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J, 3개월 만에 1.25%로 금리인상…31년 만에 최고
엔화는 달러당 157엔대까지 후퇴…“시장 기대 못미친 긴축 신호”
美 추가인상 가능성에 미·일 금리차 부담 지속…다카이치 확장재정도 변수
배럴당 100달러 넘는 고유가까지 겹쳐 무역수지·수입물가 압박 확대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지난 18일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또다시 인상했지만 고질적인 엔화약세는 막지 못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엔저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기저엔 금리인상을 단행했음에도 긴축 속도가 시장의 기대를 미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엔화 가치는 금리 인상 기대에 한때 달러당 152엔대까지 강세를 보였지만, 이날 금리 인상 이후 달러·엔 환율이 한때 157.145엔까지 오르며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이는 지난 9월 3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BOJ가 금리를 30여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음에도 엔화값은 오히려 하락한 것. 유로화 대비 엔화도 0.8% 하락한 유로당 180.32엔을 기록했다.
일본은행은 지난 17일부터 이틀간 개최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인 단기정책 금리를 현 ‘1.0% 정도’에서 ‘1.25% 정도’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1995년 이후 31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통상 금리 인상은 자국 통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금리가 높아지면 해당 통화로 표시된 자산의 수익률이 올라 자금 유입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의 금리인상에도 시장의 기대를 못 미친 것이 엔화 강세를 이끄는데 한계로 작용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금융시장은 통화정책 방향 자체보다 사전에 어느 정도까지 가격에 반영됐는지, 다른 주요국과의 금리 차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더 민감하게 반영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이번 금리 인상 결정은 만장일치가 아니었다. 이번 금리 인상에는 일본은행 정책 위원 9명 중 7명이 찬성하고 아사다 도이치로, 사토 아야노 위원 등 2명이 반대했다.
호주 내셔널오스트레일리아은행(NAB)의 레이 애트릴 외환전략 책임자는 “이번 결정은 시장 기대에 분명히 못 미쳤다”며 “특히 놀라운 점은 금리 인상 결정조차 만장일치를 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으로, 시장의 의구심을 크게 키웠다”고 분석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향후 금리 인상 시기를 일정한 간격으로 정하지 않은 것도 시장의 기대에 못미쳤다는 평가다. 우에 총재는 금리 인상 이후 기자회견에서 “2% 물가 목표를 안정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계속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며 물가 상황에 따라 연속 금리 인상이나 인상 폭을 확대하는 ‘빅스텝’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두 차례 회의에서 연속으로 금리를 올리거나 한 번에 ‘빅스텝’인 0.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물가 상황에 따라 특정 방식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일본은행이 당장 큰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하겠다는 의미는 아닌 것으로 해석된다. 물가 흐름을 살피며 적절한 시기에 금리를 올리면 향후 급격한 인상에 내몰릴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암호화폐 전문 매체 FX스트리트는 “투자자들은 9월 들어 일본은행이 보다 빠른 속도로 긴축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해 엔화를 미리 사들였다”면서도 “그러나 예상했던 금리 인상이 실제로 이뤄진 뒤에도 다음 인상에 대한 강한 의지가 확인되지 않자 차익 실현성 매도가 나오며 엔화 약세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페퍼스톤그룹의 크리스 웨스턴 리서치 책임자는 “시장은 추가적인 통화정책 정상화 가능성이 여전히 유효한지 확인하려 할 것”이라며 “동시에 일본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을 서둘러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는지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가 여전히 크다는 점도 엔화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연방기금금리 목표범위를 0.25%포인트 올린 3.75~4.00%로 인상했다. 3년 만의 첫 금리 인상이다.
통상 일본은행의 금리인상은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를 좁혀 엔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양국의 금리차가 빠르게 좁혀지지 않을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이 BOJ의 긴축 효과를 상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민관 합동으로 2조달러 규모의 투자를 추진하는 동시에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은 경기 부양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재정 건전성 우려를 키우고 엔화 약세와 수입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고유가도 엔화에는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동 분쟁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점도 엔화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본은 유가 상승으로 수입액이 늘면서 무역수지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원유 결제를 위한 달러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엔화 가치에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엔저까지 겹치면 에너지 등 수입품의 엔화 환산 가격이 더 올라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FX스트리트는 “결국 이번 엔화 약세는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이 의미가 없어서라기보다, 시장이 기대했던 것만큼 빠른 통화정책 정상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확신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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