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각장애인 자유발언대회 대상 조영찬씨 인터뷰
“가진 것에 집중하면 아름다움 가득”
“점자 언어, 소외로부터 삼관인 해방”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갖지 못한 것이 강조되는 시청각장애인이란 말 대신, 남아 있는 세 가지 감각(촉각·미각·후각)을 의미하는 삼관인(三官人)이란 이름을 붙이고 싶다. 없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면 세상에는 아직도 아름다운 것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세 개의 감각으로 발견한 아름다움’ 발표 중)
이달 초 열린 제1회 시각장애인 자유발언대회 대상 수상자인 조영찬(50) 씨를 29일 헤럴드경제가 만났다. 인터뷰는 아내 김순호 씨의 도움을 받아 기자가 이메일을 보내면 점자단말기 ‘한소네’를 통해 조씨가 읽고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씨는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전맹 시각장애와, 모든 소리가 소음으로 들리는 최중증 단계의 청각장애를 갖고 있다. 훈련을 통해 발화는 가능하지만 음성 소통은 어렵다. 장애가 정확히 언제부터 생겼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선천적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현재 그는, 나사렛대학교 신학과 박사과정 논문 심사를 통과하고 학위 취득을 앞두고 있다.
조씨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언어’라고 강조했다. 손으로 만져서 읽을 수 있는 점자를 통해 삼관인은 소외로부터 해방되기 때문이다. 조씨는 “삼관인들은 혼자 고립돼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찾아오지 않는, 겨울나무처럼 외로움을 느낄 때가 참 많다”며 “점자를 통해 성경과 시, 소설을 읽으면 책 속에서는 장애를 의식하지 않고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씨는 시청각장애인을 지칭하는 용어가 부르는 이와 당사자의 의식을 왜곡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씨는 “시청각장애란 단어는 결손된 두 가지에 심리적으로 쏠리는 문제가 생긴다. ‘무엇이 없다’는 것에 집중하게 되면 마치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씨에게 삼관인은 눈·귀 외 남은 감각의 소중함을 재발견하는 탐험가다. 조씨가 출연한 다큐멘터리 ‘달팽이의 별’에서 그는 겨울바다의 파도를 ‘바람 부는 냉장고’라고 표현한다. 그는 “삼관인에게 유일하게 남은 거리 감각인 코를 통해 아카시아와 오렌지자스민 향기의 강렬함을 느끼고, 미각을 통해 선명하고 청량한 단맛으로 뇌를 자극해 주는 다크초콜릿의 맛을 본다”며 “색깔을 보지 못하지만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인형을 통해 사람의 모습을 그리며 아름다움을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조씨에게 가장 가까운 조력자는 아내다. 조씨는 “길을 지나다 인사할 사람이 있으면 아내는 저를 꼭 멈추고 악수를 하게 해 준다. 외출을 못해 집에서 공부해야 할 때는 일조량이 부족하지 않게 ‘베란다 독서실’을 만들어줬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조씨는 사회가 통역과 활동 지원 서비스을 제공하며 삼관인들과 ‘동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활동지원사의 지원을 받게 됐지만 그 전엔 온전히 아내 김씨의 몫이었다. 이 때문에 수업 동행과 자료교정, 식사준비까지 해야 했던 김씨가 체력적 한계가 와 입원을 하고 조씨도 휴학을 해야 했다.
또 그는 “삼관인들은 가고자 하는 길이 100리라고 해도 함께 갈 사람이 10리만 간다면 10리밖에 갈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며 “느리게 가는 걸음이 달팽이의 미덕이지만 꾸준히 나가고 싶은 만큼 갈 수 있도록 사회가 지지해주는 일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조씨는 맹학교를 졸업하고 안마사 등 취직하는 친구들처럼 사회복지 계통이나 특수 목회를 꿈꿨으나 쉽지 않았다. 그는 “어려서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으나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보니 공부하는 일에 이르게 됐다. 앞으로는 신학을 전공한 학자로서 완성도 높은 학문으로 향한 길을 꾸준히 걸어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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