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기술·정치·경제력 혼재된 전쟁
과학기술·SNS 발달로 전 세계 확산 중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더 이상 전통적 개념·정의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전쟁이 전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다.
국가 소속 정규군이나 특정 정파의 비정규군 간의 무력이 맞부딪히는 열전(熱戰)이나, 무력 충돌은 없지만 살얼음판을 걷는 듯 냉엄한 초긴장 국면이 이어지는 냉전(冷戰) 만으로 전쟁이란 무엇인지 설명하기 힘든 시대가 빠른 속도로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범죄’로만 구분해온 폭탄 테러·사이버 공격은 물론, 이질적 문화를 지닌 난민을 적대 세력에게 유입시켜 해당 사회의 혼란을 야기하는 과거로선 상상할 수 없는 방법의 공격까지도 전쟁의 새로운 범주에 편입되고 있다.
사람들은 이 같은 군사력과 기술력, 정치력, 경제력, 사회·문화적 역량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이 혼재된 오늘날의 전쟁을 가리켜 ‘하이브리드 전쟁(Hybrid Warfare)’이라고 부른다.
하이브리드 전쟁은 과학 기술의 발달과 미디어 접근성의 확대, 인터넷과 금융 시스템 등을 통한 전 세계의 연결성 강화에 힘입어 현실 속에서 더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중 대규모 병력을 동원한 군사 작전이 힘든 상황 속에 최소한의 병력 동원으로 최대한의 피해를 입히는 하이브리드 전쟁의 가치는 더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기존의 전쟁은 무력으로 상대방을 압도하고 항복을 받아내는 것이 목적이라면, 하이브리드 전쟁은 군사력 사용을 줄여 공격 주체의 노출 가능성과 비용을 최소화하고 의도를 숨기면서 상대방에게 타격을 가하는 것을 추구한다.
즉, 그동안 힘에 눌려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던 ‘다윗’도 ‘골리앗’에게 치명상을 입히거나, 운이 좋으면 승리까지 거둘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한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지난 7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발생한 무스타파 알카드히미 이라크 총리 암살 시도도 이러한 양상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당시 드론 3대가 총리 관저를 공격해 경비 담당자 7명이 부상했다.
이 밖에도 폴란드-벨라루스 국경에서 이뤄지는 난민 사태도 자신들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유럽연합(EU)에 대한 벨라루스발(發) ‘하이브리드 공격’의 한 형태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슬람이란 이질적 문화를 가진 중동 난민을 서구 기독교 문명에 밀어넣어 ‘문명의 충돌’을 유발하는 심리전의 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외교 전문지 ‘더 디플로마트’는 “전통적 방식의 전투와 유럽 국가에 대한 테러, SNS를 통한 선전전 등을 동시에 진행했던 ‘이슬람국가(IS)’의 행태가 하이브리드 전쟁의 양상과 영향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시”라고 설명했다.
하이브리드 전쟁의 확산은 ‘회색 지대(Grey Zone)’의 범위도 빠르게 넓히고 있다. 지금 생활하는 공간이 전쟁터인지, 평화 지역인지 구분할 수 없는 리스크 속으로 전 세계인들이 급속도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전 세계 각국, 특히 그동안 ‘강대국’으로 군림했던 서방 국가들을 중심으로 하이브리드 전쟁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 본격적인 대비에 나서는 모양새다.
유럽정책분석센터(CEPA)는 “지난 6월 벨기에 브뤼셀에 모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30개 회원국은 코뮈니케(공동선언문)에 하이브리드 전쟁에 대한 공동 대응에 나선다는 내용을 명시했다”며 “EU 회원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80%가 하이브리드 전쟁이 위협적이라 인식, 적극적인 대응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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