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엠 김동연+메이드 바이 김동연’ 성적표에 초관심
‘공명정대+실사구시’ 정치좌표
공모잡음 절대 안돼…구태 설자리가 없다고 선언
[헤럴드경제(수원)=박정규 기자] #1. 2020년 가을 국민의힘은 여전히 대권잠룡 주자가 부재중(?)이었다. 여권에서는 이재명·이낙연 등 쟁쟁한 잠룡들이 공격 태세를 갖췄는데 여전히 국민의힘은 강력한 잠룡이 보이지 않았다. 국민은 국민의힘 인물 부재로 피곤했다. 반사적으로 어쩔 수 없이 여권 후보 중 한 명을 찍어야겠다고 이구동성이었다. 즉 이재명·이낙연이 좋아서가 아니라 국민의힘에 인물이 없어 어쩔 수 없다는 하소연도 많이 나왔다. 안철수·원희룡 등 몇명이 거론됐으나 “이재명·이낙연과 맞설 수 있는 인물은 아니다”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2. 이 당시 기자는 선배인 한 방송사(MBC) 전 사장을 만나 대화를 나누던 중 국민의힘에서 이재명과 이낙연을 상대로 링 위에 오를 대권주자를 꼽는다면 누구일 것 같냐고 물었다. 대뜸 그는 김동연을 꼽았다. 수원에서 활동 중인 나는 김동연은 아주대 총장 출신이고 남경필 전 지사 때 함께 활동했던 전력이 있다는 정도만 알았다. 그도 김동연과 일면식이 없다고 했다. 다만 구전(口傳)으로 인품과 정치철학이 올바르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다고 했다. 이 때부터 난 김동연을 상대로 남몰래 취재를 시작했다. 잠재적 잠룡후보로 손색은 없었다. 누구나 흠집이 있다. 하지만 우린 신을 뽑지 않는다. 이 정도면 민주당 후보와 링 위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약점은 조직력이었다. 난 그가 적어도 정치꾼이 아닌 정치인이 될 덕목을 갖췄고, 선거 막판 광고에 등장하는 하늘나라로 간 백혈병 아들 얘기도 그때 들을 수 있었다. 한 번 큰 아픔을 겪은 사람은 사람을 보듬을 수 있다. “아들까지 잃었는데 무슨 부귀영화와 권력집착이 있겠느냐”라는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했다.
#3. 2020년 10월 7일 ‘이재명 클라쓰’라는 제목의 칼럼을 쓰면서 대항마로 김동연이라는 이름 석자를 국내 언론 최초 대권잠룡으로 언급했다. 당시 칼럼을 뒤져보니 김동연은 눈여겨볼 공공재로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힘을 실어주면 폭발적인 잠재력이 예상된다고 썼다. 생각이 고루하지 않고 이념과 철학이 분명한 인물이라고 언급했다. 이후 김동연은 내 예상대로 ‘대통령 쪽집게’ 김종인이 픽(Pic)했다. 김종인은 김동연을 이렇게 평했다. “현실에 대한 인식이 아주 잘돼 있다. 경제대통령에 대한 요구가 세질지 모르니 준비를 철저히 해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김종인은 떠났고, 김동연은 제3지대서 창당했다. 이재명은 지지율을 높히기 위해 선거 도중 김동연을 민주당으로 끌어들였다. 결국 이재명은 대선에 실패했지만, 김동연은 피말리는 역전극을 통해 경기도지사에 당선됐다. 경기도지사는 당연한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다. 국민의힘으로 갈 것이라는 내 예상은 결과적으로 틀렸다. 변명하자면 당시에는 윤석열 검찰총장 등장은 희미했다.
#4. 김동연 장점은 ‘싸움닭’ 이재명과 비교해 비호감·거부감이 적다. 중도층에 소구력이 있고 친노·친문과도 접점이 있다. 김동연은 당선되자 ‘실사구시·공명정대’라는 두가지 좌표를 제시했다. 핵심 가치로 ‘협치, 소통, 혁신’의 세가지 정신도 꼽았다. 공명정대(公明正大)는 그의 경기도정 철학으로 전면에 내세웠다. 김동연은 당선직후 다산 정약용 선생의 남양주 여유당을 찾았다. 그는 실사구시(實事求是)에 대해 이렇게 해석했다.
“노론·소론, 남인·북인, 시파·벽파의 정쟁과 대립을 떠나 오직 도탄에 빠진 백성의 삶을 걱정하고, 그 답을 구하는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진보의 이념, 보수의 이념, 당의 개혁이나 선거 승리도 마찬가지다.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다가오는 미래에 대비하지 못하는 정치라면 다 무슨 소용이 있겠냐?”
“털 끝 하나도 병들지 않은 게 없다(一毛一髮無非病耳)”라고 하셨던 다산 선생의 탄식이 200년이 훌쩍 지난 지금 다시 느껴진다. 실제 선생께서 ‘경세유표’를 쓰시고 70여년 후 조선은 망했다”고 했다.
그는 “도민의 삶도, 우리 정치의 위기도, 민주당의 개혁도 모두 ‘실사구시’ 해야 한다. 혁신을 위해서는 단 한 점의 구태도 설자리가 없어야 하며 어떠한 성역도 없어야 한다”라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30여년 공직생활을 마칠 때도, 대선 출마를 고민할 때도, 대선 출마 후에도. 삶의 고비마다 다산 선생을 찾았다. 그는 이젠 ‘아이엠 김동연’과 ‘메이드 바이(Made by) 김동연’의 두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아들까지 잃은 그에겐 두려울 것이 없다. 여의도 정치는 이젠 안된다는 염태영 인수위원장의 말대로 경기도 정치로 당당한 대권후보가 되길 바란다. 그럴려면 굵직한 성적표를 먼저 내놔야 한다. 인재채용에 점령군이 ‘공모의 탈’을 쓰고 사전 내정되면 끝이다. 자칫하면 은수미 성남시장처럼 될 수도 있다. 김동연 좌표정치는 이젠 시작이다. 김동연을 경기도지사로 보지 않고 대권잠룡으로 보는 국민과 도민이 의외로 많다. 2021년 7월 출간한 김동연의 책 제목은 ‘대한민국 금기깨기’다. 대권후보로 가려면 ‘김동연 브랜드’가 흥행해야 한다.
fob14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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