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博, ‘역병, 일상’ 특별전 24일 개막
고양이로 콜레라 바이러스 퇴치 노력도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조선시대에도 요즘의 코로나 대응 못지 않은 격리, 연구개발, 공동체의 절제, 장기간 역병의 현상·대응과정 기록 등 전방위적인 ‘조선방역’ 노력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종대)은 24일 부터 2022년 2월말 까지 ‘역병, 일상’ 특별전을 연다. 코로나19 부터 타임라인을 거슬러 올라가 전통사회를 휩쓴 역병(疫病)과 그 속에서 일상을 지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데 모아 선보인다.
“결국 죽었으니 비참하고 슬픈 마음을 어찌하겠는가!” 조선 시대의 한 아비는 역병으로 아이를 잃은 참담함을 이렇게 기록했다. 여역(癘疫), 두창(痘瘡) 등의 단어로 자료를 검색하면, 300여 개가 넘는 옛 기사가 나온다. 정사(正史)와 일기를 넘나드는 역병의 기록은 그로 인해 고단했던 인간 생활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특히 조선 시대 역병에 대한 인식과 치료법 등이 기록되어 의학사적으로 매우 귀중한 16세기 ‘묵재일기’와 18~19세기 67년간의 기록 ‘노상추일기’를 최초 공개한다.
조선 시대는 두창으로 목숨을 잃는 일이 흔했다. 두창에 대한 인간의 공포심은 손님, 마마(媽媽)로 모시는 행위로 표출되었다. 이것이 바로 마마배송굿이다. 마마배송굿은 마마신(神)을 달래어 짚말(上馬)에 태워 보내는 과정 즉 ‘상마거리’가 포함돼 있는데, 다른 굿과 꽤 다르다.
1821년 조선 땅을 흔들었던 콜레라는 처음에 ‘괴질(怪疾)’로 불렸다. 당시 민간에서는 이를 두고 쥐에게 물린 통증과 비슷하다고 하여 쥐통이라 부르기도 하고, 몸 안에 쥐신이 들어왔다고도 여겼다. 대문에 고양이 그림을 붙이고 물러가기 염원했던 옛사람의 이색 처방이 19세기 프랑스 인류학자 샤를 바라의 ‘조선기행(Voyage en Corée)’(1892)에 수록돼 있다. 이 책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다.
조선 시대에도 역병이 발생하면 지인의 집으로 피접(避接)을 가고, 집 안의 외딴곳에 자신 스스로 격리하는 일 등이 빈번했다. 현재의 사회적 거리두기, 자가격리 생활의 원형이다. 전시에서는 코로나 팬데믹 국면에 한 자가격리자가 기록한 그림일기도 공개된다.
역병이 시대의 고난임을 알기에 서로를 생각하고, ‘다시’, ‘함께’ 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진다. 민속박물관 연구원들이 방역수칙을 지켜가며 시민 100여명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더니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다시’, ‘함께’, ‘같이’였다.
조선시대 시골에서 글을 아는 사람은 역병으로 흉흉한 마을 안정을 위해 여제문(厲祭文)을 짓고 여제를 지냈다. 동네를 돌며 방역활동하는 자율방범대의 마음도 다른 바 없다. 모두 ‘함께하는 당연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해법이었다고 민속박물관측은 설명했다.
전시장 높이 솟은 벽 넘어 이적의 노래 ‘당연한 것들’이 들린다. 현재는 누릴 수 없는 평범한 일상을 그리는 내용이라 찡하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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