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요약
코로나로 자원봉사자도 감소
지난해부터 방문 행사 중단도
“코로나 상황인데 꼭 해야하나”
배식하는 교회 비난하는 주민도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코로나 걸릴 수도 있는데, 빨리 주세요.”
지난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성민교회 앞에서 열린 후원 물품 나눔 행사에서 한 주민이 봉사활동가를 재촉했다. 몰려드는 주민들로 인해 후원 물품을 나눠주는 봉사활동가는 손이 부족해 정신없는 모습이었다.
소위 ‘동자동 쪽방촌’으로 불리는 이곳은 취약계층이 밀집해 있어 매년 겨울이면 이렇게 후원·봉사활동이 이뤄진다. 올해 유독 봉사활동 현장이 정신없어 보이는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봉사활동가가 줄어서 일손이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통상 3~4개 단체에서 이맘때쯤 동자동 주민들을 대상으로 물품 나눔 행사를 해왔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올해에는 성민교회에서만 유일하게 나눔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를 주최한 한국교회봉사단의 천영철 사무총장은 “지난해부터 코로나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자원봉사자가 줄었다”며 “때문에 매년 주민들의 자택에 직접 찾아가 물품을 나눠주던 행사도 이젠 한 곳에서 물품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변경, 자원봉사자 수를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매년 교회 앞 공원에서 문화공연을 하는 등 행사가 성대하게 치러졌지만, 올해 나눔 행사를 한 곳은 우리뿐”이라며 “이날 준비한 물품 500개가 순식간에 나갔다”고 설명했다.
동자동 주민 김성근(62) 씨는 숨을 헐떡이면서 이날 행사의 마지막 물품을 받아갔다. 그러나 김씨 역시 올해 음식 등 후원받은 물품이 이전에 비해 줄어들었다고 했다. 김씨는 “재개발 예정 지역이라 지역 주민들도 점차 이사를 가고, 때마침 코로나도 겹쳐서 사람들이 줄어들다 보니 후원도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명동 서울시청 등 쓸쓸한 거리풍경을 스케치했습니다. 예전보다 나눔의 열기가 식어보입니다. 코로나에 온정을 빼앗겼습니다. 거리 표정 보시죠.▶▶▶▶
물품을 받아 자택으로 귀가 중이던 이창호(68) 씨 역시 “이맘때면 서너 개 이상의 단체에서 생필품을 받아갔지만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받는 물품이 줄어들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도 “동네에서 워낙 확진자 소식이 심심찮게 나오다 보니 물품 받아가는 것조차 꺼려진다. 내 자신 내가 보호해야 하니까”라며 말을 아꼈다.
성민교회 아래 언덕 쪽 엘림교회에서는 같은 날 오후 4시께 있을 배식 행사를 위해 봉사단원들이 분주하게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추운 겨울철을 의식한 듯, 이날 음식은 순댓국으로 준비됐다. 배식을 받을 곳을 찾지 못해 서울역에서 엘림교회까지 찾아온 노숙자들도 더러 있었다.
엘림교회 앞 용산구 새꿈어린이공원에서는 노숙자들이 배식을 받기 위해 30분 전부터 모여 삼삼오오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 중 김모(65·여) 씨는 “평상시에는 서울역 무료급식소에서 식사를 해결했지만, 최근 배식이 끊겨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해서 접종을 받고 왔지만 밥 먹을 곳을 찾아도 코로나 검사를 따로 해야 하는 등, 끼니를 때우기 더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이곳 말고 다른 교회에서도 일요일마다 아침밥을 챙겨먹을 수 있었지만, 최근 코로나 확진자가 많아지고 나선 지난주부터 밥을 주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윤정순 엘림교회 목사도 “매주 화요일과 일요일마다 150~200그릇이 나가지만 지금은 100그릇도 나가지 않는다”며 “어려울 때일수록 도와야 하는데 올해는 오히려 사람들의 마음이 움츠러드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윤 목사는 배식 행사를 시작한 지 올해로 4년째 접어들었다고 했다. 그는 “음식 재료로 매달 300만원 정도 나오는 비용을 지금껏 사비로 충당해 왔다”면서도 “최근 노숙자들이 배식을 받으러 교회 주위로 모이는 것을 두고 바이러스 전파 위험을 언급하며 교회 사람들을 비난하는 이들이 있다”고 아쉬워했다.
실제로 동자동 주민들에게 한창 배식을 할 즈음, 옆 건물에 거주하는 주민으로부터 고성이 들려왔다. 이윽고 이 주민은 교회 앞으로 찾아가 윤 목사를 포함한 봉사자들을 향해 “동네 사람들 잡아먹는 요물”이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실랑이 끝에 결국 경찰에 신고하는 일까지 이어졌다. 이후 해당 주민이 유유히 집으로 돌아가고 나서야 윤 목사는 경찰에 주민이 되돌아갔다며 신고를 취소할 수 있었다.
윤 목사에 따르면 매주 배식을 할 때마다 이 같은 ‘해프닝’이 종종 벌어졌다고 했다. 윤 목사는 “괜히 사람들이 몰려 있으면 이웃 주민들까지 바이러스가 옮을 수 있다고 배식 자체를 싫어하는 주민들이 있다”며 “욕을 먹으면서도 음식을 나눠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취약계층에 대한 온정의 손길이 끊기는 건 비단 동자동의 일만은 아니었다. 노숙인과 저소득 노인을 대상으로 서울 종로구 종로2가 탑골공원에서 점심 무료 급식을 하는 원각사 부설 사회복지원각 무료급식소는 민간 후원과 자원봉사로 운영되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2년을 넘어가면서 점차 후원금이 줄고 있는 상황이다.
무료급식소의 강소윤 총무는 “코로나 이전에 받은 것에 비해 올해 받은 후원금은 절반 수준”이라며 “그래도 급식소를 찾은 어르신들에게 조촐하게 음식을 드릴 수 없어 사전에 모아둔 금액으로 음식을 장만하고 있다”며 “지금은 괜찮겠지만,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답답한 기색을 드러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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