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갈등에 한국 반도체 초긴장
하이닉스-인텔 낸드 인수 中 결정 미뤄
매그나칩반도체, 美당국 승인지연 무산
독과점 적어 中 승인 기대 희망적 관측도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초긴장 상태다. 매그나칩반도체 중국 매각이 미국 규제당국의 승인 지연으로 무산된 가운데 인텔의 낸드 사업부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인수 계약 체결 후 1년 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중국 당국의 승인을 남겨놓고 있어 연내 인수 목표가 점차 가시권을 벗어나고 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90억달러(약 10조3000억원) 규모의 인텔 낸드 사업 인수를 발표한 이후 현재까지도 중국 국가시장관리감독총국(SAMR)의 승인만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과 미국을 비롯해 유럽, 영국, 대만, 브라질, 싱가포르까지 7개국이 모두 기업 결합을 승인했지만 중국만이 결정을 미루고 있다. 인수 로드맵대로 추진 중인 사항이지만 지난 7월 싱가포르 경쟁·소비자위원회(CCCS)가 7개국 중 마지막으로 승인을 한 지 5개월이나 지났다.
미국은 중국으로의 반도체 기술 유출을 우려하면서 중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 및 발전을 저지하고 있다.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EUV(극자외선) 장비의 중국 반입도 막고 있다. 중국도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에 총력전을 펼치는 중이다.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며 설비투자 등 산업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미국의 규제 강화가 발목을 잡고 있다.
중국의 이번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승인 지연의 배경에 일각에서는 이같은 국가안보를 둘러싼 양 국 간 첨예한 대립을 그 원인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제재에 중국이 이번 인수에 ‘몽니’를 부리며 역공을 가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미국 기업인 인텔이 미국 내 투자를 강화하는 것을 저지하고 한국과의 반도체 경쟁에서 자국 낸드플래시 산업 육성에 저해가 될지 주판알을 튕기는 중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만 낸드플래시 시장 자체가 경쟁이 심하고 독과점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어 중국의 승인을 기대하는 희망적인 관측도 없지 않다. 이번 인수에는 인텔의 중국 다롄 공장이 포함돼 있어 중국이 미국 기업의 철수를 반대하진 않을 것이란 조심스런 예상도 있다. 또한 SK하이닉스가 생산시설을 그대로 유지하고 중국 사업을 강화할 것이란 측면 역시 승인을 거부할 요인이 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중국 규제당국의 승인이 미뤄지면서 연내 인수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인텔 낸드 사업 인수와 관련해 “3분기 말 정도로 예상됐던 중국 승인이 조금 지연되고 있다”며 “4분기 안에는 중국 승인을 받고 가능한 연내 클로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역시 “적극적으로 협업하면서 협조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지만 뚜렷한 진전은 보이지 않는 상태다.
미-중 간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일각에서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의 전방위적인 제재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경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에서 영업중인 미국 기업 시스템반도체 업체인 매그나칩은 미국 규제당국의 승인이 9개월이나 지연되면서 지난 13일 결국 중국계 자본 와이즈로드캐피털에 대한 주식 매각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매그나칩은 지난 3월 와이즈로드에 1조5800억원(14억달러)에 주식 전량을 매각하기로 했지만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가 매그나칩의 반도체 기술 유출로 인한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승인을 하지 않고 미루는 상황이었다. 양 측은 당국의 승인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 계약을 해지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의 견제가 치열해지면서 향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인수합병(M&A) 전략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등 반도체 사업 확대를 위해 3년 내 의미있는 M&A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복귀로 대규모 M&A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넘어야 할 ‘허들’이 생겼다. SK하이닉스도 지난 10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확장을 위해 국내 업체 키파운드리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각각의 인수들이 각국 규제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만큼 M&A 전략 수행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문영규 기자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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