포함돼 있다.
블룸버그는 빈 전 부총재와 영란은행 근무 기간이 겹치고 양적완화를 도입한 머빈 킹 전 총재(2003~2013년)도 양적완화 비판론자라고 설명했다. 킹 전 총재는 자신의 이름이 올라간 지난 7월 싱원보고서에서 “중앙은행이 (양적완화에) 중독됐다”며 “정책 입안자가 거시경제적 차질에 대한 만병통치약으로 사용하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영란은행의 앤드루 베일리 총재는 인플레이션 과열을 막기 위해 더 긴축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최근 언급했다. 그러면서 언제 기준금리(현행 0.1%)를 올릴지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홍성원 기자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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