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기준 차례상 비용 30만3750원…4.1% 상승
한우 강세 뚜렷…1+등급 등심 가격 15.6% 올라
달걀도 여전히 강세…생산량 회복에도 하락 더뎌
“유통단계 줄이고 유통비용 낮추는 대책 세워야”
[헤럴드경제=정대한·박연수 기자] 해마다 명절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가 들썩인다. 올해는 한우와 달걀 등 축산물 강세가 두드러졌다. 폭염·집중호우에 따라 작황과 가격이 출렁이는 채소·과일과 달리, 축산물은 사육과 생산에 긴 시간이 필요하다. 가격이 올라도 공급을 곧바로 늘리기 어려운 이유다.
18일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4인 가족 기준 차례상 비용은 30만3750원으로 전년보다 4.1% 올랐다. 지난 10~11일 서울·부산·인천·대구·광주·대전 전통시장의 28개 품목을 조사한 결과다. 양지(10.5%)와 우둔·설도(11.9%) 등 소고기가 올랐다. 달걀도 8.9% 비싸졌다. 애호박(92.8%)과 무(24.0%), 배(16.0%) 등 일부 채소·과일도 상승했다.
차례상 비용이 매년 오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추석 차례상 비용은 전년 대비 1.1% 하락했다. 채소·과일 물가가 안정된 영향이다. 2023년 추석도 1.4% 떨어졌다. 반면 2020~2022년에는 장마·태풍에 따른 작황 부진과 코로나19 초기 충격으로 3년 연속 7% 이상 올랐다.
명절마다 다른 상승 품목, 올해는 ‘한우’
명절 수요는 해마다 반복되지만, 수요가 몰리는 품목의 공급 여건에 따라 가격은 달라진다. 배는 올해 16.0% 올랐지만, 지난해 추석에는 약 17% 하락했다. 작년에는 대과 생산 비중이 줄어든 사과가 6.1% 올랐다. 양지(3.1%), 우둔·설도(0.1%) 등 소고기 상승 폭은 올해보다 낮았다. 대신 돼지고기가 공급 감소와 사료비 증가로 등심(12.5%), 목삼겹(7.0%) 가격이 올랐다.
올해는 한우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17일 기준 한우 1+등급 등심의 9월 평균 가격은 100g당 1만3330원으로 지난해보다 15.6% 올랐다. 평년보다도 13.8% 높다. 1+등급 설도와 안심도 각각 14.4%, 14.1% 상승했다. 1등급도 안심(13.5%), 설도(10.3%), 등심(7.9%), 양지(6.1%)가 일제히 올랐다.
배경에는 사육 규모 감소가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9월 한우 사육 마릿수는 321만8000마리로 전년보다 3.3% 줄었다. 12월에는 315만6000마리로 더 감소할 전망이다. 올해 도축 마릿수도 86만4000마리로 전년보다 8.8%, 평년보다 5.0% 적다.
한우는 가격이 올라도 공급을 바로 늘릴 수 없다. 송아지를 들여다 키워 출하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린다. 수년 전 농가의 사육 결정이 지금의 공급량을 좌우한다. 2022년 말 이후 경기 위축과 금리 인상으로 한우 소비가 부진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사룟값이 오르면서 농가가 사육 규모를 줄였다. 그 결과가 지금의 도축 물량 감소다.
도축 마릿수 2028년까지 감소…가격 강세 전망
도축 마릿수 감소세는 2028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농업관측센터는 내년 도축 마릿수를 82만8000마리로 올해보다 4.1% 적게 봤다. 2028년도 82만7000마리로 비슷하다. 2024년 99만마리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줄고 있다. 증가세로 돌아서는 시점은 2029년으로 예상된다.
등급별 공급 변화도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농가의 사육 기술이 향상되면서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사육 기간을 늘리는 경우가 늘었다. 최고 등급인 1++등급 물량은 늘고, 수요가 많은 1등급과 1+등급은 줄어든다.
축산물품질평가원 등급판정통계를 보면 올해 1~8월 한우 등급판정 두수는 58만1564두로 전년 동기보다 5.3% 감소했다. 1++등급 출현율은 28.1%에서 31.1%로 3.0%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1+등급은 25.8%에서 25.3%로, 1등급은 23.9%에서 23.3%로 낮아졌다.
공급 감소에 인기 등급 물량 부족까지 겹쳤다. 지난달 평균 경락 가격은 1+등급이 ㎏당 2만3423원으로 지난해보다 18.8% 올랐다. 1++등급 상승률(15.4%)을 웃돈다. 1등급도 2만1355원으로 16.7% 상승했다.
추석에는 명절 수요까지 몰린다. 한우자조금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명절에 한우고기를 선물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30.1%로 전년보다 2.9%포인트 늘었다. 농경연은 추석 성수기 거세우 평균 도매가격을 전년 대비 최대 19% 높은 ㎏당 2만4000~2만5000원으로 예상했다.
