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규모의 예산을 말할 때 ‘천문학적’이라는 표현이 자주 쓰인다. 거대한 우주의 시공간을 다루는 천문학에서는 엄청난 크기의 숫자를 사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21세기 최첨단 천문학 연구의 특징은 규모의 거대화, 즉 ‘거대과학’이다. 그야말로 천문학적 규모의 예산과 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12월에 발사된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약 12조원의 예산이 소요됐다. 한국도 참여하는 거대마젤란망원경(GMT) 프로젝트는 약 2조원이 소요돼 2030년 완공될 예정이다. 이러한 현대 천문학의 대규모 관측 프로젝트에서 국제협력은 필수불가결의 조건이다.
밤하늘은 전 인류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모두의 밤하늘’이다. 그러나 지구는 1년을 주기로 공전하고 24시간을 주기로 자전하기에 우주를 제대로 관측하려면 지구 곳곳에 있는 관측시설과 천문학자의 조직적인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2019년 최초로 블랙홀의 영상을 촬영한 EHT(Event Horizon Telescope) 프로젝트는 전 세계 전파망원경의 네트워크에 한국천문연구원이 구축한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이 활용돼 성공적으로 국제 협력을 이끌어낸 사례다. 한편 2016년 최초로 중력파를 검출한 레이저간섭계 중력파관측소(LIGO) 프로젝트는 대규모 예산투자 없이 한국 천문학자들의 과학적 기여를 통해 국제협력에 참여한 사례라고 하겠다.
8월 부산에서 세계 천문학자들이 모이는 국제천문연맹(IAU) 31차 총회가 열린다. IAU는 천문학 분야 세계 유일의 국제기구이며 학술단체이고, 그 총회는 1922년부터 3년을 주기로 대륙별로 순회하여 개최하는 ‘천문학의 올림픽’이라고 할 수 있다. 2006년 프라하 총회에서 태양계 행성의 새로운 정의가 결의안으로 채택돼 명왕성이 행성에서 퇴출되는 사건으로 대중의 큰 관심을 받기도 했었다. 이번 부산 총회는 원래 2021년에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1년 연기됐는데 그 여파로 기존에 비하면 참석자가 다소 감소했다. 1300여명의 대면 참가자가 부산을 방문할 예정이고, 500여명의 비대면 참가자는 온라인으로 참여하게 된다. 전 세계 천문학 연구그룹이 참여해 7개의 심포지움, 10개의 주요 이슈 회의, 9개 분과회의에서 다양한 최신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부산 총회의 주제는 ‘모두를 위한 천문학(Astronomy for All)’이다. 전문가만의 학술대회가 아닌 대중들과 함께하는 과학문화행사가 되기 위해 국제천문연맹총회 조직위원회는 다양한 대중홍보 행사를 마련했다. 대표적으로 EHT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셰퍼드 돌먼 교수와 2011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브라이언 슈미트 교수의 석학 대중강연이 있다. 기초과학의 위기 속에서 우주를 향한 꿈을 키우는 미래의 천문학도들과 함께 즐기는 천문학축제가 되기를 희망한다.
2015년 부산이 개최지로 선정된 후 7년에 걸쳐 총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국 천문학의 위상이 높아지는 효과를 얻었다. 코로나19 팬데믹기간에 K-팝, K-푸드, K-무비 등 한류가 크게 유행하게 됐는데 이제 다수의 국제 공동 연구단이 모이는 천문학 분야 국제협력의 장이 마련되는 시점에 세계무대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게 될 K-천문학을 기대해본다.
강혜성 국제천문연맹총회 조직위원장·부산대 교수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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