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미국 외교관으로 33년 근무한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15일(미국 시간 기준) 오후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을 두고 “외교가 관계를 바로잡을 순 없지만 여전히 재앙은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10년 인연’이 두 나라에 자산이라며 외교에 기대를 걸었다.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부소장을 맡고 있는 러셀 전 차관보는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13일(현지시간) 낸 기고에서 “미중 관계가 위험하고 불안정한 국면에 있다는 건 비밀이 아니다”라면서 이번 정상회담엔 희망과 우려가 뒤섞여 있다고 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과 외교안보라인이 미중 경쟁을 충분히 인식하고 집권한 데다 중국에 유리한 형식적인 행사를 거부하기 때문에 비생산적인 대화의 함정에 빠지진 않을 거라고 봤다.
러셀 전 차관보는 “극적인 돌파구가 없다고 해도 이번 회담은 두 나라 정상에게 위기를 막는 데 도움이 되는 결정적인 가드레일을 세우기 시작하는 데 중요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3년 외교관으로 일하면서 국제 관계에서 ‘인적 요소’ 의 중요성을 배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간 인연을 거론했다.
러셀 전 차관보는 2011년 여름, 바이든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 부통령일 때 자신이 시진핑 당시 부주석과 만남을 수행했다고 회상, “두 사람은 식사와 산책 등을 하며 개인적인 대화와 정책 관련 얘기를 장시간 나눴다”면서 “이후 이뤄진 회담을 통해 둘의 유대는 꾸준히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10년 관계는 양측 모두에 자산으로 남아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 지난 9월 9일 시 주석과 통화했을 때의 내용도 전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대중 강경 정책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의 관세를 되돌리지 못하는 데 대한 시 주석의 불평을 들었지만, 양측 고위 관리는 정상간 회상회담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합의를 봤다고 러셀 전 차관보는 설명했다.
그는 “수년 동안 쌓아온 존경심이 없었다면 시진핑은 바이든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봤다.
러셀 전 차관보는 고위급 외교의 힘을 보여주는 증거로 이들 정상의 전화통화 이후 중국 정부의 달라진 어조를 예로 들었다. 중국 국영 매체의 논조와 국제 무대에 나온 중국 학자들의 발언이 ‘미중 관계가 반쯤 빈 유리잔이라고 했다가 하룻밤 사이에 반쯤 찬 관계’라는 식으로 바뀐 것이라고 그는 진단했다. 시 주석의 명확한 신호가 없인 이럴 수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셀 전 차관보는 “이번 회상 정상회담은 의미 있는 외교를 위한 추가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도 “둘의 대화가 아무리 생산적이더라도 세계는 과거 미중 전략경제대화 같은 규모가 크고 의정서가 무거운 외교로 회귀하진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백악관이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 등이 없을 거라고 밝힌 것과 일맥상통한다. 미중 전략경제대화는 오바마 전 대통령 때인 2009년 시작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때인 2018년 중단됐다.
러셀 전 차관보는 “진정한 관여는 관계구축, 적극적인 경청, 설득, 창의적인 문제해결이 매우 인간적으로 혼합된 것”이라며 “미중 관계는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하향곡선을 막기 위해 특히 고위급 외교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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