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베드추크 수갑찬 모습 공개

젤렌스키-러 반목 이유로 꼽아

평화협상 막후 채널로 활용 촉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친구이자 우크라이나의 친러 성향 야당 대표인 빅토르 메드베드추크가 작년 5월 반역죄 혐의로 조사를 받은 뒤 검찰청 앞에서 기자들과 얘기를 하고 있다. 가택연금 상태였던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사흘만인 올 2월 27일 도주해 피신생활을 했지만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보안국의 특수작전을 통해 체포됐다. 그가 우크라이나 국기가 붙은 군복을 입고 초췌한 모습(큰 사진)으로 수갑을 찬 채 앉아 있다. [로이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친구이자 우크라이나의 친러 성향 야당 대표인 빅토르 메드베드추크가 작년 5월 반역죄 혐의로 조사를 받은 뒤 검찰청 앞에서 기자들과 얘기를 하고 있다. 가택연금 상태였던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사흘만인 올 2월 27일 도주해 피신생활을 했지만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보안국의 특수작전을 통해 체포됐다. 그가 우크라이나 국기가 붙은 군복을 입고 초췌한 모습(큰 사진)으로 수갑을 찬 채 앉아 있다. [로이터]

우크라이나 정치인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69)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생을위한야권연단(OPZZh)의 빅토르 메드베드추크(67) 대표가 우크라이나 당국에 체포됐다. 푸틴 대통령은 메드베드추크 대표가 없으면 우크라이나와 관련한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고 믿는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여서 이번 신병 확보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12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보안국(SBU) 덕분에 특수 작전이 수행됐다”며 메드베드추크 대표의 체포 사실을 이날 발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첨부한 사진 속 메드베드추크 대표는 우크라이나 국기가 달린 군복을 입은 채 수갑을 차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메드베드추크 대표는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친(親) 러시아 정치인으로 통한다. 푸틴 대통령을 자신의 막내딸 다리야의 대부로 삼을 정도다. 메드베드추크 대표는 2003년부터 푸틴 대통령과 친분을 쌓았다.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과 소치에 있는 푸틴 대통령의 집을 방문하고, 자동차 경주를 함께 보기도 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메드베드추크 대표는 2016년 한 유럽 방송과 인터뷰를 통해 세간에서 푸틴 대통령과 자신이 친밀한 우정을 쌓고 있는 걸 험담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건 나를 질투하는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2018년 영국 인디펜던트와 인터뷰에선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를 이용하지 않는 건 죄가 된다고 했다.

메드베드추크 대표는 푸틴 대통령을 활용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는데 미국 경제 전문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그의 자산은 지난해 기준 6억2000만달러로 추산된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푸틴 대통령이 젤렌스키 정권과 반목하는 6가지 이유 가운데 하나로 우크라이나 정부가 메드베드추크 대표를 쫓고 있다는 점이라고 꼽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지난해 5월 메드베드추크 대표를 반역죄로 기소했다. 그가 돈바스 지역의 분리주의자들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러시아가 강제병합한 크름(크림)반도에서 가스 거래를 하면서 러시아 측에 민간한 안보 정보를 넘겼다는 혐의였다.

메드베드추크 대표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가택연금됐다.

러시아는 이런 움직임을 마녀 사냥이라고 비난했다. 푸틴 대통령도 당시 우크라이나가 메드베드추크 대표의 사안을 처리하는 방식을 두고 우크라이나를 일종의 반(反)러시아로 만들 수 있는 절대적인 숙청이라고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메드베드추크 대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2월 24일)한지 사흘 뒤 가택연금 상태에서 도주했는데, 변호인 측에선 도주가 아니라 안전을 위해 비밀 장소로 옮긴 것이라고 설명했었다.

서방의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정권 교체에 성공하면 메드베드추크 대표가 젤렌스키 대통령을 대신해 친러 꼭두각시 정권을 세울 최고의 선택지로 관측해왔다. 푸틴 대통령과 협상을 위한 막후 채널로 메드베드추크 대표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홍성원 기자


ho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