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점 휴업’ 상태인 국회를 두고 여야가 장외 민생경제 행보로 눈을 돌렸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당내 특별위원회와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민생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보여주기식’에 그친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원 구성 협상이 3주째 공전을 거듭하면서 민생을 위한 법을 만들기도, 고치기도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면서다.

심지어 입법 키를 쥐고 있는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민간 기업들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고 나섰다. 고유가·고금리로 이익을 보는 기업들에 초과 이익을 최소화하라는, 공감대와 협조를 당부한 것이다. 원 구성 정쟁을 이어가며 한치의 물러남도 없이 국회를 공백 상태로 두고 있는 정치권에서 기업이 자발적 양보와 이익 배분을 요구하는 아이러니를 펼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21일 서울 양천구 주유소와 대한석유협회를 찾아 고유가 현장방문과 대책 마련을 위한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박홍근 원내대표는 “고유가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낸 정유업계가 고통분담에 나눠주시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국 등에서는 석유·가스기업에 이른바 ‘횡재세’ 부과까지 논의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이 같은 논의를 이어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앞선 원내대책회의에서는 정유사 이익 환수를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업계와 이야기된 것은 아니지만 기금으로 출연해 사회적 책임비용으로 활용한 시스템 전례가 있다”고 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사기업 이윤을 줄이라고 할 순 없지만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 건 사실”이라고 이를 거들기도 했다.

당장 정유사들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정유사 관계자는 “정유업계만 유례 없는 호황을 타고 있어 고통 분담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에 공감은 되지만 휘발유 등 소매가격을 일괄적으로 낮추라는 식으로 정책이 마련된다면 시장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여야는 유류세 50% 인하에도 불을 지피고 있다. 국민의힘 물가 및 민생안정특별위원회는 유류세 인하를 위해 대통령령으로 조정할 수 있는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세율을 현행 30%에서 50%로 확대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민주당 역시 법을 개정해 유류세를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200원 이상 떨어뜨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아이디어 차원에 머무른 정책이 국회의원 입을 통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기대를 걸기는 어렵다. 여야는 이번주부터 다시 원 구성 협상을 재개했지만 입장차는 평행선이다. 오히려 ‘양보’를 운운하면서 틈은 더 벌어지고 있다. 야당은 ‘여당 양보 먼저’, 여당은 ‘양보는 가진 자가 하는 것’이란 공방 속에 22일에는 야당이 원 구성 협상에 이재명 민주당 의원의 고소·고발 취하를 요구했다는 폭로까지 나왔다. 물러섬 없는 협상 속에 민생 고통의 시간은 길어진다. 국민 앞에서 국회시계를 돌릴 타협의 정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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