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이례적 기자회견서 공개 입장

기사 제목 언급하며 “전혀 사실 무근”

“검증 필요한 자료 어디든 제출할 것”

기자회견 자청 이유 자세히 설명해

“의혹 확대, 법관들 상처, 국격 생각”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관련 녹취록 속에 등장하는 ‘그분’으로 지목된 조재연 대법관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이날 조 대법관은 ‘그분’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연합]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관련 녹취록 속에 등장하는 ‘그분’으로 지목된 조재연 대법관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이날 조 대법관은 ‘그분’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연합]

[헤럴드경제=안대용·박상현 기자] 대장동 의혹 수사의 단초가 된 ‘정영학 녹취록’에 등장하는 ‘그분’으로 지목돼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실명까지 공개된 조재연 대법관이 기자회견을 열고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조 대법관은 23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최근 의혹 제기는 “허위내용”이라며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현직 대법관이 재임 중 기자회견을 자청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날 기자회견도 오전 10시 10분께 긴급 공지됐다.

"일면식도, 통화한 적도 없어… 진상조사 요구 피하지 않겠다"

조 대법관은 “김만배 씨와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단 한 번도 만난 일이 없다”며 “일면식도 통화한 적도 없고, 김만배 씨 뿐만 아니라 대장동 사건에 관련돼 있다는 어느 누구와도 일면식도 통화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딸이 김씨로부터 거주지를 제공받았다는 의혹 제기와 관련해선 “저는 30년 가까이 현재 살고 있는 주거지에서 계속 거주해 왔고, 제 딸들은 함께 거주하고 있다가 딸 하나는 2016년 결혼해 분가해 서울에서 계속 거주하고 있고 다른 딸은 작년에 결혼해서 분가해 죽전에 살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막내딸도 현재까지 저와 함께 살고 있다”며 “저나 저희 가족이나 하다못해 제 친인척 중에서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 받은 사람은 없다”고 강조했다. 성남 대장동, 수원에 있는 아파트에 딸들이 거주한 적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본인이 모르는 사실이 있을까 하고 딸들에게 물었지만 사실무근이라는 답을 들었다고 밝혔다.

조 대법관은 딸들의 실제 거주 입증자료에 대해 “주민등록등본 제출 등 필요한 자료 제출은 대법원이든 검찰이든 어느 기관에서든 요청하면 즉시 응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이 거론하는 진상조사나 검증을 회피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조 대법관은 최근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연락하거나 조사 요청을 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확실치는 않지만 대장동 사건이 고발에 의해 검찰에 접수된 게 확실치 않지만 2021년 9월 16일이었고 반년 가까이 되고 있다”며 “그 사이 제가 검찰로부터 단 한 번의 연락, 문의, 조사 요청도 받은 일이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조 대법관은 “검찰이 보셨을 때 필요하다면 즉시 저를 불러주시기 바란다”며 “그래서 논란을 종식 시키는 데 검찰도 일정한 부분 제 역할을 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조 대법관은 본인의 이름이 언급된 것이 녹취록에 기재된 게 아니라 ‘그분’이란 표현에 누군가가 가필한 것으로 얘길 들었다고 했다. 다만 녹취록을 직접 본 적이 없어 명백하게 기재돼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대선후보 토론에서 실명 거론…“법적 조치는 검토”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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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선후보 TV토론회에 실명이 거론된 것 등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조치를 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는 “기본적으로 타인의 명예를 중대하게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법의 심판을 받아야 된다는 것이 정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 이 사건에 관해서는 제가 엄중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에 대해 현재로서는 검토하고 있다는 말씀만 드린다”고 답했다.

조 대법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근 자신과 관련해 보도된 언론 기사를 가져와 흔들어 보이며 제목을 읽기도 했다. 해당 보도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50억원을 만들어서 빌라를 사드리겠습니다”라고 정영학 회계사에게 말하며 모 대법관을 언급했다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또 김씨가 조 대법관에게 주거지를 마련해줬다는 내용이 녹취록에 담겼다는 보도, 의혹이 제기된 후 범 여권에서 조 대법관에 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보도 등이었다.

조 대법관은 “현직 대법관으로서 대통령 선거를 앞둔 이 미묘한 시기에 이러한 의혹 보도와 관련해 침묵을 지키는 것이 옳으냐, 아니면 떳떳하게 국민들 앞에 사실 여부를 밝히는 게 옳으냐 이 문제를 가지고 고민했다”며 “지난 며칠간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새벽에 저는 존경하는 언론 관계자 분들께 기자회견을 통해서 궁금해 하시는 것을 소상하게 밝히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조 대법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하게 된 이유에 대해 최근 언론 보도 이후 일파만파 번지면서 정치권의 의혹 제기가 계속되는데다, 지난 21일 대선후보 3차 TV토론회에서 자신의 이름이 공개적으로 언급된 점을 주된 이유로 들었다.

조 대법관은 “이번 일은 작년 10월과 달리, 계속 증폭이 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서, 선량한 국민들을 오도할 염려가 있단 점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과 한 달 전께 최근 의혹이 불거진 부분에 대한 언론의 사실 확인이 있었고 기사화 되지 않았는데, 대선을 목전에 두고 논란이 확대돼 직접 정면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또 “국민의 신뢰를 존립의 바탕으로 하고 있는 사법부가 이로 인해서, 그 불신의 부채질을 더 하는 격이 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했다”며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 공개토론에서 대장동 의혹 실체로 거명됐다는 것에 대해 전국 3000여 법관들이 받을 마음의 상처와 세계 다른 나라들이 대한민국을 보는 국격이 어떨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초 언론 보도를 통해 정영학 녹취록에 ‘그분’이라고 일컬어지는 인물이 새롭게 등장하고 현직 대법관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선 후보가 억울한 의혹을 벗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조 대법관의 실명을 거론하며 “법원행정처와 조재연 대법관은 국민 앞에 공식적 입장을 명백히 밝혀주길 바란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재명 후보 역시 21일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조 대법관의 실명을 공개했다.

지난 18일 관련 언론보도가 나온 후 조 대법관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전혀 터무니없는 얘기고, 김만배 씨와 일면식도 없고 연락한 적도 없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며 “딸이 그 빌라에 거주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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