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한국문학에 반가운 소식들이 이어졌다. 손원평 작가의 ‘서른의 반격’이 일본 서점 대상을 수상한 데 이어 정보라 작가의 ‘저주 토끼’가 세계 3대 문학상인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라 뿌듯함을 더했다.

정보라 작가의 ‘저주 토끼’의 부커상 후보 선정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있다. 우선 번역가가 작품을 발굴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한국 문학작품을 해외에 여럿 소개해온 안톤 허가 2018년 와우북페스티벌 가판대에서 작품을 보고 번역하겠다고 나서 수출까지 이어진 것이다.

정보라 작가가 활동 ‘보증수표’랄 공식 등단 절차나 국내 주요 문학상을 받은 적이 없다는 점도 이채롭다. ‘저주 토끼’는 5년 전 출간된 작품으로 그동안 관심권에서 멀었다. 그런데 부커상 1차 발표가 나면서 국내외 위상이 달라졌다. 후보 선정이 되면서 판권 금액이 올라가고 계약이 줄지어 성사됐다. 현재 중국, 일본,스페인, 인도네시아, 터키, 알바니아, 아랍에미리트 공화국, 브라질 등 12개국에 판매됐다. 특히 가장 큰 시장인 북미 판권이 12일 아셰트 출판 그룹에 돌아가면서 날개를 달게 됐다.

국내 책 판매량도 뛰었다. 5년 동안 2800부 팔리던 책이 부커상 1차 후보로 지명되자 3월에만 6000부가 팔렸다. 최종 발표가 난 7일 하루에만 5년 치보다 많은 3000부가 판매됐다.

후보작이 SF장르라는 점도 의외다. 그동안 SF문학은 국내 비주류문학으로 그닥 주목받지 못했다. 마니아 중심 문학으로 오랫동안 변두리 신세를 면치 못했다.

정보라 작가도 한국 장르 문학이 세계적인 인정을 받은 수준에 올랐다는 게 가장 기쁘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분기점은 2020년이다. 정확히 말하면 김초엽 작가의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전문출판사 외에 메이저 출판사들이 끼어들며 판이 달라졌다.

일본은 이런 한국의 베스트셀러에 실시간으로 반응하고 있다. 현재 일본 문학시장의 키워드는 ‘SF’, ‘여성’으로, 한국의 젊은 여성작가들의 작품이 뜨겁다.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가 2019년 일본 서점 대상을 수상한 데 이어 이번에 ‘서른의 반격’으로 두 번째 수상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여기에 일본에는 흔치 않은 ‘SF’ 장르에 대한 요구가 한국문학에 대한 러브콜로 이어지고 있다. 김초엽·정세랑·김이환· 천선란 작가 등은 입도선매 대상이다.

이런 K-문학 현상은 한류와 무관치 않다. K-팝을 선두로 한류를 경험하고 있는 이들은 현재 한국에서 가장 핫한 게 무엇인지에 관심이 있다. 정보라 작가의 ‘그녀를 만나다’가 최근 콜롬비아에 판권계약된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그냥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K-팝, 한류의 자장 안에 있다는 얘기다.

한국문학 수출은 이제 헤아리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다변화·다종화된 상태다. 진입 단계에서 성숙단계로 나아가는 중이다.

이 과정에 한국문학번역원의 역할이 있다. 매년 200여종의 작품 번역을 지원하고 있다. 다만 다수의 작품을 지원하다 보니 지원액이 적다. ‘저주 토끼’를 번역한 안톤 허는 미국의 번역지원금 덕에 번역이 가능했다고 한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지원사업도 마찬가지다.

한국문학이 해외시장에서 자리잡으려면 아직 멀다. 정책적 지원과 정보 공유 플랫폼 구축 등 현장의 목소리에 좀 더 귀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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