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 6년 연속 5000만원대→4000만원대

권리금 있는 상가 62.9%가 ‘3000만원 이하’

코로나19 확산·온라인 쇼핑 증가 등 영향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지난해에는 전국에서 상가 평균 권리금이 5000만원을 넘어선 지역이 단 한 곳도 없었다. 제주는 평균 권리금이 1년 사이 5000만원대에서 3000만원대로 급속 추락했고, 서울은 6년 연속 기록했던 5000만원대가 무너지는 등 전국에서 침체 양상이 뚜렷했다. 권리금이 없는 상가도 10곳 중 5곳으로 더 늘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방역지침 강화에 더해 오프라인 대신 온라인으로 쇼핑하는 사람이 늘면서 상가 시장이 ‘직격탄’을 맞은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관광객 몰린 제주 맞나요…상가 권리금 1년 새 30% 폭락 [부동산360]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 제주국제공항 도착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상가 평균 권리금은 3807만원으로, 전년(4074만원) 대비 6.6% 하락해 부동산원이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국 상가 평균 권리금은 2015년 4574만원에서 2016년 4661만원, 2017년 4777만원으로증가하다가 온라인 쇼핑 확산 등의 영향으로 2018년 4535만원, 2019년 4276만원으로 소폭 줄었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에는 4074만원으로 내린 뒤 지난해에는 더 하락했다. 지난해 ㎡당 상가 평균 권리금 역시 48만6000원으로 전년(52만8000만원)보다 떨어졌다. 지난 2015~2017년 70만원대, 2018~2019년 60만원대에서 하향 곡선을 그린 것이다.

지난해 상가 평균 권리금이 5000만원을 넘어선 지역은 전무했다. 서울은 2015년부터 6년 연속 5000만원대를 기록했는데, 지난해에는 4866만원으로 내려앉았다. 2020년(5119만원)과 비교하면 4.9% 떨어진 것이다. 서울 다음으로 평균 권리금이 높은 경기(4651만원)·인천(4111만원)도 1년 새 각각 6.8%, 2.1% 떨어졌다.

관광객 몰린 제주 맞나요…상가 권리금 1년 새 30% 폭락 [부동산360]

특히 2020년 서울을 제치고 상가 평균 권리금 1위 지역에 올랐던 제주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평균 권리금이 1년 사이 5328만원에서 3666만원으로 31.2% 급격하게 하락했다. 제주의 통계가 집계된 201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기도 하다.

제주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 초기 섬이라는 지역적 특수성과 지자체의 철저한 방역 등으로 인해 ‘코로나19 청정지역’으로 불리기도 했으나, 연말로 갈수록 확진자가 급증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적용되면서 상가시장의 분위기도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부동산원은 설명했다.

해외 관광이 어려워지면서 내국인 관광객이 몰리긴 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을 메우기엔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주도가 도내 BC카드 이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내국인 관광객의 이용금액은 2019년보다 7.33% 늘었으나, 외국인 관광객을 포함한 전체 관광객 이용금액은 이 기간 14.17% 감소했다. 코로나19 유행 상황에 따라 소비가 들쭉날쭉해지면서 협회·단체·수치 및 기타 개인서비스업(-38.6%), 숙박·음식점업(-35.1%), 예술·스포츠·여가서비스업(-32.8%) 등의 순으로 상가 평균 권리금이 크게 줄었다.

이 밖에 상가 평균 권리금이 전국 평균치(-6.6%)보다 많이 내린 지역에는 부산(-11.3%), 강원(-9.6%), 전남(-8.6%), 대구(-8.1%) 등이 꼽혔다. 경북은 평균 권리금이 전년보다 4.6% 줄어든 1882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권리금이 있는 상가 중에선 권리금이 3000만원 이하인 곳이 62.9%를 차지했다. 2020년과 비교하면 ‘권리금 규모 1000만원 이하’(24.7→26.5%)의 증가세와 ‘7000만원 초과~1억원 이하’(8.3→7.5%), ‘1억원 초과 2억원 이하’(4.6→4.1%)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권리금이 있는 상가의 비중도 점점 줄고 있다. 전국 상가의 권리금 유비율은 2017년 71%에 달했지만 2018~2019년 60%대로 소폭 내린 데 이어 2020년에 55.4%, 지난해 54%로 떨어졌다. 시도별로는 경기(72.4%)가 가장 높고 충북(17.2%)이 가장 낮았다. 서울은 권리금이 있는 상가 비중이 45.3%로 전년보다 1.4%포인트 줄었다.

코로나19 확산과 온라인 쇼핑 증가 등으로 인해 오프라인 점포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만큼 권리금의 하락세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소비 트렌드에 따라 지역·업종별 양극화도 뚜렷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부동산원은 “상가는 임대료보다 권리금이 시장 상황에 따른 변동성이 더 크게 나타나는 편”이라면서 “지난해 표본 개편에 따라 표본 구성과 조사 지역에 변동이 있어 시계열적 해석에는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화려한 건물도 좋지만 일상의 공간부터 정성스럽게 만들어야죠” [부동산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