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파운드리 신공장 투자 확정 관건

백신 원액 생산 등 모더나 본사 방문

주요 정·재계 인사 회동…M&A 추진 이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김포비지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출국하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김포비지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출국하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뉴삼성’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 부회장이 해외 경영 행보를 재개하면서다. 5년 만에 떠나는 이 부회장의 방미 일정은 크게 ▷투자 ▷백신 ▷인수합병(M&A) 등이 3대 과제로 꼽힌다. 

미국 신공장 투자 확정을 통한 반도체 사업 강화, 진일보된 백신 협력 관계 등에 따른 바이오 산업 경쟁력 확보, 주요 정·재계 인사와의 네트워크를 활용한 인수합병(M&A) 추진 등이다. 방미 일정을 통해 과감한 도전, ‘뉴삼성’을 향한 밑그림을 그릴 것이란 게 재계의 관측이다.

▶美 파운드리 신공장 건설 초읽기…20조 투자 확정 촉각 = 이 부회장의 방미 일정과 관련 가장 관심이 쏠리는 건 반도체 분야 투자 확정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14일 오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 출국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파운드리 공장 투자 결정과 관련, “여러 미국 파트너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의 이번 방미행은 지난 8월 가석방으로 출소한 후 첫 해외방문 일정이다.

삼성전자의 미국 파운드리 신공장은 파운드리 세계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대만 TSMC를 추격할 발판으로 꼽힌다. 이미 대만 TSMC는 미국 애리조나에 파운드리 공장 조성에 돌입,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삼고 있다. 추격자인 삼성전자도 조속히 미국 투자를 확정해야 할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공장 설립 계획안 등을 통해 미국 파운드리 신공장에 최첨단 설비를 구축할 계획을 밝혀왔다. 업계는 3nm(나노미터, 10억분의 1m) 라인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한다. 3nm는 삼성전자가 TSMC를 추월할 목표로 세운 기술 장벽이다.

관건은 속도다. 미국 파운드리 신공장 투자안이 논의된 지 1년 가까이 됐지만, 아직 최종 후보지를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현재로선 세제지원책까지 확정한 텍사스주 테일러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파운드리 공장 설립 시기가 더 지연되면 자칫 TSMC와의 고객사 유치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부회장의 방미 출장 여부에 지속적으로 이목이 쏠렸던 이유다. 신공장 투자 규모는 170억달러(약 20조원)로, 이를 확정하면 미국 내 삼성전자의 입지도 한층 공고해질 전망이다.

▶모더나 본사 방문, 백신 원액 생산 주목 = 이 부회장은 출장에 오르면서 모더나사 방문과 관련, “보스턴에 갈 것 같다”고 밝혔다. 이번 출장에서 방문지를 명확하게 밝힌 건 보스턴이 유일하다. 그만큼 이번 출장에서 모더나사 방문은 비중이 크다. 보스턴은 미국의 바이오산업 핵심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미국 모더나사 본사도 위치해 있다.

앞서 이 부회장은 가석방 이후에도 물밑에서 꾸준히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 등과 회상회의를 하며 백신 조기 공급에 힘쓴 바 있다. 그 덕분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외부에서 제작한 모더나 백신을 유리병에 넣고 포장하는 공정을 수행할 수 있었고, 생산분이 국내 의료기관에 풀려 백신 보급에 일조했다.

업계에선 이번 방미를 통해 한 단계 더 진화한 양사 간 협력관계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백신의 원액생산 여부가 관건이다. 원액 생산까지 가능하게 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백신을 초기 단계부터 마무리까지 생산하는 바이오업체로 발돋움하게 된다. 향후 의약품 위탁생산(CMO) 시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위도 더 공고해진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창립 7년 째인 지난 2018년 글로벌 CMO 1위에 오른 기업이다.

▶글로벌 네트워크 가동…M&A 투자 포문여나= 이 부회장의 이번 출장에서 또다른 관전 포인트는 주요 정·재계 인사와의 회동이다. 이 부회장은 2001년 경영에 처음 참여했을 이후부터 매년 연휴 때면 전 세계 사업장을 방문해 왔다. 그 외에도 수시로 해외 사업장이나 주요 경영 현장을 찾으며 해외 네트워크를 꾸준히 구축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나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등과의 친분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 부회장은 미국 앨런앤드컴퍼니가 개최하는 비공개 행사 선밸리 콘퍼런스를 통해 주요 IT기업 인사들과 친분을 쌓아왔다. 한국 인사로는 최초 로 초청 받은 뒤 2016년까지 매년 이 행사에 참석했다.

이번 방미를 통해서도 미국 주요 IT회사 최고 경영진과 회동을 갖고 최근 기술 동향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하만을 인수한 후 대규모 인수합병(M&A)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삼성전자는 최근 컨퍼런스콜을 통해 “2023년 내에 의미 있는 M&A를 실현하는 데에 긍정적”이라고 밝혔었다. 굵직한 M&A 추진을 앞두고 미국을 방문한 만큼, 이 부회장과 미국 주요 IT기업 경영진과의 회동을 통해서 M&A와 관련된 대화가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에선 미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계자와의 면담 가능성도 예상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단독 면담을 할 만큼 미 정계와도 두터운 인맥을 갖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는 반도체 공급망과 관련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에 정보 제공을 요구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대규모 미국 투자 건을 바탕으로 미국 정부와의 관계를 조율하며 협력 관계를 강화할 것이란 게 재계의 관측이다.

이 부회장이 출장에서 복귀하면 이젠 인사와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 나서야 한다. 재계는 북미 출장을 계기로 ‘뉴삼성’ 경영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한다. 우선 내부 조직이나 인사 시스템 등에서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된다. 이르면 이달 말께 연말 인사를 통해 그 단초가 보일 전망이다.

올해 말을 목표로 대대적인 인사제도 개편도 추진 중이다. 구체적 계획은 검토 중이나, 평가나 승진 등에서 공정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인사제도를 개편할 것으로 알려졌다.


dlc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