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9일 서울 멧돼지오인 총기사고
현행 수렵면허·강습…필기·이론 위주
합격률 높아도 엽사 총기 사고 계속 발생
전문가 “안전의식, 체화돼야…개선 필요”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은평구 구기터널 인근 도로에서 볼일을 보던 택시기사가 엽사(獵師)에게 멧돼지로 오인받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엽사들의 오인 사고가 처음이 아닌 만큼 근본적으로는 수렵면허 부여 기준과 안전 의식을 돌아볼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4일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 수렵면허 소지자(2020년 7월 기준)는 3만6605명이다. 이들 중 1종(총기 수렵) 소지자는 3만5895명, 2종(총기 외 수렵도구) 소지자는 710명이다. 수렵면허는 시험 합격 후 1년에 2번 시행하는 시험에 합격한 자가 구비 서류를 지자체에 제출해야만 발급이 가능하다.
수렵면허를 가진 사람들은 취미나 자원봉사, 수렵 포상금 등 다양한 목적으로 엽사로 활동한다. 서울멧돼지출현방지단에서 활동하는 엽사 이석열 씨는 “서울에도 60명 가까이 (엽사가)활동하는 걸로 안다”며 “저희 단체는 자원봉사 차원에서 하는 경우인데 멧돼지를 잡으면 포획 포상금을 40만~50만원 정도 주니 직업으로 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멧돼지 포획에는 소방과 경찰 등도 참여하지만 한계가 있어 환경부가 엽사들로 이뤄진 포획단을 운영하기도 한다.
수렵 면허 시험은 ▷수렵에 관한 법령과 수렵의 절차 ▷ 수렵도구 사용법 ▷야생 동물 보호 관리 사항 ▷안전사고 예방·응급조치에 관한 문항 4과목 필기시험으로 진행된다. 과목당 40점 이상,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이면 필기 합격이 가능하다. 이후 환경부에서 지정한 기관(야생생물관리협회)에서 강습 교육을 받은 뒤 신체검사서·정신건강 소견서 등 서류를 제출하면 면허증이 발급된다. 올해 4월 기준 수렵강습은 3시간 이론 교육(수렵 역사·문화 과목은 서면대체)과 별도의 1시간 실기 교육으로 진행된다. 면허 소지자는 5년마다 수렵강습 이수증 등과 함께 갱신이 가능하다.
문제는 총기를 다루는 면허 취득 과정이 필기시험과 몇 시간의 교육으로 끝난다는 점이다. 실제 수렵면허 시험 합격율은 증가 추세다. 환경부에서도 수렵면허 문제은행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1종 시험에 2104명이 응시해 1762명(83%), 2종의 경우 108명이 응시해 104명(96%)이 합격했다. 합격률은 지자체별로 차이가 있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달 16일 실시한 올해 상반기 시험에서 1종에는 120명이 응시해 113명, 2종에는 13명이 응시해 12명이 합격했다. 모두 90%가 넘는 합격률이었다.
그럼에도 엽사들의 총기 사고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올해 1월에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의 한 야산에서 멧돼지를 잡으러 나선 60대 엽사가 70대 동료의 총탄에 맞아 다쳤다. 지난해 7월에는 경북 김천시의 한 복숭아 밭에서 일하던 시민이 멧돼지로 오인 받아 엽사에게 총상을 입었다. 2020년 10월에도 충남 청양군의 한 야산에서 멧돼지를 포획하러 갔던 40대 엽사가 동료의 총탄에 맞아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전문가는 형식적 시험에서 벗어나 면허 취득 과정 자체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의심스러운 곳엔 총기를 겨누지 않도록 체화가 필요한데 몇 시간 교육이 아니라 교육 내용과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이번 경우는 멧돼지 오인 사고였지만, 재산 분쟁 등 다른 경우에도 총기가 활용되는 일이 있어 안전 사항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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