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마음도 지쳐가는 의료진들

2년간 피로 누적…서울의료원 200명 퇴사

거리두기 하지만…위중증환자 감소 불투명

“보상·지원 등 후속책 나와야” 목소리 커져

중앙방역대책본부가 20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5318명이라고 밝혔다. 이 날 오전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임시선별진료소에서 검체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박해묵 기자
중앙방역대책본부가 20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5318명이라고 밝혔다. 이 날 오전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임시선별진료소에서 검체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박해묵 기자

정부가 ‘강력한 거리두기’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놓았음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최전방에 있는 의료진이 번아웃(탈진)을 호소하고 있다. 2년 동안 누적된 피로가 극심한 데다, 하루 위중증 환자가 1000명을 넘어서는 등 코로나19 확산세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20일 의료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 병상을 맡아 왔던 의료진의 ‘사표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전담 병원으로 지정된 서울의료원의 경우 올해 퇴사한 의사와 간호사가 200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진이 번아웃을 호소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보상없는 희생’이 2년째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행동하는간호사회 소속 김민정 간호사는 “인력충원도 적절한 보상도 없다. 정부가 병원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간호사 손에 쥐어지는 보상은 없다”며 “매일 힘들게 일하지만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 결국 퇴사를 결심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최근 위중증 환자 증가로 수도권 병상 가동률이 90%를 육박하면서 간호사 1명이 감당해야 하는 환자까지 늘었다. 서울대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간호사는 “코로나 중환자실 소속 간호사가 부족해 간호사 1인이 환자 3명을 돌본다”며 “보호장갑 등 보호장구를 입고 환자를 돌보면 일반 중환자실보다 두 배 넘는 시간이 걸린다”고 호소했다.

정부는 16일 간의 ‘일상회복 멈춤’으로 위중증 환자 수를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방역 조치 강화로 지난 18일 0시부터 사적모임은 최대 4인까지 가능하며, 식당·카페의 영업시간은 오후 9시까지로 제한된다. 통상 방역 조치 변경은 월요일 0시부터 적용하지만 엄중한 상황을 고려해 정부는 주말인 토요일부터 거리두기를 적용했다.

하지만 위중증 환자 증가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0시 기준 위중증 환자 수는 997명으로 주말인 데도 불구하고 1000명 가까이 집계됐다. 주말 효과로 전체 신규 확진자 수가 약간 감소한 5318명을 기록한 가운데 중증 환자 수 비중은 늘어난 것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번 거리두기 강도가 단기간에 성과를 낼 만큼 강력한 조치는 아니다”며 “3차 백신 접종률이 크게 올라간다고 가정해도 병상 가동률이 70% 이하로 떨어지기까지 3~4주 정도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병상 확보, 의료진 인력 충원을 요구하는 의료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응급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분당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응급실에서도 확진자 5명이 체류하는 등 병상이 부족해 응급 환자들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의료진들은 번아웃돼 가는데, 외부에서는 환자를 왜 받지 않느냐고 항의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국립대병원노조들는 이날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획재정부에 인력 충원을 촉구했다. 국립대병원노조 공동투쟁 연대체는 회견문을 통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조건에서 환자를 돌보는 의료인력과 현장 상황은 최악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정부는 국립대병원에 코로나 중환자실 병상 확대를 요구하면서도 치료인력에 대한 대책은 내놓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노조는 중증 환자가 갑자기 상태가 악화돼도 인력이 부족해 즉각적인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 산하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의료노련)도 지난 17일 민간의료인력 지원과 보상을 요구했다. 김옥란 의료노련 교육선전국장은 “중환자들이 늘면서 민간병원으로도 환자들이 많이 넘어왔는데, 이에 대한 간호인력은 부족한 상황이다”며 “언제까지 코로나 확산세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인력이 부족해) 중증 환자를 돌봐야 하는 간호사들의 트레이닝조차 어려운 실정이다”고 말했다. 김빛나·김희량·김영철 기자


binn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