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진로에 막대한 영향
미 금리 올리면 타국도 자본 유출 방어 위해 보조
바이든 “나흘 안에 연준 의장 후보 발표”
“백악관, ‘파월이냐 브레이너드냐’ 청문회 표 계산”
美 인플레 급등에 통화 정책 ‘더 매파적’ 요구 분출
누가 되든 인플레 상황 따라 돈 죄기 강도 조절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향후 4일 안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를 발표할 걸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워싱턴 안팎에선 내년 2월 임기만료인 제롬 파월 현 의장과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의 2파전으로 본다. 백악관은 둘 중 누가 상원 인준 청문회 통과 가능성이 높은지 파악하고 있는 걸로 전해졌다. 셰러드 브라운 상원 은행위원장은 “둘 다 자격이 충분하다”는 입장을 냈다.
미국 통화정책의 수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세계 경제의 진로가 결정되기에 바이든 대통령의 결심에 각국이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수준을 보여주는 10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6.2% 상승해 30년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연준 안팎에선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경제 충격 최소화를 위해 풀었던 돈(매달 1200억달러)을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를 통해 회수하고, 기준금리 인상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해 연준 의장이 어떻게 대응할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나머지 국가도 자본의 국외이탈을 막기 위해 보조를 맞춰야 해서다.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연준 의장 후보 발표를 이번 주 안에 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이달 초 파월 의장과 브레이너드 이사를 각각 면담했다. 한 소식통은 바이든 대통령이 두 후보 모두 강력한 선택지로 판단하고 있고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했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 백악관이 파월 의장이나 브레이너드 이사가 상원 인사청문회 인준에 필요한 표를 얻을 수 있도록 의원들의 의견을 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브라운 위원장은 “두 사람 중 하나는 인준될 거라고 확신한다”며 “둘 다 민주당의 광범위한 지지에 기댈 수 있고, 일부 공화당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했다.
브라운 위원장은 “두 의장 후보 가운데 내 개인적인 선호가 있고, 이를 백악관과 공유했다”고 말했지만, 그게 누군지 밝히진 않았다. 다만, “둘 다 확실히 자격이 있다”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논평을 거부했다고 한다.
리사 머코스키 상원의원도 전날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어떤 인사를 연준 의장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지 대화했다고 밝혔다.
그는 “어제 그(바이든)와 약간 얘길 했다”면서도 자세한 사항을 거론하지 않았다.
브라운 위원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연준 의장 후보자를 지명하면 청문회는 이르면 12월 열릴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파월 의장의 임기가 남아 있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겠다면서 기후와 규제에 관한 논의가 청문회에서 매우 중요할 거라고 설명했다.
미 정치권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선택할 연준 의장을 두고 표 계산이 물밑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인준안을 처리할 상원 의석수를 보면 민주당과 공화당이 5대 5로 양분하고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브레이너드 이사가 현재의 자리에 오르는 걸 지지한 4명의 공화당 의원 가운데 하나인 롭 포트먼 상원의원은 파월 의장을 선택하라고 바이든 대통령에게 직접 촉구했다고 이날 말했다.
포트먼 의원은 “그녀(브레이너드 이사)는 그(파월 의장)보다 더 비둘기파적(완화적 통화정책 선호)이며 연준의 대차대조표와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사람에겐 그가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파월 의장은 민주·공화 상원의원에게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 여기엔 은행위 소속 민주당 중도파인 존 테스터 의원도 포함돼 있다. 테스터 의원은 “내가 누구에게 투표할지 알려주겠다. 파월이다”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미 언론은 조 맨친 상원의원의 행보에 유독 관심을 보인다. 여당인 민주당 소속이지만, 주요 법안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맨친 의원은 이날 블룸버그에 바이든 대통령이 연준 의장 후보를 발표하기 전에 파월 의장을 만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연준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왔고, 파월 의장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이전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관건은 어떤 후보가 연준 운전대를 잡았을 때 미국의 통화정책이 어느 길로 가느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파월 의장이나 브레이너드 이사가 인플레이션과 금리에 대해 비슷한 시각을 보여 통화정책의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날 분석했다.
그러나 시장에선 이달부터 8개월동안 매달 150억달러씩 테이퍼링을 해 통화정책을 정상화하겠다는 연준의 방침이 바뀔 가능성에 주목한다.
‘매파(긴축적 통화정책 선호)’로 분류되는 제임스 블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TV에 나와 급등하는 미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연준이 통화 부양책 축소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했다. 내년 통화정책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투표권을 갖는 블러드 총재는 “향후 회의에서 좀더 매파적으로 가야 인플레이션 위협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이미 발표한 연준의 테이퍼링 시간표를 더 앞당겨야 한다는 주문은 연준 전·현직 고위직에서 전날부터 분출하는 상황이다. 블러드 총재는 FOMC가 테이퍼링을 진행하는 중에도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는 선택지를 갖고 있다고 했다. 다른 전문가는 일시적인 요인에 과민반응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결국 파월 의장이든 브레이너드 이사든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어느 방향으로 전개되는지를 보여주는 데이터를 확인한 뒤 돈 줄 죄기의 강도와 시한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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