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 진출시 엄격한 규제 해석에 발목
규제 샌드박스, 한시적 허용 등으로 사업 길 열어
[헤럴드경제 도현정 기자]신규 벤처 투자가 2017년 이래 매년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정도로 제2벤처붐이 자리잡았다. 덕분에 15개의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비상장 회사)이 탄생할 정도로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됐다. 제2벤처붐의 막을 화려하게 연 ‘오늘의 스타트업’은 어떤 모습일까. 오늘을 있게 한 스타트업의 노력, 비결과 내일을 향한 비전을 조명해본다.
안타깝게도 스타트업의 성장을 말할 때 꼭 따라붙는 말이 ‘규제’다. 스타트업의 사업모델 자체가 기존 기업 생태계가 놓친 사업군을 발굴하는 것부터 시작하는데, 이게 규제를 넘어서는 영역일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신사업으로 살 길을 찾고, 소비자 불편을 해결해겠다는 스타트업들은 규제 개혁이란 과제에까지 발을 걸쳐야 했다. 때로는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등 외부 변수가 이들을 돕기도 했다.
▶코로나19 덕에 열린 비대면 진료 = 닥터나우(대표 장지호)는 처방약 배달로 시작해 비대면 진료까지 영역을 넓힌 원격의료 플랫폼이다. 국내에서는 약 배달은 물론 비대면 진료까지 금지된 사항이어서 초기 정착이 쉽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면서 사업이 급물살을 탔다.
지난 2020년 1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년간의 닥터나우 애플리케이션 누적 다운로드 수는 60만건, 누적 이용자 수는 90만건이었다. 이용 고객은 주로 20~30대로, 전체 고객의 70%가 2030이었다. 주로 내과(25%)를 비대면 진료로 많이 이용했고, 피부과(19%), 이비인후과(14%) 순이었다. 닥터나우 플랫폼을 활용하는 동네 병·의원과 약국도 크게 늘었다. 360개의 의료기관들이 닥터나우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비대면 진료 건수는 1년 전보다 52배나 늘었다. 이번 설 연휴에도 비대면 진료와 처방약 배달서비스를 정상 운영하고, 명절 중 문을 여는 병원·약국 검색 서비스도 제공한다.
▶직역단체와 갈등, 정면승부로 돌파 = 리걸테크 스타트업 로앤컴퍼니(대표 김본환)는 규제보다 직역단체와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로앤컴퍼니가 운영하는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가 변호사법 위반이라 주장하며 경찰에 고발한 것. 법무부에서조차 광고형 플랫폼인 로톡을 변호사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유권해석을 냈지만 변협은 소속 변호사들에게 플랫폼 이용시에는 징계를 추진하겠다는 입장까지 고집했다.
지난해 12월 경찰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잇달아 로앤컴퍼니 손을 들어주면서 불확실성으로 인한 리스크는 대부분 털어냈다. 오히려 지난해 23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하며 국내 리걸테크 스타트업 중 처음으로 누적 투자액 400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시장에서 저력을 다시 확인받은 셈.
로톡의 서비스 이용 지표는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로톡을 통해 이뤄진 누적 상담건수는 약 64만건, 지난해 월평균 방문자 수는 약 97만 명이다. 최근에는 AI 기술을 바탕으로 한 판례 검색 서비스도 출시했다. 김본환 로앤컴퍼니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리걸테크 유니콘이 10개가 넘을 정도로 선진국에서는 리걸테크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본사도 업계 리딩 기업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불법이던 ‘합승’, 양지로 끌어내…규제 샌드박스 첫 결실 = 규제에 걸려 신사업을 펼치기 어려운 상황에 대해 한시적으로 사업을 테스트해보는 방식이 ‘규제 샌드박스’다. 2년의 시한을 두고 사업의 타당성과 합리성, 성장성,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을 두루 살펴보는데, 시작 못잖게 졸업이 더 어렵다. 규제 샌드박스로 합리성을 증명한 사업이 계속되려면 결국 법 개정까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제를 해결한 1호는 코나투스(대표 김기동, 문진상)다. 코나투스는 택시 동승을 위한 호출 플랫폼 ‘반반택시’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2019년 규제 샌드박스 지정 이후 2년간 사업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해 지난 28일 앱 기반 자발적 동승 중개 서비스가 가능한 법안이 발효됐다. 불법이었던 ‘합승’이 앱 기반으로 가능해진 것이다.
반반택시의 반반호출은 서울 지역 내에서 출발지 간 거리 1km 이하인 승객 중 중복 구간이 있는 승객을 자동으로 매칭한다. 합승이 되면 승객들이 지불해야 하는 가격은 30~50%까지 낮아지고, 택시 기사는 합승이 될 때마다 호출료를 별도의 수익으로 가져갈 수 있다. 코나투스는 승객의 안전을 위해 실명 확인과 본인 명의 신용카드 등록이 된 승객에 한해 앱을 쓸 수 있게 했다. 앱에서 승객이 탈 자리까지 미리 지정이 되고, 같은 성별끼리 탑승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동승 전용 보험장치도 마련, 2년 동안 안전사고가 1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는게 회사 측 설명이다.
코나투스 측은 개정된 택시운송사업법에 자사가 마련한 안전장치들이 그대로 반영됐다는게 유의미한 대목이라 강조했다. 김기동 코나투스 대표는 “앞으로도 승객과 기사, 관련 업계가 상생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고 전했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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