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7개 혐의 적용 검찰 송치
“피해자와 가족 동일시, 해코지”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의 어머니를 흉기로 살해한 이석준(25)에게 경찰이 ‘보복살인죄’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이석준이 경찰 신고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17일 이석준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보복살인·형법상 살인미수·살인예비·감금·재물손괴 등 총 7개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 송치했다.
당초 경찰은 지난 11일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살인·살인미수 혐의만 적용했다. 그러나 보강수사 과정에서 이석준이 보복 목적으로 범행한 정황을 파악하고 혐의를 변경했다.
특가법상 보복살인은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형법상 살인죄보다 무거운 처벌이 가능하다.
경찰에 따르면 이석준은 지난 5일 전 여자친구인 A(21) 씨를 충남 천안에 있는 자신의 집에 감금하고 폭행 등을 저질렀다. A씨가 다음날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친구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고, A씨 가족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의 임의동행 요구에 순순히 따르며 긴급체포를 피한 이석준은 지난 8일 A씨를 만나려고 서울로 왔다. 기존에 알던 주소로 찾아갔다 허탕을 친 이석준은 흥신소에 A씨 주소지를 의뢰했다.
흥신소는 바로 다음날 A씨 주소를 건네줬고, 이석준은 렌터카를 이용해 서울로 올라와 A씨 집 주변에 머물렀다. 범행은 하루 뒤인 지난 10일 벌어졌다. 이석준은 범행 전날 구입한 흉기 하나와 자택에서 가져온 흉기 하나를 휴대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석준이 A씨의 주소를 알기 위해 흥신소에 연락하고 인터넷으로 도어락 해제법 등을 검색하는 등 범행을 준비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석준은 보복살인 혐의에 대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석준은 당시 A씨가 집에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찾아갔으나 A씨는 외출한 상태였다. 이석준은 범행 당시 A씨가 신변보호 대상자인 것을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성폭행 혐의 등 다른 혐의에 대해서는 “확인해 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석준의 싸이코패스 검사와 프로파일링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2주 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은 이석준에게 주소를 제공한 흥신소 관계자에 대해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해당 흥신소는 1인당 수십만원을 받고 최소 57명의 개인정보를 빼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석준은 이날 오전 7시44분께 서울 송파경찰서 유치장을 나와 호송차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취재진에 모습을 드러냈다. 회색 후드 티 와 흰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이석준은 마스크를 벗어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죄송합니다”라고 거부하고 고개를 숙였다. 지난 14일 경찰은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그의 얼굴, 이름 등을 공개한 바 있다.
이석준은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합니다”라는 말로 답변을 일관했고, 계획적 범행이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아닙니다”라며 부인했다. 이어 작은 목소리로 “정말 죄송합니다. 피해자 분들에게 할 말도 없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석준이 A씨 가족까지 대상으로 범행을 저지른 이유에 대해 “가해자가 피해자와 그 가족을 동일시해 해코지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한국은 특히 가족 간 연대가 끈끈한데, 당시 자리에 없던 신변보호자 여성을 직접 공격할 수 없다면 가족을 ‘같은 사람’으로 여겨 고통을 주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여성학 박사)는 “이런 스토킹 범죄 가해자들은 피해자의 가족을 공격함으로써 ‘봐라. 내게 이만큼의 힘이 있다’며 과시하며 피해자에게 일종의 처벌을 내리는 아주 잔인한 행동을 한다”고 설명했다. 김희량·강승연 기자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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