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를 불과 일주일 남긴 정권이 세상을 분열시켜가며 한 달간 밀어붙인 ‘검수완박’ 프로젝트가 마침내 그들의 소원대로 마무리되었다. 오직 검찰 수사만 피해 보려는 그들의 간절함에 기가 차다가도, 국회법을 휴지로 만들면서까지 절차 위반을 하고 국민만 피해를 보게 된 법률안을 밀어붙이는 모습에 저절로 욕이 나왔다. 이 와중에 법률가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할 막중한 책무가 있음에도 거부권 행사를 검토조차도 하지 않았다.
우리 헌정사에서 대선에서 패배한 정당이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에 민생과 밀접한 법률을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한 적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검수완박’이 그토록 하고 싶었다면 대선 전에 했어야지, 대선 패배한 후에 하는 것은 그 동기가 너무나 뻔하지 않나.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해 고발인을 이의신청 대상에서 제외한 이유는 무엇인가. 앞으로 아동이나 장애인 학대와 같은 고발인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범죄는 경찰이 불송치 결정하면 그대로 끝나게 됐다. 고소인도 이의신청해봤자 검사는 동일 사건 범위 내 수사만 가능할 뿐이다. 새로운 피해자가 나와도, 공범이 나와도 검찰은 보완수사가 불가능해졌다. 국민의 대표가 범죄피해자인 국민을 철저히 외면했다. 이것이 검찰개혁인가.
더불어민주당은 대선에서 패배하자마자 서둘러 ‘검수완박’을 당론으로 정하고 법률안 원안을 세상에 공개했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검사의 영장청구권까지 형해화시킨, 누가 봐도 헌법에 위반될 정도로 형편없는 법안이었다. 그러자 수정안이 등장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수정안이 등장했다. 과연 공포된 법률안 내용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의원들이 몇 명이나 될까.
더구나 그들은 친여 성향의 무소속 의원 법사위 배치 꼼수, 소속 국회의원 위장 탈당을 통한 ‘꼼수 사·보임’으로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 숙의를 고작 8분 만에 끝내버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하기 위해 ‘회기 쪼개기’까지 등장했다. 다수 당의 횡포를 막기 위한 국회선진화법을 완전히 무력화시킨 것이다. 문 대통령은 “검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선택적 정의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국민의 신뢰를 얻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있었다”고 말했다. 원론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검찰의 명백한 업보다. 그러나 지난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뭐 하다가 임기를 일주일 남기고 이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만일 문 대통령이 임기 초반에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검수완박’을 강력히 주장했으면 아마도 야당과 검찰이 감히 반발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검찰개혁은 탄핵이라는 비상시국에 임기를 시작한 문 대통령의 첫 번째 국정과제였기 때문이다. 경찰이 수사하고 검찰이 경찰 수사를 강력하게 통제하는 방향으로 개혁한다면 누가 반대하겠는가.
그러나 문 대통령 임기 초에 어떠했는지 우리는 기억한다. 적폐수사를 통해 전직 대통령을 구속하는 등 검찰 수사에 힘을 실어준 당사자가 문 대통령 아닌가. 박근혜 정권 때 국정원 댓글수사로 인해 좌천을 거듭했던 당시 윤석열 고검 검사를 일등공신으로 인정해 파격적으로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임명한 당사자가 문 대통령 아닌가. 조국 전 장관 수사, 청와대 울산시장선거 개입 의혹 수사,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 등 정권에 불편한 검찰 수사가 이어지면서 불신이 생긴 것이 아닐까.
문 대통령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에 임명하며 살아 있는 권력의 눈치를 보지 말라고 했다. 그랬던 문 대통령이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하지 못하는 법률안을 공포하고 임기를 마친 것을 단지 해프닝으로만 넘길 수 없다. 중대하고 명백한 절차 위반이라는 선례를 남긴, 검찰 수사를 모면하기 위해 국민을 외면한 그들은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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