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12일 만에 다시 간담회 자청

중재안 “언론 보도 보고 알았다…동조 안해”

더 출근하진 않을 듯…대검 차장 대행 전망

입법 상황따라 검사장급 등 사직 확산 가능성

“중재안, 정치 권력범죄 수사 기준 없이 배제”

일반 형사사건 보완수사 약화도 심각한 문제

여야의 검수완박 중재안 수용에 반발하며 사의를 밝힌 김오수 검찰총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
여야의 검수완박 중재안 수용에 반발하며 사의를 밝힌 김오수 검찰총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

사퇴 의사를 밝힌 김오수 검찰총장이 여야가 합의한 수사권 박탈 법안 국회의장 중재안에 대해 25일 “동의할 수 없고 명확하게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검찰 안팎에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는 수사권 박탈 법안 동조 여부에 관해선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김 총장은 이날 10시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사권 박탈 법안 중재안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김 총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수사권 박탈 법안을 당론으로 정한 이튿날인 13일에 이어 12일 만에 다시 간담회를 자청했다.

김 총장은 “검찰총장으로서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국회의장이 중재안을 내고 여야가 이를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과 관련하여 말씀을 드리는 것이 책임있는 공직자의 도리라 생각해 입장을 밝힌다”고 했다. 그는 중재안의 문제점에 대해 4가지로 설명했다. 수사검사와 기소검사를 분리하는것은 위헌이고, 공직자 범죄와 선거범죄 수사권은 그대로 남겨놓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부패범죄와 경제범죄 수사권을 한시적으로 허용한 데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 신설을 놓고 대안을 마련하는 게 먼저여야 하는데, 일단 수사권부터 폐지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에게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국민의 여론을 존중하고, 성급한 법안 처리를 멈추어 주기를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여야의 검수완박 중재안 수용에 반발하며 사의를 밝힌 김오수 검찰총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열린 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
여야의 검수완박 중재안 수용에 반발하며 사의를 밝힌 김오수 검찰총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열린 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

이날 간담회는 여야가 합의한 수사권 박탈 중재안의 경과 해명을 위해 열렸다. 22일 박병석 국회의장이 내놓은 수사권 박탈 중재안에 여야가 합의 사실이 알려진 뒤 김 총장은 사의를 밝혔지만 검찰 내에선 김 총장을 향해 ‘직접 설명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김 총장은 제가 “중재 과정에서 사실을 알았다는 거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중재안은 언론 보도로 알았다, 검찰 입장을 말씀드린 것처럼 중재안을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해명했다. 김 총장은 “제가 입법과정에 차관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국회의장에게) 그 내용도 자세히 설명을 드렸다”며 “공정성 확보를 위해선 특별법을 제정하거나 검찰총장 국회출석과 탄핵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도 말씀드렸다”고 주장했다.

김 총장은 “점심 도중에 국민의힘에서 수용 입장이 나오고 얼마후 민주당 수용이 입장 나와 같이 식사하던 대검 간부들과 상의한 후 이 상황에 대해 책임을 지고 중재안에 대한 반대의사 표시로 즉시 법무부장관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제가 국회의장 면담과정에서 중재안을 알았다는 일부 언론보도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해명했다. 앞서 박영진 울산지검 부장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총장께 묻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국회의 상황을 알았습니까? 몰랐습니까? 답변해주십시오”라고 물었다. 김규현 남양주지청 검사는 ‘총장·간부 사직을 반대합니다. 법 통과시까지 책임을 다하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여야의 검수완박 중재안 수용에 반발하며 사의를 밝힌 김오수 검찰총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
여야의 검수완박 중재안 수용에 반발하며 사의를 밝힌 김오수 검찰총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

김 총장은 이날 간담회를 위해 대검에 나왔을 뿐 더 이상은 출근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장은 17일 사의 표명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사직서를 반려하면서 복귀했으나 여야 중재안 합의 후 22일 다시 사의를 밝혔다. 박성진 대검 차장도 22일 사직서를 제출하긴 했지만 총장 업무를 대리하기 위해 계속 출근할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총장과 대검 차장이 모두 부재하게 되면 직제상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총장 업무를 대리하게 되는데 아직까지 그런 일은 없었다.

박 차장과 일선 고검장 6명, 구본선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등 고검장급 검찰 고위간부 8명이 사직서를 낸 상황에서 이번 주 입법 진행 상황에 따라 검사장급 등 검사들의 줄사표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번 중재안을 두고 법조계에선 검찰 수사권을 기계적으로만 제한하려 하는 데서 허점이 생겼다고 비판한다. 대검 검찰개혁위원 출신 김한규 변호사는 “정치 권력형 범죄에 대해 아무 기준 없이 검찰 수사를 배제했고, 일반 민생 범죄 등 대다수의 형사사건에 대해 경찰 수사 통제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점이 결정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야의 검수완박 중재안 수용에 반발하며 사의를 밝힌 김오수 검찰총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열린 간담회에 입장하며 취재진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
여야의 검수완박 중재안 수용에 반발하며 사의를 밝힌 김오수 검찰총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열린 간담회에 입장하며 취재진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

중재안은 검찰 수사개시 가능 범죄를 부패범죄와 경제범죄로 한정하면서 공직자범죄 등 현행법상 검찰 수사개시가 가능한 4가지 범죄가 빠졌다. 법조계에선 공직자범죄가 부패범죄, 경제범죄와 흔히 연결되는 점을 고려할 때 중재안 시행 후 수사기관 간 교통정리 난맥상 등으로 공직자범죄 대응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대형참사도 검찰의 수사개시 범죄에서 빠져 사고 발생시 검찰 수사력을 동원할 수 없게 됐다. 형사사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찰 송치사건의 경우, 검찰이 보완수사 하거나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긴 했지만 ‘범죄의 단일성과 동일성을 벗어나는 수사를 금지한다’고 못박아 사실상 검찰의 보완수사를 막은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단일성과 동일성이란 용어부터 모호하거니와 이를 그대로 시행하면 여죄 수사, 공범 확인 등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dand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