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음악가 성장판 ‘상주예술가’ 화제

공연장은 신진 발굴 양질콘텐츠 확보

음악가에겐 활동기반 마련·도약 발판

2022년 김동현·신창용·문태국 무대 기회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
피아니스트 신창용
피아니스트 신창용
첼리스트 문태국
첼리스트 문태국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많은 아티스트에게 주어지진 않아요. 일 년 동안 연주회를 준비하는 기획 회의부터 모든 프로세스를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 성장의 기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피아니스트 신창용)

젊은 클래식 음악가들이 한 단계 성장할 텃밭이 마련됐다. 피아니스트 신창용(27), 첼리스트 문태국(27)은 롯데문화재단,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22)은 금호문화재단의 상주음악가로 각각 선정돼 다가올 2022년 자신만의 음악을 들려줄 몇 차례의 무대를 확보하게 됐다.

공연장과 예술가들이 손을 잡았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예술가들을 발굴하는 ‘상주음악가 제도’가 K-클래식의 토대를 다지는 발판이 되고 있다. 상주음악가는 해외에서 상주예술가(Artist in Residency) 제도로 더 많이 통용된다. 전 세계 유수의 미술관이나 공연장, 오케스트라에서 ‘상주예술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예술가를 초청해 작업에 집중하고 연구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국내 클래식 음악계에서 상주음악가 프로그램을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금호문화재단이다. 2013년 피아니스트 김다솔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하며 이 제도를 처음 시작했다.

금호문화재단 관계자는 “젊은 음악가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굳건히 구축하는 것과 탄탄한 활동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연중 네 차례의 각기 다른 무대로 음악에 집중할 기회와 새로운 도전의 장을 만들고, 각자의 이름을 알리는 활동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문화재단은 지난해 ‘인하우스 아티스트’라는 이름으로 상주음악가 제도를 시작했다. 롯데문화재단이 상주음악가 제도를 시작한 것은 팬데믹이라는 특수 상황도 작용했다. 국내 최고 수준의 클래식 공연장으로 한국을 찾는 해외연주자 내한공연의 비중이 높았던 롯데콘서트홀은 코로나19를 맞으며 예정된 공연을 계획대로 진행하기가 어려웠다.

롯데문화재단 관계자는 “팬데믹으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우수한 연주자를 정기적으로 섭외하고, 실력과 개성을 갖춘 단체들을 통한 양질의 공연 콘텐츠 확보하기 위해 인하우스 아티스트 제도를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두 재단이 상주음악가를 선정하는 중요한 기준은 ‘실력’이다. 금호문화재단은 오랜 기간 지켜본 음악가들과 함께 한다는 특징이 있다. 그간 재단이 선정해온 금호영재, 영아티스트, 라이징스타로 활동했던 음악가 중 “다음 단계로의 도약이 기대되는 사람”을 상주음악가로 뽑는다. 김동현은 2012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 내년이면 데뷔 10년을 맞는다. 재단 관계자는 “김동현은 데뷔 이래 지속적인 음악적 발전을 이뤄내고 증명해오며 차세대 한국 바이올리니스트”라고 귀띔했다.

롯데문화재단은 지난해 코리아챔버오케스트라, 에스메 콰르텟과 함께 상주음악가 프로그램을 출발했다. 서유진 롯데문화재단 공연기획파트 파트장은 “다른 공연장과 달리 2000석 규모의 큰 홀인 만큼 대형 객석과 무대에 맞는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다양한 레퍼토리를 완성도 있게 구성하는 연주력을 중요하게 본다”고 말했다. 올해 선정된 문태국 신창용 역시 “다양한 연주 경험”, “해외 콩쿠르 우승 경력”을 높이 평가했다.

상주음악가 제도는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흔하다. 영국 위그모어홀은 바이올리니스트 알리나 이브라기모바, 피아니스트 벤자민 그로스베너 등이 상주음악가로 활동 중이며, 베를린 필은 바이올리니스트 파트리샤 코파친스카야를 2021/2022 시즌 상주음악가로 선정했다. 뉴욕필하모닉은 카운터테너 앤서니 로트 코스탄초와 함께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선 상주음악가 제도가 그리 활발하진 않다. 재정이나 운영 여건 등 클래식 공연장의 구조적 환경 문제가 제도 활성화의 어려움으로 꼽힌다. 또한 클래식 애호가들이 선호하는 연주자들은 해외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 상주음악가로 선정하기엔 일정이나 활동범위 등에 제약이 따른다.

클래식계 관계자는 “산하 예술단체가 있는 국공립 공연장을 제외한 민간공연장 중 상주음악가를 초빙할 수 있는 운영 여건이 뒷받침되는 공연장 수가 많지 않다”며 “국내 클래식의 하드웨어와 연주자들의 활동 기반 제약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다른 나라에 비해 국내 상주음악가 제도 운영이 활발하지 못한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윈윈(win-win)’ 효과다. 공연장의 입장에선 젊고 재능있는 클래식 음악가를 발굴, 공연 콘텐츠를 확보한다는 이점이 있다. 음악가들은 안정적인 연주 기회를 확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2017년 금호문화재단에 이어 2022년 롯데문화재단의 상주음악가로 활동하는 문태국은 “이 제도의 가장 큰 매력은 자신이 추구하고 원했던 프로그램을 짜고 무대에 실현하는 것”이라며 “섣불리 해보지 못했던 레퍼토리에 도전할 수 있고 관객들이 많이 들어보지 못한 곡들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관객도 뛰어난 연주자들의 다양한 음악을 만난다는 이점이 있다. 롯데문화재단 관계자는 “일반 대중부터 클래식 애호가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호에 맞게 접하는 점이 클래식 음악계에 선순환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