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사망 여중생 유족 靑청원

딸의 유서를 공개하며 눈물 흘리는 청주 여중생 부모 [연합]
딸의 유서를 공개하며 눈물 흘리는 청주 여중생 부모 [연합]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친구의 의붓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청주 여중생 A양의 유족이 피해자인 딸의 휴대폰을 열어보지 못해 범죄 증거를 못 찾고 있다며 “진실을 밝혀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A양의 어머니는 지난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딸들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에서 “딸이 죽었는데 범인은 뻔뻔하게 돌아다니고, 딸의 휴대폰은 포렌식이 안 돼 열지 못하고 증거를 못 찾아 발만 동동 구르는 엄마가 되시면 우리나라 형사 체계와 법이 엉망이라는 것을 분명히 아실 것”이라고 운을 뗐다.

유족은 “딸 휴대폰이 외국회사 제품으로 포렌식이 안 된다더라”라며 “딸을 죽인 범인의 증거를 찾기 위해 딸의 휴대폰을 아빠, 엄마가 못 열어본다는 게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통탄했다.

이어 “검찰에서 XX사 휴대폰은 포렌식이 되지 않는다고 해 부득이하게 외국계 소셜네트워크서비스○○○○코리아에 ‘정보제공’을 위한 가처분 신청을 했으나, 법원에서 ‘제품 이용과 관련한 것은 모두 미국에 있는 ○○○○.inc에 청구하라’면서 기각됐다”며 “유족이 미국 회사에 민사소송을 제기해 정보를 받는다 해도 공판이 끝난 이후일 텐데, 도대체 범인의 죄가 확정된 후에 증거를 받아서 어디다 쓰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핸드폰 하나를 못 풀어서, 또는 SNS 회사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어서 아무 것도 못한다면 전국의 딸을 가진 부모들은 도대체 대한민국에서 누구를 믿고 살아야 하느냐”며 “범죄 피해자 유족의 원하는 단 하나는 실체, 진실의 발견과 정의다. 다른 어떤 피해자 지원도 원치 않으니 진실을 밝혀 달라”고 호소했다.

유족은 “한글로 된 ○○○○ SNS에 가입해 활동한 딸의 성폭력과 죽음의 과정을 밝히기 위해 ○○○○코리아에 정보를 제공해 달라고 하는 것이 당연히 맞지,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회사에 소송을 제기해 정보를 제공해달라고 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며 거듭 대책을 강구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앞서 의붓딸과 A양에게 성범죄를 저질러 죽음으로 내몬 계부 B(56)씨는 지난달 10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치상 등)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20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했다.

B씨는 의붓딸을 추행하고 성폭행하거나 그의 친구 A양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은 지난해 2월 A양 부모의 신고를 받아 수사에 착수했지만,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두 피해 여중생은 청주시 오창읍의 한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B씨는 그동안의 재판에서 딸과 친구에게 술을 먹인 혐의(아동학대)는 인정했으나 성기능장애를 호소하며 성범죄 혐의는 부인해왔다. 재판부는 그러나 “의붓딸을 양육하고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데도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지른 점, 범행을 부인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A양 유족은 판결에 대해 “오늘 선고가 두 아이가 편히 웃을 수 있는 결과인지 의문”이라며 “정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우겠다”고 심경을 밝혔다.


better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