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주택시장 분위기가 차갑게 식은 가운데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흐름이 종잡을 수 없이 흘러가는 모양새다. 급매물 위주로 하락 거래가 줄줄이 체결되는가 하면 산발적으로는 신고가 거래가 나오고 있다. 가격 지표는 일제히 하락 전환됐지만 실거래정보를 바탕으로 계산한 평균 매매가는 오름세를 보이기도 한다. 극심한 거래절벽으로 충분한 거래량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어 시장의 가격 흐름을 아직은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19일 한국부동산원의 공동주택 실거래가격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3.3㎡당 4797만원으로 전달(4650만원)보다 147만원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확히 반대되는 움직임이다.
지난해 5월부터 줄곧 상승세를 보였던 서울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가는 9월 4930만원으로 최고점을 기록한 뒤 이듬달부터 하락 전환됐다.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와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주택시장 분위기가 가라앉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10월 4868만원으로 소폭 줄어든 데 이어 11월에는 4650만원으로 5%가량 하락하며 두 달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으나 12월에는 다시 상승 전환됐다.
그러나 서울의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12월에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부동산원 발표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 변동률은 지난해 11월 –0.82%로 19개월 만에 하락 전환됐으며 12월에도 전달 대비 0.95% 내렸다.
동일한 실거래정보를 바탕으로 추산한 통계 지표가 서로 다른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의아한 대목이다. 통상 부동산원의 실거래가 분석은 실거래 정보를 바탕으로 통계를 생산하기 때문에 시세 중심의 가격동향조사보다 시장 동향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장 상황을 비교적 정확하게 반영한다는 통계 지표조차 상반된 흐름을 보이는 등 최근 가격 움직임이 널뛰고 있는 것은 거래량 자체가 너무 적기 때문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가격 동향을 분석하기에 표본이 너무 작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의 유효 거래량은 961건으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전달(1180건)보다 18.6% 감소한 수치로 1년 전 같은 달(6789건)과 비교하면 무려 85.8% 줄었다.
부동산원은 신고된 실거래 가격자료에 대해 두 차례의 데이터 정제를 통해 특수 거래나 중복물건, 가격이상 거래 등을 제외한 뒤 실거래 가격 자료를 산정해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거래량이 어느 정도 수반돼야 가격 흐름을 판단할 수 있는데 지금은 실거래 사례가 끊긴 단지가 많고 상승 거래와 하락 거래가 뒤섞여 있기도 해 주택가격 방향성을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매수자의 방향이 결정돼야 가격 흐름이 결정될 텐데 지금은 관망세가 심해 어떤 판단을 하기에 섣부르고 합리적이지 않다”며 “산발적으로 하락 전환이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뚜렷한 하락장 진입인지 아닌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실거래가 하락 흐름을 통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최근 거래는 급매 위주로 이뤄지는데 급매는 통계로 따지면 극단값이라 현장에선 시세로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급매 가격이 시세로 정착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실거래가가 크게 하락하더라도 통계수치는 완만하게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분간 지금과 같은 시장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키를 쥔 매수자가 국내외 금융상황 변화와 대선 이후의 정책 변화까지 지켜볼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규정 소장은 “다주택자 세금 조정부터 무주택자 대출 완화까지 다양한 카드가 나와 있지만 대선 이후 즉각적으로 방향성이 제시되고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새 정부가 주택정책이나 제도, 규제 등을 어떻게 가져갈지 결정돼야 의사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