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4일 만의 서울 공연…장장 2시간 45분 공연
세대ㆍ국적 무의미한 ‘화합의 장’
1만 5000명 함성ㆍ떼창 대신 클래퍼 박수
티켓 못 구한 아미 공연장 밖에서 응원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여기가 우리의 진정한 고향이에요. 여러분을 본 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합니다. ” (리더 RM)
무려 864일 만에 돌아왔다. 방탄소년단과 한국 아미(방탄소년단 팬덤)들의 2년 6개월 만의 만남에 잠실 주경기장은 보랏빛으로 뒤덮였다. 1만 5000명의 관객이 모인 이곳은 진정한 ‘화합의 장’이었다. 방탄소년단이라는 세계 안에선 연령도 국적도 무의미했다. “아미 밤이 뭐냐”고 물으면서도 ‘최연소 아미’를 자처한 초등학교 3학년 김은서 양부터 아이의 손을 잡고 BTS를 만나러 온 40대 부부는 MZ세대 팬들 사이에서도 단연 눈에 띄었다. 50대로 접어들었다는 박찬희(51) 씨는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위로받고, 훌륭한 성품에 빠졌다”며 쑥스러운듯 웃었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유학 온 모모카(28) 씨는 “티켓을 구하진 못했지만 방탄소년단의 공연 열기를 함께 느끼고 싶어 주경기장에 왔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이 10일 저녁 7시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 서울’(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SEOUL) 공연의 막을 올렸다. 방탄소년단의 서울 대면 공연은 2019년 10월 잠실 주경기장에서 열린 월드투어 공연 이후 약 2년 반 만이다.
이번 공연에서 방탄소년단은 그간 한국 팬들이 직접 보지 못한 곡들을 엄선해 2시간 30분을 꽉 채웠다. “일곱 멤버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무대”이자, “한국 팬들이 보고 싶어할 무대로 꾸민 세트리스트”였다.
무대는 팬데믹 직전 발표했던 ‘맵 오브 더 솔 : 7(MAP OF THE SOUL : 7)’의 타이틀곡인 ‘온(ON)’으로 문을 열어, ‘불타오르네’, ‘쩔어’로 숨가쁘게 달려갔다. 멤버들의 반가운 인사는 첫 세 곡을 마치고 이어졌다. 멤버들은 누구 하나 빼놓지 않고, 아미를 향한 그리운 마음을 먼저 전하며 “우리가 함께 있다는 것이 의미있다”(슈가),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마음껏 즐기자”(제이홉)고 했다. 맏형 진은 “여러분들의 마음이 충분히 전달되니 지켜봐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사실 이날 공연은 대중음악 사상 유례없는 공연이라 할 말했다. 이날의 공연엔 함성도, 기립도 없었다. K팝 스타의 대면 공연 사상 가장 낯선 풍경이었다. 그간 떼창과 함성, 기립을 이유로 대중음악 공연을 규제했던 것이 무색하게도, 코로나19 이후 최대 규모로 모인 관객들은 실수로라도 방역 지침을 깨뜨리지 않았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함성을 대신한 것은 부채처럼 접어 만든 클래퍼(박수 소리를 내는 응원도구)였다. 소속사 빅히트뮤직은 관객들에게 “당연히도 우리 사이 여태 안 변했네”라는 문구가 적힌 클래퍼를 준비해 커다란 박수소리로 환호를 대신하도록 했다. 리더 알엠은 “우리가 언제 박수로만 하는 콘서트를 해보겠나. 역사에 길이 남을 공연”이라고 말했다.
공연은 방탄소년단의 전매특허인 ‘칼군무’에 맞춰 ‘아이돌(IDOL)’, ‘불타오르네’, ’피 땀 눈물’, ‘페이크 러브(FAKE LOVE)’,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 등 역대 히트곡들이 이어졌고, 팬데믹 기간 중 발표해 ‘글로벌 히트곡’이 된 ‘다이너마이트(Dynamite)’, ‘버터(Butter)’가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방탄소년단의 노래에 맞춰 완벽한 소리를 내는 클래퍼는 이날 공연의 ‘신스틸러’이기도 했다. 모든 곡마다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짝짝’ 소리는 음악을 완성하는 또 하나의 악기였다. 대중음악 공연의 단골멘트인 ‘소리 질러’는 이제 ”박수 질러“(진)라는 말로 대체됐다. 지민은 “콘서트에서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일어나지도 못하는데 어쩌나 했는데 클래퍼를 힘차게 치는 모습을 보고 기분이 다 풀렸다”고 말했다. 슈가는 “저희도 이렇게 함성 없는 공연은 처음“이라며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스무 곡이 이어지는 동안 공연장을 장식한 대형 LED에선 생생하고 화려한 그래픽으로 각각의 곡마다 특색을 살린 장면과 디자인을 선보였다. 초대형 LED는 때론 한옥으로, 때론 거대한 조각상으로, 때론 카메라로 변신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고, 상하전후 전환이 가능한 가변형 ‘이동식 LED’로 구현가능한 최고의 기술력을 보여줬다.
공연 막바지 방탄소년단은 팬데믹을 겪으며 아미와 떨어져 지낸 시간의 길이를 고백했다. “2년 6개월은 체감상 23년 같았고”(정국), “가수는 관객과 함께 해야 완성된다”(제이홉)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그리움의 끝에 마주한 이날 일곱 멤버와 1만 5000명의 아미는 같은 감정을 공유했다. 지민은 “사운드 리허설을 할 때 마침내 집에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고 뭉클했다”며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를 본 느낌이다.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뷔는 “다음에는 기필코 아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고 말했다. RM은 “더 좋은 모습으로 기립해서 함성 지르고 공연하는 그날까지 지치지 말고 기다리겠다. 기다리면 봄이 온다”며 여운을 남겼다. 공연을 마치고 만난 김유진(24) 씨는 “이렇게 직접 얼굴을 본 것만으로 꿈만 같다”며 “나도 모르게 함성이 나오려할 땐 내적 함성으로 참았다. 어려운 시기에 공연하는 만큼 방역지침을 잘 지켜야 본보기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연장은 함성 없는 공연이었지만, 공연장 밖은 달랐다. 때때로 떼창과 함성이 이어졌다. 티켓팅에 실패한 아미들이 공연의 열기를 느끼기 위해 기꺼이 공연장을 찾아 긴 시간을 함께 했다. 해외 아미들이 특히 많았다.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유학온 와르다(WARDA, 25) 씨는 “2015년부터 방탄소년단의 팬이 돼 한국어도 배우고, 한국으로 유학도 오게 됐다”며 “티켓은 구하지 못해 공연장 밖에서 노래를 듣지만 언젠가는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에 이렇게 보내는 시간도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의 콘서트는 하루를 쉰 뒤 12일과 13일에 이어진다. 12일 공연은 영화관에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라이브 뷰잉’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되고, 마지막 날인 13일에는 오프라인 공연과 함께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이 진행된다. 와르다 씨는 “12일 서울 용산에서 라이브 뷰잉을 관람할 수 있는 티켓 예매에는 성공했다”며 활짝 웃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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