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조문 갔다 후폭풍’ 우려… 일제히 조문 안가
이재명 “국가권력 찬탈”·윤석열, 오전엔 ‘간다’ 오후엔 ‘안간다’
송영길-이준석 ‘조문 안가’… 심상정·안철수 조문 불가 입장
[헤럴드경제=홍석희·정윤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양당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까지 모두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빈소에 조문을 가지 않기로 했다. 심상정 정의당 당대표는 ‘성찰 없는 죽음은 유죄’라고 밝혔다. 대선을 앞둔 시점이자 ‘전두환이 5·18 빼곤 잘했다’는 발언으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던 윤 후보마저 조문을 가지 않기로 하면서 전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는 정치권 인사들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개인자격으로 조문가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전 전 대통령은 23일 오전 8시40분께 연희동 자택에서 90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119에 그의 사망이 신고된 시각은 이날 오전 9시55분께로 기록돼 있다. 전 전 대통령은 사형 구형을 함께 받은 친구이자 대통령 후임자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사망한지 1달도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조문 여부는 이날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였다. 가장 먼저 조문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힌 측은 이 후보였다. 이 후보는 “중대 범죄 행위를 인정하지도 않은 점을 참으로 아쉽게 생각한다”며 “자신의 사적 욕망을 위해 국가권력을 찬탈했던,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에 대해 마지막 순간까지도 국민께 반성하고 사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했으니 전두환씨라고 하는 게 맞겠다”며 “전두환씨는 명백하게 확인된 것처럼 내란 학살 사건의 주범이다. 최하 수백명의 사람을 살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미완 상태인 광주 5·18 민주화운동의 진상이 드러날 수 있게, 당시 사건 관련자들의 양심선언을 기대한다”며 “현재 상태로 아직 조문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오전까지만 해도 가겠다던 입장을 바꿔 오후에는 가지 않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전 전 대통령 사망 관련 조문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일단 돌아가신 분에게는 삼가 조의를 표하고 유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조문을) 언제 갈지는 모르겠는데, 전직 대통령이시니까 가야 되지 않겠나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윤 후보는 국민의힘 공보실을 통해 ‘전직 대통령 조문과 관련하여 윤석열 후보는 조문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였습니다’고 입장을 바꿨다. ‘전두환 망언’으로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가 광주를 찾아 사과를 했던 사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윤 후보는 이날 오찬 자리를 함께한 인사들로부터 ‘조문을 가지마라’는 당부를 들은 것으로도 전해진다.
각 당 대표들 역시 조문 불가 입장을 피력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전두환 씨가 사망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전두환 사망에 대하여 민주당은 조화, 조문, 국가장 모두 불가하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역사의 진실을 밝히고 이에 대한 정의를 세우는 길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송 대표는 “그의 사망 소식에 끝까지 자신의 죄의 용서를 구하지 못한 어리석음에 분노와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며 “두눈으로 목격한 5·18과 이후의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쿠데타를 시작으로 통치기간 동안 숱한 죽음들과, 그보다 더 많은 민주화 인사들이 겪었던 형극의 삶을 기억한다”고 남겼다. 그는 또 “그의 생물학적 수명이 다하여 형법적 공소시효는 종료되었지만 민사적 소송과 역사적 단죄와 진상규명은 계속 될 것”이라고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두환 전 대통령 상가에 따로 조문할 계획이 없다. 당을 대표해 조화는 보내도록 하겠다”며 “당내 구성원들은 고인과의 인연이나 개인적 판단에 따라 자유롭게 조문 여부를 결정하셔도 된다”고 덧붙였다.
정의당 심 후보도 “역사를 인식한다면 국가장 얘기는 감히 입에 올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심 후보는 “전두환씨가 끝내 진실을 밝히지 않고, 광주 학살에 대한 사과도 없이 떠났다. 역사의 깊은 상처는 오로지 광주시민들과 국민의 몫이 됐다”며 “전두환씨는 떠났지만, 전두환의 시대가 정말 끝났는지 이 무거운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했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도 페이스북에서 “헌정질서를 유린한 군사쿠데타 범죄자 전두환씨가 역사적 심판과 사법적 심판이 끝나기도 전에 사망했다”며 “전두환씨의 죽음은 죽음조차 유죄”라고 밝혔다. 국민의당 당대표 안철수 대선 후보 역시 조문을 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주요 정당들의 대표와 대선 후보들 가운데 전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는 정치권 인사는 드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김기현 원내대표는 개인 자격으로 조문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싫든 좋든 여러 논란을 벌였던, 한국사의 한 장면을 기록했던 분이시고 많은 국민적 비난을 받았던 엄청난 사건의 주역이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한 책임이 막중하다”며 “인간적으로는 돌아가신 것에 대해서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조문하는 것이 인간으로 해야 할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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