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시장-내부 ‘인플레이션 샌드위치’

“생산자가격→소비자가격 이전 차단”

원자재 가격·임금 인상→마진압박 완화 방안 모색해야

이관섭(왼쪽부터)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손경식 경총 회장,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최진식 중견련 회장이 지난 2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
이관섭(왼쪽부터)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손경식 경총 회장,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최진식 중견련 회장이 지난 2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문영규·주소현 기자] 고물가로 경제 전반의 부담이 커지면서 기업들은 대외적으로는 원자재 가격 인상 부담이, 대내적으로는 임금인상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고물가속 대내외 악재속에 사실상 ‘샌드위치’가 된 상황이다. 물가를 잡기위한 정부의 정책적 카드가 제한된 가운데, 기업이 물가안정을 위한 ‘완충재’ 역할도 해야해 그 어느때보다 어깨의 짐이 무거워졌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전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재계 6단체장과 만난 자리에서 “각 부문에서의 경쟁적인 가격·임금인상은 오히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악순환을 야기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가능한 범위 안에서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가격상승 요인을 최대한 자체 흡수해달라”고 주문했다.

추경호 부총리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요인을 대·중견·중소기업이 적정한 수준에서 분담하는 자율·상생·협력의 기업생태계를 조성하는 공동 노력을 통해 경기둔화와 물가상승 난제를 풀어 가는데 힘을 모아줄 것”을 당부했다.

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마진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정부가 일부 품목에 할당관세 0% 적용, 부가가치세 면제 등 세금 감면을 통한 직접적인 기업 지원 방안을 내놓고 원가 부담을 낮추면서 기업에 물가안정 역할을 요청한 것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관세를 인하하고 마진 폭을 확대했으니 소비자가격으로 이전하지 말라는 요청”이라며 “원자재 수입 가격이 올랐는데 이를 기업이 완제품 가격에 이전시키면 소비자가격이 올라가고 물가가 폭등하기 때문에 기업에 상승 요인을 조금이라도 흡수해달라는 취지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할당관세가 밀가루·커피·돼지고기 등 14개 품목으로 제한되고, 부가가치세 면제도 김치·두부 등에 국한돼 재계는 오히려 할당관세 등 세제 지원 확대를 요청하는 상황이다.

이관섭 무역협회 상근부회장도 이날 자리에서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을 비롯해 원자재 가격이 치솟았다”며 “할당관세 적용을 확대하고 생산비용을 덜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가격이 폭등하면서 기업들도 마진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각 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스마트폰 주요 부품인 AP(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 가격이 41%, LG전자는 제품의 주요 원재료인 구리 가격이 36.4% 상승했다. SK온은 배터리 주요 원재료인 양극재 가격이 2020년 kg당 2만5209원에서 올 1분기 4만6029원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에쓰오일도 같은 기간 평균 원유 도입가격이 배럴당 42.27달러에서 100.32달러로 급등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이 불안정하고 단기간 변동성이 큰 상황”이라며 “정부가 모든 기업에 협조를 요청하는 측면이지만 전제를 달고 언급한 만큼 외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자제를 당부했지만 임금인상에 대한 내부 압박도 거세다.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은 9% 임금인상률에 합의했고 삼성전자는 노사협의회가 9%로 협의했으나 노조는 여전히 두자릿수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LG전자를 비롯한 LG 계열사들도 최근 8~10% 수준에서 인상키로 했다. SK하이닉스는 노조가 12.8% 인상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대차 노조도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등을 주장하며 장기 협상을 예고했다. 연봉 인플레가 심화하는 가운데 기업들은 고연봉을 향한 직원들의 이탈우려로 인상을 고심하고 있다.

이때문에 비용부담과 마진, 가격정책, 임금정책 사이에서 고민하는 기업들을 위해 부담 완화를 위한 추가적인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칫 가격통제가 돼선 곤란하고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물가상승 요인을 흡수할 수 있도록 정부가 기업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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