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먼부터 알고리즘까지 예측기술 망라
강력한 헤겔· 마르크스 변증법도 실패
예측 정확도는 반반…‘언제’가 중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건 예측불가능성
연말이 되면 다음 해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짚어내는 트렌드서들이 쏟아져 나온다. 당장 내년이 아닌 10년 앞,100년 앞을 내다보는 미래예측서들도 적지 않다.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앞을 밝혀줄 지침서들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는 까닭이다.
유발 하라리의 스승이자 국제정치사 분야의 최고 석학인 마틴 반 크레벨드는 이런 예측에 대한 관심이 인간의 오랜 삶의 방식이었다는 데 주목한다. 고대 그리스 신탁의 사제와 점성술사들, 노스트라다무스와 다가올 미래 문명을 내다본 유발 하라리까지 이들은 과연 어떻게 다가올 앞날을 아는 걸까?
크레벨드는 ‘예측의 역사’(현암사)에서 인간의 삶과 함께 해온 영적 존재와 인간이 미래를 알기 위해 어떤 방법·기술을 동원하는지 살핀다. 특히 그 방법들의 토대가 된 원칙이나 신념, 방법들 간의 관련성, 시대적 배경 등을 들여다보며,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예측이 그토록 어려운 이유와 미래를 안다는 것의 의미까지 나아간다.
근대 이전의 예측·예언의 기술은 일상적 의식 상태를 떠난 ‘변성의식상태’, 즉 황홀경에 의존했다. 샤머니즘, 신탁, 심령술 등으로, 그리스 신전의 여성 예언자인 피티아는 바위 틈에서 나오는 가스를 마시고 일종의 반수면 상태에서 신탁을 내렸다. 일상적 감각 너머에서 인지한 것, 감각한 것을 특별히 여긴 것이다. 점성술은 자연현상을 보고 미래를 예언한다는 점에서 이들과는 다르다. 이들은 자유의지 포기, 운명론에 기댄다는 비판을 받는다.
역사를 면밀히,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것도 미래 예측기술의 하나다. 5세기부터 발달해왔지만 그 중 가장 강력한 건 19세기 초 등장한 헤겔의 변증법이다. 헤겔에게 역사는 패턴이나 사이클처럼 일정하게 반복되는 게 아니라 늘 변화의 과정이다. 하나의 부정이 또 다른 부정으로 나아가며 절대로 한 자리에 머물지 않고 더 높고 새로운 수준으로 고양되는데, 여기에서 질적·혁신적 차원의 변화가 생긴다. 마르크스는 헤겔에서 나아가 생각이 행동을 추동하는 게 아니라 ‘생명 활동’, 즉 경제 활동, 일이 생각을 추동한다고 봤다. 공산주의가 자본주의를 대체하는 대 격변이 일어날 것이라 예측한 그의 이론은 워낙 강력해서 그의 추종자들은 그의 주장이 실현될 것이라 굳게 믿었지만 그가 예측한 미래는 오지 않았다.
1차 세계대전 이후엔 미래 예측 방법으로 여론조사가 등장하는데, 그 배경엔 대중사회와 민주주의의 성장이 있다. 앞날을 그리려면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하려는지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오늘날에 사용하는 가장 강력한 예측 도구는 통계 모델과 그 모델을 구성하는 알고리즘. 모델은 대개 확률에 근거하기 때문에 개개인의 미래가 아니라 그 개인이 구성하는 집단의 미래에 대해서만 말할 수 있다. 즉 보험업자는 내년에 누가 교통사고를 당할지는 말해주지 못하지만 보험수리 모델은 어떤 특징을 가진 집단에서 그중 한 명이 사고를 당할 확률은 예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여기에 한계가 있다. 모든 환경이 변하기 때문에 모델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정확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책에 기술된 미래예측기술 가운데 흥미로운 대목은 전쟁게임, 전략게임이다. 각 팀이 자유롭게 자신의 목표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다른 팀의 목표 추구를 적극적으로 막는 것이다. 따라서 각 팀의 움직임은 다른 팀의 움직임에 따라 결정된다.
1999년 클린턴 행정부에서 ‘데저트 크로싱(Desert Crossing)’이라는 게임을 실시했다. 이 게임의 대상은 이라크. 당시 이라크는 미국의 제재 아래 주기적으로 폭탄 공격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이라크 정권은 붕괴하지 않았다. 군사와 외교, 정보기관 관계자 70명이 게임에 참여해 일부는 미국 정부를, 일부는 어떻게든 군사 작전의 영향을 받는 다른 국가를 대변했고, 일부는 사담 후세인과 그의 부하들 역할을 맡았다. 게임 결과, 이라크를 제대로 장악하려면 최소 40만 명의 병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미국 병력은 그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또한 후세인을 몰아낸다 해도 미국에 유리할 거란 보장이 없었다. 미군의 장기 주둔시 다른 동맹국과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예측됐다. 결국 이 게임은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말았다. 2003년 이라크 침공 직전, 게임 책임자였던 앤서니 지니 장군은 이를 환기시키려 했지만 실패했다.
저자는 예측도는 심리적· 사회적 요소가 클수록, 예측의 내용이 상세할수록, 미래가 멀수록 떨어진다고 말한다. 따라서 예측을 할 때는 ‘언제’가 중요하다. x의 주가가 상승하리라는 것을 예측하는 것보다 그 사건이 언제 일어나는지 아는 게 결정적이란 얘기다.
그렇다면 최첨단 컴퓨터 기술을 갖고 있는 현대인들은 과연 과거보다 더 예측을 잘하게 됐을까? 엄밀히 말해 예측은 100퍼센트 맞거나 100퍼센트 틀리거나이다. 자동차 사고를 당하거나 당하지 않거나, 비가 오거나 오지 않거나 둘 중 하나이지 중간은 없다.
불확실성을 못견뎌하는 인간, 이를 제거해 미래를 확실히 알면 좋은 일일까? 저자는 여기에 부정적이다. 예측불가능성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예측의 역사/마틴 반 크레벨드 지음, 김하현 옮김/현암사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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