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첫 확진. 그때만 해도 감히 상상치 못했다.
정말 대혼란이다. 변화의 속도가 망각의 속도를 능가하니, 마치 과거·미래가 현재에 공존하는 느낌이다. 1년 전은 100년 전 같고, 5일 뒤는 50년 뒤 같다.
정말 대재앙이다. 2020년 8월 주변 지인과 함께 책 한 권 발간했다. 코로나 일상 에세이다. 당시 집필하며 ‘발간 때 코로나가 끝나면 어쩌나’ 내심 조마조마했다. 어림없는 기우였다. 그 이후 1년도 훌쩍 넘겼다. 하지만 돌밭에도 풀은 피어나니 짜내고 짜내 긍정의 기운을 끌어올려 본다. 나쁜 것만은 아냐. 불행만은 아냐. 뭔가 배울 게 있다.
그러고 보니 깨달은 바도 적지 않다. 가족의 소중함. 재택근무로 불가피하게 가족과의 시간이 늘었다. 일과 쉼 모두 재택 시대에서 결국 내 일상 대부분이 가족으로 채워졌다. 아이가 얼마나 컸는지, 화법은 어떻게 변했는지, 어젯밤 꿈이 무엇인지, 크리스마스는 어떻게 보낼지, 대화도 공유도 늘었다. 몸도 마음도 백신도 자가격리도 가족끼리 똘똘 뭉쳤다. 요즘처럼 가족이 ‘공동운명체’일 때가 있었을까. 인류 대재앙 앞에 끝까지 우리 곁을 지켜주는 건 결국 가족이다.
학교의 소중함. 같은 반 친구 집에 가본 적도, 심지어 놀아본 적도 없다는 주변 아홉 살 아이의 말이 가슴에 박힌다. 학교는 학습만의 공간이 아니었다. 이 당연한 사실을 잊고 지냈다. 이미 이 아이 세상은 ‘메타버스’다. 가족 외 인간관계는 모두 랜선 ‘아바타’다. 학교도 교사도 친구도 모두 모니터와 스피커 속에서만 존재한다.
물론 다툴 일도, 화해할 일도 없다. 싫으면 ‘전원 오프’. 귀찮으면 ‘Alt+Tab’. 청각과 시각으로만 구성된 사회생활에서 이 아이는 친구의 땀냄새도, 어깨동무의 감촉도 그리워할 리 없다. 경험한 적 없으니.
학교에서 못 이룬 수다의 욕구를 학원에서 푼다는, 그래서 수업 진행이 너무 버겁다는 주변 한 강사의 한탄에 마음이 아린다. 얼마나 친구와 놀고 싶을까. 얼마나 떠들고 싶을까. 그저 어른들이 미안할 뿐이다.
만남의 소중함. 그리운 벗들과의 술 한잔이 얼마나 행복한지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생일이라며, 군대간다며, 결혼한다며, 연말이라며, 새해라며, 왁자지껄 함께했던 날. 언제쯤 다시 올까. 백신 맞고 인원 맞추고 마스크 쓰고, 마치 격파하듯 하나하나 수행하며 어렵사리 마주 앉은 자리는 그래서 더 소중하다. 언제 다시 기약할 수 없으니, 부디 그날까지 건강하길.
우리의 소중함. 코로나 앞에서 개인은 처참히 무기력하다. 나 하나의 방역은 해수욕장 모래알 같다. 아프리카 최남단에서 시작된 변이 하나가 또 전 세계를 무릎 꿇렸다. 결국, 이 XX는 ‘우리’가 아니라면 도통 이겨낼 수 없다. 내가, 내 가족이, 내 조국만 뭉쳐도 안 될 지경이다. 외계인 침공에 비견할 만한 이 괴물을 ‘우리’ 지구인이 단합해야만 물리칠 수 있다.
가족, 학교, 만남, 우리. 잊혔던 것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새삼 깨닫게 해준다는 건 그나마 코로나에 고마워해야 할 일일지 모르겠다고 애써 위안하는 ‘코로나 분투기’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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