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수성’, 최근 앞에 붙은 명사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일컫는 신조어로 많이 쓰인다. ‘젠더감수성’이란 다른 성별의 입장과 권익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뜻한다. 폭언도 폭력의 범주로 받아들이게 된 데에는 사회 전반의 ‘폭력감수성’이 확산된 영향이 있다.
여기에 중소기업을 붙여 ‘중기(中企)감수성’을 따진다면 어떤 의미일까. 중소기업의 처지를 이해하고 그 의견을 존중하는 자세를 뜻할 것이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우리 경제의 기반인 만큼 정책입안자들에게는 무엇보다 필요한 덕목이다. 그러나 아직 정치권의 중기감수성은 이해와 공감보다 표를 받기 위한 공약(空約) 남발에 그치는 모양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6일부터 3박4일간 개최한 ‘2021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에서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기조연설이 있었다. 양 당 대표는 대선 이후 펼칠 중소기업 정책을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정작 중소기업에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제안들이, 책임감 없이 나왔다는 씁쓸한 느낌을 줬다. 송 대표는 이재명 후보가 제안한 ‘주 4일 근무제’에 대해 “당의 입장이라기보다는 후보의 단기 과제”라고 설명했다. “다음 정부에서는 중소기업의 활로가 되는 개성공단을 반드시 복원하겠다”는 공언도 했다.
중소기업계가 최대 고충으로 꼽는 것은 주 52시간 근무제다. 주 52시간을 맞추려면 제조업은 2교대에서 3교대로 근무조를 늘려야 하지만 고질적인 인력난 때문에 불가능한 상황. 1년 넘게 유예해 달라 읍소했지만 귓등으로도 듣지 않던 정치권에서 주 4일 근무제까지 언급되니, 기업들의 우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젠다를 던져놓고선 후보 개인의 의견이라 선을 긋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공당 후보의 의견을 당과 별개로 생각할 방법이 기자로선 도무지 없다. 개성공단은 중기에는 ‘아픈 손가락’이나 다름없다. 입주 기업들은 현 정권도 북한과 우호관계 수립에 급급한 나머지 개성공단 문제는 관심이 없었다며 “계륵 취급을 받았다”고 분통을 터뜨릴 정도. 이번 정부에서도 진전 없던 문제를 다음 정부에서 해결하겠다는 말에 한 개성공단 입주 기업 대표는 “믿지 않는다. 희망고문일 뿐”이라 잘라 말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이 대통령을 배출하면 중소기업계 인사를 인수위에 많이 참여시키겠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중기 인사 참여가 얼마나 정책적 효과를 낼지는 의문이다. 이미 21대 국회 에도 중기 입장을 전할 의원들이 있음에도 주 52시간제, 중대재해처벌법, 최저임금, 소상공인 손실보상 등의 논제에서 현장의 목소리는 번번이 외면당했다.
국내 기업의 99%, 일자리의 88%를 담당하다 보니 중소기업계는 정치권에서 탐내는 표밭이다. 그러나 평소 중소기업의 애로와 고충에 얼마나 귀 기울였는지 점수를 매긴다면?
잘 아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지난 6, 7월엔 주 52시간제 시행이 어렵다고 그렇게 호소할 때는 듣지도 않더니.... 대선이 가까웠긴 하나 봅니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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