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인도와 이스라엘이 양국 간 외교관계를 정상화한 지 22년 만에 밀월기를 맞고 있다. 각각 파키스탄과 팔레스타인과 국경을 맞대 이슬람 무장단체에 의한 테러가 빈발하다는 공통분모가 양국을 가깝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이스라엘과의 관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면서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이 5월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뒤 이런 움직임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9월 말 미국에서 성사된 모디 총리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회동은 인도ㆍ이스라엘 관계가 한 단계 발전했음을 본격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양국 정상회담은 아리엘 샤론 전 이스라엘 총리가 2003년 인도를 방문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어 라지나트 싱 인도 내무장관이 첫 해외 방문국으로 이스라엘을 선택, 이달 초 텔아비브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만남을 가졌다.

사실 인도와 이스라엘은 지난 1992년 외교관계를 정상화했지만 이렇다 할 큰 진전을 보진 못했다. 팔레스타인에 친화적인 인도 정부의 태도는 양국 관계를 가로막는 걸림돌이었다.

1999년 파키스탄과 카슈미르 분쟁 중이던 인도에 이스라엘이 무기를 제공하면서 관계가 우호적으로 바뀌긴 했지만, 인도 정부는 무슬림 유권자를 의식해 공개적으로 친(親)이스라엘 성향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의회를 장악한 힌두 계열의 BJP를 등에 업은 모디 총리는 무슬림에 의한 테러공격에 국가안보를 수호해야 한다는 명목을 들어 이스라엘과의 관계 진전에 두팔 걷고 나서고 있다. 지난 9월 알카에다가 파키스탄 지부 결집에 나선 것은 모디 총리의 친이스라엘 행보를 부채질했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사다난드 둠 연구원은 모디 정부가 “인도 역사상 가장 친이스라엘 정부라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면서 “양국 관계를 ‘커밍아웃’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양국의 밀착 관계는 국방 분야에서 가장 잘 드러나고 있다. 세계 최대 무기 수입국인 인도가 이스라엘제 무기 구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 인도 정부는 지난 9월 6년 간 지체돼온 이스라엘제 ‘바라크-1’ 방공 미사일 구매계약에 마침내 사인을 하고 262기를 구매했다. 이어 지난달엔 이스라엘 방산업체 라파엘이 개발한 대전자 유도 미사일인 ‘스파이크 미사일’ 8356개와 발사대 321대를 320억루피(약 5750억4000만원)에 사들이는 계획안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인도는 모디 총리가 지난 5월 취임한 이래 410억루피(약 7368억원) 상당의 이스라엘 무기를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3년 간 이스라엘의 대(對)인도 무기 수출액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은 액수다.

인도와 이스라엘의 무기 개발 협력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인도 국방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양국이 공동 개발하는 차세대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인 ‘바라크-2 NG’가 이스라엘에서 성공리에 시험 발사를 마쳐 5년 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됐다.

또 인도가 2027년까지 1500억달러(약 167조원)를 투입하기로 한 군 현대화 작업엔 이스라엘이 구애를 보내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군수업체와 국방부가 비용 삭감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뜻을 싱 장관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영국 군사분석기관 IHS제인스의 존 그레바트 애널리스트는 “이스라엘이 미국, 러시아, 유럽에 이은 대인도 무기 공급국이긴 하지만, 이스라엘의 미사일과 감시ㆍ포격체제는 적대적 주변국과 테러리스트에 의해 야기되는 위협에 대처하기 적합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