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운 국립국악원 원장
지금처럼 전통음악에 대한 관심이 높은 적이 없었다. ‘범 내려온다’로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팝 밴드 이날치를 중심으로 이어진 ‘탈전통’ 열기는 현재 JTBC에서 방영 중인 ‘풍류대장’ 속 힙한 소리꾼과 음악그룹들의 파격적인 무대들로 지속되고 있다. 국립국악원은 이런 변화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다.
최근 국립국악원에서 만난 김영운(사진) 원장은 “흔히 국악원이 원형보존이나 전승에만 함몰돼 있지 않냐는 오해를 하곤 하지만, 국악원은 과거의 것을 바탕으로 우리 국민들이 즐길 수 있는 음악, 미래의 한국음악을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국립국악원장으로 취임한 김 원장은 국악원의 정통성을 지키며 새로운 방향성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는 국악 이론 전문가로 한양대 국악과 교수, 한국국악학회 이사장,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등을 지냈다. 전통음악계는 요즘 일대 변화를 맞고 있다. 국악을 공부하면서도 팝, 재즈 등 서구 대중음악을 익숙하게 접해온 세대의 등장과 함께다. 고집스럽게 지켜온 장르를 넘어 다른 장르와 협업하고 변형하며 새로운 길을 찾고 있다. ‘새로운 국악’이 ‘힙(Hip)한 음악’으로 칭송받을수록 묵묵히 한 자리에 있던 전통음악은 도리어 외면받는다. 김 원장은 그러나 “과거부터 음악은 여러 필요와 목적에 의해 만들어져 다양성이 존재한다”며 “아이들이 음식을 먹을 때 편식을 하면 야단치는데, 음악에의 편식은 우려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전통은 전통대로, 새로운 국악은 그것대로의 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젊은 창작그룹이 선보이는 새로운 음악들이 전통음악에 소원했던 대중을 끌어오는 마중물이 되고 있어요. 장기적으로는 본래의 전통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저변을 넓히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죠. 전통음악은 그에 반해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해요. 전통음악은 고루한 음악이 아닌 오천년 이상 이어온 한국인의 섬세한 감성과 정서로 빚어온 음악이에요. 목적과 필요에 따라 찾아 듣는다면 관객들의 요구를 충분히 충족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국립국악원은 “전통의 원형을 보존해 그것의 가치를 알리고 재창조하는 일”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전통음악의 뿌리를 굳건히 하고, 다양한 재창작과 변주가 일어날 수 있도록 단단한 토양이 되는 것이 국립국악원의 역할이라는 생각이다.
김 원장은 “개화기를 맞아 서구문화가 범람하게 되면서 지난 100여년 동안 제도권 교육에서 전통이 아닌 서양음악, 서양문화를 더 많이 배우게 됐다. 우리 것임에도 오랜 시간 전통음악을 제대로 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악과 멀어진 대중의 관심을 되돌리기 위해 교육과 음악작업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음악 시간에 국악의 비중을 늘리고, 서양음악에 익숙한 교사들을 재교육하는 것, 과거의 명곡들을 재조명하고, 주변 문화를 수용해 한국화의 과정을 거쳐 태어난 우리 음악을 정리하는 작업 등의 방법론이 제시된다. “국립국악원이 보유한 음악과 무용 등 예술종목은 전통문화로서 가치가 높은데도 우리 사회에서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부분도 있어요. 한국 전통음악과 궁중음악, 민간의 수준 높은 음악의 진가를 알리고, 국악이 조금 더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다양한 음악 속에서 우리 국민들이 국악의 가치를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작업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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