달걀 한 판에 7181원, 7.4% 상승…하락 속도 더뎌
달걀은 한 판에 7000원대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이달 기준 특란(XL) 30구 평균 소비자 가격은 7181원으로 전년 대비 7.4% 올랐다. 상반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따른 살처분으로 생산량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농경연에 따르면 지난해 겨울 이후 산란계 1121만6000마리가 살처분됐다.
7~8월 들어 생산량은 전년 수준을 회복했다. 달걀값도 6월 정점을 찍은 뒤 내려가고 있다. 지난달 6개월령 이상 사육 마릿수는 약 5782만 마리로 지난해보다 1.2% 늘었다. 일평균 생산량도 1.1% 증가한 4939만개로 추정된다. 1~7월 오르던 산지 가격은 지난달 전월 대비 2.6% 하락했다.
다만 하락 속도는 더디다. 상반기에 이미 크게 오른 데다 추석 성수기가 겹쳤다.
달걀도 병아리를 키운다고 생산이 곧바로 정상화되지 않는다. AI 발생 농장은 추가 검사를 거쳐야 한다. 일정 기간 재입식이 불가능하다. 새로 들인 닭이 산란하기까지도 시간이 걸린다. 산란계 병아리는 통상 20주령 안팎이 돼야 본격적인 산란이 가능하다. 재입식과 산란 재개 사이에 수개월의 시차가 생긴다.
농식품부는 생산자와 유통업체 간 거래가격 조정 과정에서도 시차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는 산지 매입 가격이 오르는 동안 이를 소비자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수익성이 나빠진 만큼, 산지 가격이 내려가도 판매가격을 곧바로 낮추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매입 원가가 올랐지만, 소비자가격에 그대로 반영하지 않았고 자체 할인 행사로 이익이 축소되는 부담이 있었다”며 “공급 여건은 개선되고 있지만 명절 수요와 규격별 수급을 고려하면 가격 부담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올해 채소·과일은 안정세…“공급량 조절”
채소·과일 흐름은 다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사과(홍로) 상품 10개 가격은 17일 기준 2만3120원으로 전년 대비 11.5% 하락했다. 캠벨얼리 포도 1㎏은 6858원으로 26.7% 낮았다. 복숭아 백도도 19.5% 싸졌다. 배추는 9.4%, 시금치는 36.2% 떨어졌다.
올해 과일은 작황과 성수기 출하량이 양호했다. 추석 수요에도 가격이 오르지 않은 품목이 많다. 채소도 한때 불볕더위로 상추 등 잎채소가 올랐지만, 지난달 일조량 부족으로 작황이 나빴던 애호박(50.5%)을 빼면 대체로 안정됐다. 애호박도 9월 들어 기상 여건이 나아지면서 출하량이 회복되고 있다.
축산물과 농산물의 차이는 공급을 다시 늘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채소·과일은 기상 조건에 따라 변동성이 크지만, 작황이 회복되면 가격도 빠르게 안정된다. 축산물은 한번 공급이 줄면 되돌리는 데 오래 걸린다. 산지나 도매가격이 떨어져도 이미 높은 가격에 확보한 재고와 가공·물류비 때문에 소비자 가격은 곧바로 내려오지 않는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축산물은 바로 공급을 늘리기 어려운 상품”이라며 “채소는 생산량 조절이 상대적으로 쉽지만, 한우는 사육 기간이 길어 가격에 바로 반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 성수품 공급·할인 확대…“구조적 안정책 필요”
정부는 올해 추석을 앞두고 성수품 공급과 할인 대책을 확대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사과·배·한우·달걀 등 13대 성수품을 추석 3주 전부터 평시의 1.6배인 16만3000톤 공급한다. 축산물은 도축장 주말 운영과 농협 계통출하 확대로 평시보다 1.3배 늘린다. 달걀은 수입란과 농협 공급량 확대로 평시 대비 2.4배 공급할 계획이다.
농축산물 할인지원 규모도 590억원에서 1490억원으로 늘린다. 지원 기간도 연장했다. 유통업체 등 4000여 곳에서 성수품과 가격 상승 품목을 최대 40% 할인 판매한다.
한우와 달걀값은 도매·산지 가격이 정점에서 내려왔지만, 지난해보다는 여전히 높다. 정부 대책이 당장의 부담을 낮추는 효과가 있겠지만, 단기 처방에 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명절마다 내놓는 단기 대책이 직전 가격 급등을 완화하는 효과는 있어도 구조적인 물가 안정책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유통단계를 줄이고 온라인 직거래와 대형 유통망을 확대해 유통비용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을 직접 통제하기보다 시장에서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시적인 할인 지원보다 생산·유통 구조를 개선해 평상시에도 가격 경쟁이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지속 가능한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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