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 저축은행업계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잇따른 정부지원책이나 5년만에 분기별 흑자를 내면서 외견상 휘파람을 불어야 할 것 같은데 되레 울상이다.
각종 지원의 전제가 된 ‘서민금융 중심기관’으로서의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고 볼멘 소리를 한다. 저축은행의 태생적 한계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신용대출해주면 떼이는 게 반=금융당국이 저축은행에 바라는 서민금융 강화 방안은 신용도 낮고 담보 없는 서민들을 대상으로 소액 신용대출을 확대하라는것이다. 이렇게 되면 서민의 자금수요를 해결하고 고금리에 허덕이는 비제도권 대부업의 대출 고객을 제도권 내로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저축은행의 업계 평균 신용대출 비중은 전체 대출 중 16~17%수준이다. SBI, HK등 업계 1~2위와 웰컴, OK등 대부업 출신 저축은행 위주로만 활발히 돌아가고 있다.
저축은행들은 목표는 좋지만 운영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하소연한다. 저축은행 이용 고객이 신용도 6등급 이하로 다중채무자도 상당수 섞여 있어 태생적으로 부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A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신용대출을 해주면 절반은 못 받는다고 보면 된다. 요즘은 대출 결정이 나면 금융사가 ‘제발 잘 갚아달라’고 하소연할 정도”라고 전했다.
이유는 사채(私債)를 포함한 모든 채무의 상당 부분을 탕감해주는 개인회생제도를 이용하는 과다 채무자들이 급속도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 5년간 매월 일정 금액을 변제하면 남은 채무는 전액 탕감받는다. ‘개인 법정관리’라고 이해하면 된다.
대법원에 따르면 개인회생 신청자 수는 2007년 5만1416명에서 지난해 10만5885명으로, 6년새 배 가량 늘었다. 올해는 지난 8월까지만 7만5618명에 달한다.
개인회생 신청이 늘어난 이유는 가계상황이 어려워진 탓도 있지만 무차별적인 인터넷광고 등으로 도덕적해이를 조장하는 브로커들이 난립했기 때문이다. 악용된 개인 회생제도의 피해는 고스란히 금융기관 몫이다.
B저축은행 관계자는 “개인회생 등으로 법원으로부터 추심 금지명령을 받으면 대략 1년간 채권회수를 하지 못하는데, 부실채권으로 분류돼 75~100%의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면서 “대부분은 원금의 60% 수준만 회수하고 나머지 원금과 이자는 고스란히 금융사 손실이 된다”고 했다.
저축은행 업계는 개인회생에 의한 경영손실이 커지자 저축은행중앙회와 금융당국에 관련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정치권에선 이언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개인회생 신청 전 채무조정을 먼저 받도록 하는 내용의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3개월째 계류된 상태다.
▶“리스크 커졌는데 대출금리 어떻게 낮추나”=금융당국이 서민금융 강화를 위해 저축은행업계에 신용대출 금리를 중저금리(10~20%대)로 낮추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저축은행 업계는 현 상황에선 “어렵다”는 입장이다.
C저축은행 관계자는 “워낙 부실률이 높아 리스크가 큰 데 어떻게 금리를 낮출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일부 저축은행들은 30%대 고금리를 없애는 대신 취급 대출의 99%를 25~29.9%대 금리를 적용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D저축은행 관계자는 “서민금융이란 정부정책도 중요하지만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예금자(채권자)에게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것”이라며 “최근 업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관치금융에 되레 금융업 본래의 의미가 흔들리는 것 같다”고 한숨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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